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의 흐릿한 자줏빛 점 하나가, 우리 은하의 모든 별을 합친 것보다 무거운 심장이었다. 무게로도 크기로도 상상을 자꾸만 벗어나는 이 괴물을 차분히 들여다본다.
TON 618은 우주에서 가장 무거운 블랙홀로 꼽힌다. 어릴 적 저울 위에 몸을 올리고 눈금을 노려보던 기억이 있다. 숫자가 조금 오르면 괜히 기가 죽고, 조금 내리면 이유 없이 기분이 좋아지곤 했다. 무게란 그렇게 손에 잡히는 감각이다. 그런데 우주에는 그 감각이 통째로 무너지는 자리가 있다. 저울에 올릴 수도 없고, 눈금으로 셀 엄두도 나지 않는 무게. 태양을 660억 개나 모아야 겨우 그 하나에 견줄 수 있다.
이 블랙홀은 하늘의 흐릿한 한 점으로 시작했다. 1957년 멕시코 토난친틀라 천문대에서 별처럼 반짝이는 자줏빛 점 하나가 목록에 올랐다. 당시 천문학자들은 유난히 푸르스름한 빛을 내는 흐린 천체들을 부지런히 훑어 정리하고 있었는데, 그 목록의 618번째라서 이름도 그저 TON 618이 되었다. 처음엔 아무도 이것을 대단하게 보지 않았다. 그저 색이 좀 유난한 별이려니 했을 뿐이다.
정체가 드러난 건 십수 년이 지나서였다. 1970년대에 이 점에서 강한 전파가 잡히고 그 빛을 뜯어 보니, 이것은 별이 아니라 아득히 먼 은하의 중심에서 폭식하는 초대질량 블랙홀이 뿜는 빛이었다. 긴 세월 목록 속 한 줄로만 남아 있던 그 점이, 알고 보니 우주에서 가장 무거운 심장이었던 셈이다.
숫자를 다시 짚어 본다. 태양 660억 개. 이 말이 얼마나 터무니없는지는 우리 은하와 견줘 보면 드러난다. 밤하늘을 가득 채운 우리 은하의 별을 전부, 그러니까 수천억 개를 모조리 저울에 올려도 그 총합은 이 블랙홀 하나에는 미칠 수 없다. 은하 하나가 품은 모든 별빛의 무게보다, 그 은하 한복판에 앉은 검은 점 하나가 더 무겁다는 뜻이다.
우리 은하 중심에도 초대질량 블랙홀이 있지만 그것은 태양의 약 400만 배다. TON 618은 그런 블랙홀보다 만 배 넘게 무거운 것이다. 한쪽 끝에는 훨씬 자그마한 블랙홀도 있다. 무거운 별이 수명을 다하고 제 중심으로 무너지면 블랙홀이 되는데, 그런 블랙홀은 태양의 몇 배에서 몇십 배쯤에 지나지 않는다. TON 618의 무게에 이르려면 그런 별 무게의 블랙홀을 수십억 개나 뭉쳐야 한다. 같은 블랙홀이라는 이름으로 묶기가 민망할 만큼, 둘 사이의 거리는 아득하기만 하다. 우주는 이렇게 하나의 이름 안에 극단의 크기를 함께 품고 있다.
그렇다면 이 무게는 대체 어떻게 쟀을까. 블랙홀은 빛을 내지 않으니 직접 저울에 올릴 도리가 없다. 대신 천문학자들은 블랙홀 둘레를 맴도는 가스가 얼마나 빠르게 소용돌이치는지를 읽는다. 무거운 중심일수록 곁의 가스를 더 사납게 끌어당겨 더 빠르게 돌리기 때문이다. 그 빠르기는 가스가 내는 빛의 색이 넓게 번지는 정도로 드러나고, 천문학자는 그 번짐의 폭을 재어 중심의 무게를 거꾸로 짚어 낸다. 2004년 한 관측팀이 바로 이 방법으로 TON 618의 수소 신호를 재어, 그 중심 블랙홀을 태양의 660억 배로 추정했다. 다만 이 숫자를 확정된 눈금으로 여길 수는 없다. 뒤이은 연구는 다른 빛을 써서 같은 대상을 태양의 400억 배쯤으로 낮춰 잡기도 했으니 말이다. 재는 방법에 따라 수백억 개의 태양이 오간다. 어느 쪽이든, 인류가 아는 가장 무거운 블랙홀의 목록에서 이 이름이 늘 맨 윗자리를 다툰다는 사실만은 흔들리지 않는다. 숫자에 이렇게 폭이 생기는 것은 단순한 오차라기보다, 이토록 먼 괴물의 무게를 잰다는 일이 얼마나 아슬아슬한지를 말해 주는 대목이다.
무겁다는 것과 밝다는 것은 여기서 한 몸으로 묶인다. TON 618을 오래도록 별로 착각하게 만든 건 다름 아닌 그 눈부신 밝기였다. 이 퀘이사는 태양의 140조 배에 이르는 빛을 쏟아 낸다. 우주에서 가장 밝은 축에 드는 등불이니, 104억 광년이라는 아득한 거리를 건너오고도 우리 망원경에 흐릿한 점으로나마 또렷이 잡히는 것이다. 그토록 멀리서도 별처럼 보였으니, 오래 정체를 숨길 만도 했다.
정작 빛을 내는 것은 블랙홀 자신일 리 없다. 빛조차 붙잡아 두는 블랙홀이 스스로 밝을 리 없지 않은가. 그 빛은 블랙홀로 빨려드는 가스에서 나온다. 곧장 떨어지지 못한 가스는 소용돌이치며 납작한 원반을 이루고, 안으로 갈수록 서로 세차게 마찰해 수백만 도까지 달아오른다. 그렇게 달궈진 원반이 자외선과 엑스선을 어마어마하게 쏟아 낸다. 이렇게 은하 중심의 블랙홀이 물질을 삼키며 타오르는 현상을 퀘이사라 부른다.

블랙홀이 무거울수록 이 밥상은 크고, 밥상이 클수록 불길이 더 사나운 법이다. TON 618이 유난히 밝은 까닭도 결국 그 무게에 있다. 이만큼 밝은 천체가 하늘에 또 있느냐 하면, 최근에는 이보다 더 밝게 타오르는 퀘이사마저 발견되었다. 무게의 왕좌와 밝기의 왕좌가 늘 같은 자리에 앉지는 않는 모양이다.
흥미로운 건, 정작 이 블랙홀을 품은 은하가 우리 눈에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중심의 퀘이사가 워낙 눈부시게 타오르는 탓에, 그 둘레에 펼쳐진 별들의 빛이 통째로 묻혀 버리기 때문이다. 도시 한복판의 서치라이트 곁에서는 잔별 하나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과 같다. 그래서 천문학자들은 이 찬란한 한 점 뒤에 어떤 은하가 숨어 있는지조차 아직 또렷이 그려 내지 못한다. 가장 밝은 것이, 정작 제 집을 가장 깊이 가리고 있는 셈이다.
무게가 손에 잡히지 않는다면, 크기로 옮겨 그려 본다. 블랙홀에는 사건의 지평선이라 부르는 경계가 있다. 한번 그 안으로 들어간 것은 빛조차 다시 나오지 못하는, 되돌릴 수 없는 문턱이다. 무거운 블랙홀일수록 이 문턱이 넓게 벌어지는데, TON 618의 지평선은 그 지름이 무려 2,600천문단위에 이른다. 천문단위란 지구에서 태양까지의 거리를 가리킨다. 그 거리를 2,600번 이어 붙여야 이 블랙홀의 입 한쪽 끝에서 반대쪽 끝에 겨우 닿는다는 이야기다.
가늠이 잘 되지 않으니 우리 태양계를 그 안에 넣어 본다. 태양에서 가장 바깥 행성인 해왕성까지의 거리를 지름으로 친 우리 태양계 전체가, 이 블랙홀의 사건의 지평선 안에서는 마흔 번 넘게 되풀이해 들어간다. 다시 말해 태양과 여덟 행성을 통째로, 그것을 마흔 벌쯤 나란히 담고서 자리가 남는 어둠이다. 빛이 이 문턱을 한쪽 끝에서 반대쪽까지 가로지르는 데만 보름이 걸린다. 우리가 평생을 다 써도 끝에 닿지 못할 태양계가, 이 하나의 블랙홀 앞에서는 손톱만 한 점으로 쪼그라든다.
무게로 한 번 놀란 마음이, 크기 앞에서 또 한 번 아득해진다. 그 안으로 한번 떨어진 빛은 두 번 다시 우리에게 소식을 전하지 못한다. 이 거대한 입은 지금 이 순간에도 주변의 가스를 소리 없이 삼키며, 그 마지막 섬광만을 우주 밖으로 흘려보내고 있다. 우리가 밤하늘에서 만나는 그 얌전한 한 점 뒤에, 이런 규모의 사건이 지금도 소리 없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그렇게 자꾸만 우리의 상상을 벗어나는 것이다.
한 가지가 더 남았다. 우리가 지금 보는 TON 618의 빛은 오늘 켜진 빛이 아니다. 이 블랙홀은 약 104억 광년 밖에 자리한다. 그 빛이 우주를 가로질러 우리 눈에 닿기까지 104억 년이 걸렸다는 뜻이다. 지금 망원경에 잡히는 저 모습은 지구와 태양이 아직 태어나기 한참 전의 장면이다. 우리는 이 괴물의 아주 오래된 어린 시절을 이제야 뒤늦게 넘겨보고 있는 것이다. 멀리 본다는 건 우주에서 곧 오래전을 본다는 뜻이다.
그리고 바로 여기에 천문학자들을 오래 붙든 수수께끼가 있다. 우주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이른 시기에, 어떻게 태양 수백억 배짜리 블랙홀이 벌써 다 자라 있었을까. 우리가 보는 이 모습은 우주가 지금 나이의 사분의 일도 되기 전, 그러니까 태어난 지 삼십억 년 남짓 되던 무렵의 풍경이다. 블랙홀이 물질을 삼켜 살을 찌우는 데에는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게다가 너무 왕성하게 먹어 치우면 그만큼 거센 빛과 바람이 곁의 가스를 밀어내, 제 손으로 밥상을 엎어 버리곤 한다. 그런데도 이만한 무게로 자라기엔 그 시절 우주는 지나치게 젊었다. 씨앗이 되는 블랙홀이 애초에 꽤 무겁게 태어났거나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먹어 치웠거나, 둘 중 하나여야 앞뒤가 맞지 않겠는가. 그렇게 이른 아침에 벌써 이만한 거인이 우뚝 서 있었다는 사실이야말로, 이 블랙홀이 우리에게 남긴 가장 묵직한 물음이 아닐까.
돌이켜 보면 우리는 늘 무게를 재며 산다. 아침마다 저울 위의 눈금을 노려보거나, 몸이 하루하루 느끼는 가벼움과 무거움을 헤아리며 하루를 시작한다. 그렇게 손에 익은 감각으로 세상을 가늠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그런데 TON 618 앞에서는 그 감각이 아무 소용이 없다. 태양 660억 개라는 말은 그저 숫자일 뿐, 우리 몸은 그 무게를 결코 실감하지 못한다.
잴 수 없는 것 앞에 한번 서 보는 일, 그것만으로도 우리의 저울은 한 뼘쯤 넓어진다.
어쩌면 그 실감 나지 않음이야말로 이 천체가 우리에게 건네는 선물인지도 모른다. 밤하늘의 흐릿한 한 점이 태양계를 마흔 벌씩 삼키는 무게라는 걸 알고 나면, 매일 노려보던 저울 눈금이 문득 아득하게 느껴진다. 오늘 밤 당신이 창밖으로 올려다보는 어둠 어딘가에도, 셀 수 없이 무거운 심장이 104억 년 전의 빛으로 조용히 반짝이는 중이다. 우주에서 가장 무거운 이 블랙홀은, 무게로 우리를 압도하면서 어떻게 그렇게 무거워졌느냐는 물음까지 함께 건넨다.
이 글의 사실은 아래 1차 문헌(원논문)과 기관 자료에 근거합니다. 위키백과·보도자료가 인용하는 원출처까지 함께 밝혀 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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