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자리 방향 40억 광년 밖의 별 같은 점 하나가, 100년 넘게 정확히 12년마다 두 번씩 번쩍인다. 그 규칙적인 박자의 정체는 서로를 붙든 채 도는 두 개의 초대질량 블랙홀이다.
밤하늘 게자리 방향에는 12년마다 어김없이 두 번을 연달아 번쩍이는 빛이 하나 있다. 이름은 OJ 287, 별처럼 보이지만 실은 40억 광년 밖 어느 은하의 심장이다. 100년이 넘는 관측 기록에 그 밝기의 오르내림이 고스란히 새겨져 있고, 천문학자들은 다음 번쩍임의 날짜를 달력에 미리 적어 둘 만큼 이 빛의 약속을 신뢰하게 되었다. 도대체 무엇이 이토록 정확하게 시간을 지키는 걸까.
우리에게는 십이지라는 오래된 시계가 있다. 쥐에서 시작해 소, 호랑이를 지나 돼지까지 열두 짐승이 한 바퀴를 돌면 꼭 12년이 흐른다. 그래서 나와 띠동갑인 사람은 나이가 열두 살이나 스물네 살씩 벌어져 있어도 같은 해의 짐승을 나눠 갖는다. 열두 해에 한 번씩 제 차례가 돌아온다는 그 규칙적인 리듬이, 나는 어쩐지 다정하게 느껴진다. 무심한 하늘도 알고 보면 이렇게 셈을 지키며 돈다.
밤하늘에도 12년을 주기로 제 차례를 지키는 빛이 하나 있다. 게자리 방향으로 아득히 먼 곳, 이름도 무뚝뚝한 OJ 287이라는 천체다. 이 별 같은 점은 대략 12년마다 한 번씩, 그것도 두 번을 연달아 환하게 번쩍인다. 천문학자들은 100년이 넘도록 이 빛의 오르내림을 지켜봐 왔고, 다음 번쩍임이 언제일지를 달력에 미리 적어 둘 만큼 그 약속을 신뢰하게 되었다.
도대체 무엇이 이토록 정확하게 시간을 지킬 수 있는 걸까. 별 하나가 어떻게 사람의 한평생보다 긴 세월 동안 박자를 놓치지 않는지, 그 답이 이 이야기의 전부다. 그리고 그 답에는 우주에서 가장 무거운 존재 둘이 서로를 붙든 채 얽혀 있다.
OJ 287은 이름부터가 별이 아니라는 사실을 감추고 있다. 1960년대에 전파망원경으로 하늘을 훑던 천문학자들이 강한 전파를 쏘아 보내는 점 하나를 발견했고, 오하이오 하늘 탐사 목록에 정리하며 붙인 번호가 그대로 이름이 되었다. 겉보기에는 흐릿한 별 같지만, 그 정체는 무려 40억 광년도 더 떨어진 어느 은하의 중심이다. 우리가 보는 그 작은 빛은 지구에 겨우 생명이 싹트던 시절에 그 은하를 떠나, 40억 년을 달려 이제야 도착했다.
이런 천체를 블레이자라 부른다. 은하 한복판의 초대질량 블랙홀이 주변 물질을 삼키며 타오를 때, 그 양극에서 거의 빛의 속도로 내뿜는 물질 다발이 마침 지구를 정면으로 겨누는 경우다. 정면으로 쏘아지는 등불을 마주 본 자리라 유난히 밝고, 밝기도 변덕스럽게 요동친다. 말하자면 블레이자는 퀘이사를 정면에서 바라본 얼굴인데, 그 자세한 사연은 퀘이사란 무엇일까 편에 담아 두었다.
OJ 287이 특별한 까닭은 따로 있다. 하필 이 천체가 자리한 하늘은 19세기 말부터 다른 목적으로 사진 건판에 자주 담기던 구역이라, 100년이 훌쩍 넘는 밝기 기록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사람이 태어나 늙어 죽는 한평생보다도 긴 관측 일지다. 그 긴 곡선을 펼쳐 놓고 들여다보자, 뜻밖의 규칙이 눈에 들어왔다. 밝기가 대략 12년을 주기로 크게 부풀어 오르기를, 100년 동안 어김없이 되풀이하고 있었다. 게다가 더 완만하게는 50년을 넘는 긴 물결까지 겹쳐 있었다. 짧은 리듬과 긴 리듬이 포개진, 하늘에 새겨진 이중의 악보였다.
수수께끼는 번쩍임의 모양에 있었다. 보통의 블레이자는 제멋대로, 예고 없이 밝아졌다 어두워진다. 그런데 OJ 287은 12년마다 정확히 두 번의 봉우리를 나란히 세우며 타올랐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 그것도 시계처럼 규칙적으로. 무언가가 이 빛에 엄격한 박자를 새기고 있다는 뜻이었다.
1988년, 핀란드의 마우리 발토넨을 비롯한 천문학자들이 대담한 답을 내놓았다. 저 은하 중심에는 초대질량 블랙홀이 둘 있다는 것이다. 커다란 블랙홀 곁을 작은 블랙홀이 약 12년을 주기로 크게 찌그러진 타원을 그리며 돌고 있다는 그림이었다. 두 개의 검은 심장이 서로를 붙든 채 함께 도는, 우주에서 손꼽히게 무거운 한 쌍이다.
무게를 재어 보면 그 규모가 좀처럼 실감 나지 않는다. 중심의 큰 블랙홀은 태양의 약 180억 배에 이르는데, 지금껏 알려진 블랙홀 가운데서도 가장 무거운 축에 든다. 곁을 도는 작은 쪽조차 태양의 1억 배가 넘는다. 우리 은하 한복판에 앉은 블랙홀이 태양의 400만 배 남짓임을 떠올리면, OJ 287의 중심은 그보다 수천 배나 더 무거운 괴물이다. 그토록 무거운 두 존재가 한자리에서 맞물려 돌고 있으니, 하늘이 그토록 규칙적인 박자를 낼 만도 하다.
다만 이 무게는 아직 논쟁 중이기도 하다. 작은 블랙홀의 질량은 연구마다 태양의 1억 배 안팎에서 조금씩 다르게 나오고, 큰 블랙홀의 값을 두고도 이견이 있다. 우주의 저울은 늘 오차를 품고 있어서, 천문학자들은 지금도 더 정밀한 눈금을 찾는 중이다. 분명한 것은 저곳에 블랙홀이 둘이라는 사실, 그리고 그 둘이 함께 도는 춤이 이 모든 이야기의 원동력이라는 점이다. 이보다 더 무거운 홀로 된 블랙홀이 궁금하다면 TON 618 편도 곁에 두고 읽어 볼 만하다.
그렇다면 왜 하필 두 번일까. 큰 블랙홀은 제 둘레에 뜨겁게 달아오른 가스 원반, 곧 강착원반을 두르고 있다. 작은 블랙홀이 그 큰 궤도를 한 바퀴 도는 동안, 기울어진 원반을 위아래로 두 차례 꿰뚫고 지나간다. 작은 블랙홀이 원반을 관통할 때마다 그 자리의 가스가 격하게 짓눌리고 데워져 거대한 불덩이로 부풀고, 그것이 며칠에 걸쳐 환한 섬광으로 터져 나온다. 한 궤도에 두 번의 관통, 그래서 두 번의 번쩍임이다.
흥미롭게도 이 관통 섬광은 평소 블레이자의 빛과 결이 다르다. 제트에서 오는 빛은 특정 색으로 치우쳐 있지만, 원반이 부딪혀 달아오른 가스는 온 색깔을 고루 뿜는 뜨거운 열복사에 가깝다. 그래서 두 번의 봉우리가 나타날 때 빛의 성질을 뜯어보면, 이것이 제트의 변덕이 아니라 진짜로 원반이 얻어맞은 흔적임을 가려낼 수 있다. 이 미묘한 차이가 두 블랙홀 모형을 떠받치는 결정적인 증거가 되었다.
이 그림이 놀라운 것은 단순한 비유에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두 블랙홀이 그리는 궤도는 한 바퀴 돌 때마다 그 방향이 크게 틀어진다. 수성의 궤도가 아인슈타인의 예측대로 100년에 각도 몇 초씩 아주 미세하게 돌아간다면, OJ 287의 작은 블랙홀은 한 바퀴에 무려 39도씩 궤도가 휙휙 돌아간다. 중력이 얼마나 강렬한 곳인지, 그 숫자 하나가 말해 준다. 이 어긋나는 궤도까지 계산에 넣어야만, 다음 섬광이 언제 어디서 터질지를 맞힐 수 있다.
여기서부터가 진짜 놀라운 대목이다. 천문학자들은 이 두 블랙홀의 운동 방정식을 풀어, 다음 번쩍임의 날짜를 미리 예언하기 시작했다. 2008년 발토넨의 연구진은 앞선 예측대로 섬광이 제때 터지는 것을 확인하고, 그 결과를 국제 학술지에 실었다. 그리고 예언은 점점 대담해졌다. 이들은 다음 큰 섬광이 2015년 12월 초, 일반상대성이론이 발표된 지 꼭 100년이 되는 무렵에 터질 것이라 못 박았다.
빛은 약속을 지켰다. 2015년 12월 5일, OJ 287은 예고된 시각에 예고된 밝기로 환하게 타올랐다. 이 섬광은 그저 볼거리로 끝나지 않았다. 두 블랙홀이 서로를 돌며 시공간에 잔물결, 곧 중력파를 흘려보내면 궤도의 에너지가 조금씩 새어 나가 공전 주기가 미세하게 짧아진다. 놀랍게도 관측된 섬광의 시각은 바로 그 에너지 손실까지 계산에 넣어야 딱 맞아떨어졌다. 지상의 어떤 실험실도 흉내 낼 수 없는 규모에서, 100년 된 이론이 다시 한번 시험대를 통과했다.
이 예언은 한 번의 요행이 아니었다. 2019년에도 예고된 섬광이 관측되었고, 그 시각은 예측에서 몇 시간밖에 벗어나지 않았다. 최근에는 관측을 촘촘히 겹쳐, 작은 블랙홀이 원반을 뚫고 나오는 바로 그 순간의 신호를 처음으로 붙잡았다는 보고까지 나왔다. 100년 전의 사진 건판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이제는 시간과 공간을 소수점까지 다투는 정밀한 무대가 되었다.
별 하나가 12년마다 지켜 온 약속을, 우리는 이제 달력에 미리 적어 둘 수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두 블랙홀은 서로를 향해 아주 천천히 다가서고 있다. 수만 년이 흐른 먼 훗날에는 결국 하나로 합쳐지며, 우주 전체를 가로지를 만큼 거대한 중력파를 뿜을 것이다. OJ 287이 우리에게 보내는 12년짜리 신호는, 그 장대한 마지막을 향해 가는 두 심장의 박동을 미리 엿듣는 일에 가깝다.
우리가 오늘 보는 이 번쩍임은 40억 년 전에 떠난 빛이다. 그 빛이 우주를 건너오는 동안 지구에서는 바다가 생기고 생명이 나고 사람이 하늘을 올려다보기 시작했다. 그러니 다음 봉우리가 언제 터질지 헤아리는 일은, 40억 년 전에 부친 편지의 도착 시각을 미리 아는 일과 같다. 별 하나가 이토록 오래 약속을 지킨다는 사실이, 나는 오늘도 조금 위로가 된다. 그 오래된 빛이 다음 차례에도 어김없이 당신에게 가 닿기를, 나는 달력 한 귀퉁이에 조용히 적어 둔다.
이 글의 사실은 아래 1차 문헌(원논문)과 기관 자료에 근거합니다. 위키백과·보도자료가 인용하는 원출처까지 함께 밝혀 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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