별인 줄 알았던 한 점이 은하의 심장이었다. 정체와 발견에서 시작해 닮은꼴 구별, 제트와 되먹임의 물리, 기록의 괴물들, 중력렌즈, 그리고 우리 은하의 잠든 심장까지 — 순서대로 읽으면 퀘이사가 통째로 잡힌다.
세 줄 요약
① 퀘이사는 은하 중심의 초대질량 블랙홀이 물질을 삼킬 때 켜지는 상태다. 빛은 블랙홀이 아니라 강착원반에서 나온다.
② 강착은 물질의 약 10퍼센트를 빛으로 바꾼다. 별의 핵융합보다 열 배 넘게 효율이 높아 은하 전체보다 밝다.
③ 가장 밝은 J0529-4351은 태양의 500조 배, 가장 무거운 축인 TON 618은 태양 수백억 배로 추정된다.
퀘이사는 이 블로그가 가장 오래, 가장 깊게 판 주제다. 어느 편부터 읽어도 되지만, 아래 순서는 하나의 긴 이야기가 되도록 짰다. 입문 두 편으로 심장을 만나고, 헷갈리는 이웃들과 구별한 다음, 그 빛의 물리를 들여다보고, 기록을 세운 괴물들과 빛이 갈라지는 착시를 지나, 마지막에 우리 은하의 과거를 묻는다.
은하 중심의 초대질량 블랙홀이 물질을 왕성하게 삼킬 때 켜지는 상태다. 빛을 내는 것은 블랙홀이 아니라 빨려드는 가스가 이룬 강착원반이며, 안쪽으로 갈수록 수백만 도까지 달아올라 은하 전체보다 밝게 타오른다. (Schmidt 1963, Nature 197:1040 · Shakura & Sunyaev 1973, A&A 24:337)
정체가 밝혀진 해는 1963년이다. 마르턴 슈미트가 3C 273의 정체불명한 선들이 15.8퍼센트 붉게 밀린 수소선임을 알아채면서, 그 점 하나가 아득히 멀고 아득히 밝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별처럼 보이던 것이 은하의 심장이었다.
여기서 시작한다. 정체와 첫 발견.
별처럼 보이는 한 점이 사실은 은하의 심장 — 강착원반·태양의 500조 배·블레이자까지.
달 엄폐로 위치를 집어내고 적색이동을 읽어, 수십억 광년 밖 초고광도 천체임을 밝혀낸 발견의 이야기.
블랙홀은 물체이고 퀘이사는 그 블랙홀이 폭식할 때 켜지는 현상이다. 펄사는 우리 은하 안의 중성자별이 뿜는 전파 등대이고, 블레이자는 같은 퀘이사의 제트를 정면으로 마주 본 얼굴이다. 이름이 닮은 것은 정체를 모르던 시절에 붙었기 때문이다. (Hewish 외 1968, Nature 217:709 · Urry & Padovani 1995, PASP 107:803)
퀘이사·블레이자·전파은하를 하나로 묶는 그림을 활동은하핵 통합모형이라 부른다. 같은 구조를 보는 각도만 다르다는 설명이며, 1993년 안토누치와 1995년 어리·파도바니가 정리했다.
블랙홀·펄사·블레이자 — 헷갈리는 이웃들과 나란히 놓고 보기.
블랙홀은 천체, 퀘이사는 그 블랙홀이 폭식하며 타오르는 현상 — 장작과 모닥불의 비유.
죽은 별의 등대와 은하 심장의 화톳불 — 정체·크기·거리·빛까지 정반대인 둘.
활동은하핵 통합모형과 3C 279의 초광속 착시 — 각도 하나가 얼굴을 바꾼다.
강착이 물질의 약 10퍼센트를 빛으로 바꾸기 때문이다. 별의 핵융합이 0.7퍼센트인 것과 견주면 열 배가 넘는 효율이다. 여기에 회전축을 따라 뻗는 제트가 더해지는데, 그 제트를 밀어 올리는 것은 자기장이다. (Shakura & Sunyaev 1973, A&A 24:337 · Blandford & Znajek 1977, MNRAS 179:433)
제트는 두 엔진에서 나온다고 본다. 회전하는 블랙홀에서 회전에너지를 뽑는 블랜퍼드–즈나이엑 과정과, 강착원반에서 원심력으로 물질을 튕겨 내는 블랜퍼드–페인 과정이다. 어느 쪽이든 회전과 자기장이 짝을 이뤄야 한다.
제트, 되먹임, 그리고 그 빛으로 우주를 읽는 법.
회전과 자기장이라는 두 엔진, 그리고 빛보다 빨라 보이는 착시의 원리.
블랙홀은 은하의 브레이크였다 — 되먹임과 공진화.
흡수선 하나하나가 은하 사이 수소 구름의 그림자다.
알려진 가장 밝은 퀘이사는 J0529-4351로 태양의 500조 배로 타오르며, 중심 블랙홀은 태양의 약 170억 배이고 하루에 태양 하나만큼을 삼킨다. 가장 무거운 축인 TON 618은 2004년 측정에서 태양의 약 660억 배로 추정됐다. (Wolf, Lai, Onken 외 2024, Nature Astronomy · Shemmer 외 2004, ApJ 614:547)
TON 618의 질량은 2019년 개선된 방법으로 태양 약 407억 배로 하향 수정되기도 했다. 같은 천체의 무게가 자료와 방법에 따라 갈리는 것은 이 분야에서 드문 일이 아니며, 그래서 각 편에서는 값을 하나로 고르지 않고 둘 다 적었다.
가장 밝고, 가장 무겁고, 가장 규칙적인 것들.
태양의 500조 배로 타오르며 하루 태양 하나를 삼키는 심장.
태양 660억 개의 무게, 태양계를 마흔 번 삼키는 지평선.
100년의 깜빡임과 2015년의 적중한 예언.
앞을 가로놓인 은하의 중력이 빛의 길을 휘기 때문이다. 1979년 발견된 쌍둥이 퀘이사 0957+561은 하나의 퀘이사가 둘로 갈라져 보인 첫 사례였고, 상 B가 상 A의 밝기 변화를 약 417일 뒤에 되풀이한다는 사실이 결정적 증거가 됐다. (Walsh, Carswell & Weymann 1979, Nature 279:381 · Huchra 외 1985, AJ 90:691)
앞 은하가 살짝 타원으로 눌려 있으면 상이 넷으로 갈라진다. 그렇게 맺힌 것이 아인슈타인 십자가다. 아인슈타인 자신은 이 현상이 하늘에서 확인될 리 없다고 여겼지만, 1985년 후크라 연구진이 그것을 찾아냈다.
하나의 퀘이사가 넷으로, 둘로 보이는 마법의 정체.
중력렌즈가 만든 십자 착시로 퀘이사의 속살을 잰다.
나란히 뜬 두 점이 실은 하나 — 417일의 시간 지연으로 우주를 재다.
그럴 가능성이 있다. 우리 은하 중심의 궁수자리 A*는 태양의 약 400만 배로 지금은 거의 먹지 않아 조용하다. 그런데 은하 중심 위아래로 도합 약 5만 광년에 이르는 감마선 거품이 남아 있고, 약 350만 년 전 짧고 강렬하게 타오른 흔적이 20만 광년 밖까지 미쳤다. (Su, Slatyer & Finkbeiner 2010, ApJ 724:1044 · Bland-Hawthorn 외 2019, ApJ 886:45)
초기 우주의 거대 블랙홀은 여전히 수수께끼다. 빅뱅 후 7억 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태양 수십억 배짜리가 이미 있었는데, 에딩턴 한계를 지키며 자라기에는 시간이 모자란다. 씨앗이 애초에 컸다는 쪽과 더 빨리 자랐다는 쪽이 갈린다.
괴물은 어떻게 태어났고 — 우리 은하의 심장은 왜 조용한가.
초기 우주의 붉은 손님 341개 — 초기 퀘이사인가, 블랙홀 별인가.
빅뱅 7억 년 만의 괴물은 어떻게 자랐나 — 직접붕괴 가설과 UHZ1.
페르미 버블과 350만 년 전의 섬광 — 잠든 심장의 흔적.
같이 보기
웜홀 시리즈 — 우주의 지름길을 여는 네 개의 문 시리즈 허브 다른 주제 둘러보기 경이의목록퀘이사를 따라가다 보면 결국 우리 자신에게 닿는다. 저 멀리 타오르는 심장들은 우리 은하가 어릴 적 겪었을 법한 시절의 초상이고, 지금 우리가 몸담은 이 조용한 나선은 그 불이 꺼진 뒤에 남은 자리다. 우리는 잠든 심장 곁에서 산다.
이 허브의 수치는 각 편의 1차 문헌에서 가져왔다. TON 618의 질량처럼 자료에 따라 값이 갈리는 항목은 각 편에서 둘 다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