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천체

아인슈타인 십자가, 하나의 퀘이사가 네 개로 보이는 이유

밤하늘 사진 속, 작은 은하를 둘러싸고 별처럼 밝은 점 네 개가 십자로 늘어선 장면. 그 넷이 사실은 모두 같은 천체라는, 중력이 만든 우주의 착시를 들여다본다.

글 · 경이의목록· 약 7분 읽기· 2026.07

밤하늘 사진 한 장에, 작은 은하를 둘러싸고 별처럼 밝은 점 네 개가 십자로 늘어선 장면이 있다. 흔히 아인슈타인 십자가라 불리는 이 풍경에서, 놀랍게도 네 점은 서로 다른 별이 아니다. 넷 다 똑같은 천체다. 아주 먼 퀘이사 하나의 빛이 앞을 가로막은 은하의 중력에 휘어, 넷으로 갈라져 보이는 것이다.

1.하늘에 그려진 십자가

허블 우주망원경이 촬영한 아인슈타인 십자가(Q2237+0305). 앞쪽 은하의 밝은 핵 둘레로 같은 퀘이사의 상 네 개가 십자 모양으로 맺혀 있다.
허블 우주망원경이 담은 실제 아인슈타인 십자가(Q2237+0305). 가운데 앞 은하를 두고, 같은 퀘이사가 네 상으로 맺혔다.NASA, ESA & STScI · Public Domain
하나의 퀘이사, 네 개의 상 가운데 앞 은하를 두고, 같은 퀘이사가 십자로 맺힌다 상 1 상 2 상 3 상 4 앞 은하 (+희미한 5번째 상) 네 상의 벌어짐 ≈ 1.8″ (아주 좁다)
가운데 앞 은하를 두고 같은 퀘이사가 위·아래·좌·우 네 상으로 맺힌다. 한복판의 다섯 번째 상은 은하 빛에 파묻혀 잘 보이지 않는다.도해 · 경이의목록

이 십자가가 처음 세상에 알려진 건 1985년이다. 미국의 천문학자 존 후크라가 이끄는 연구진은 은하 수천 개의 거리를 차례로 재는 대규모 관측을 벌이고 있었다. 그러다 페가수스자리 방향의 한 은하에서, 도무지 한 천체의 것일 수 없는 스펙트럼이 잡혔다. 가까운 은하에서 나올 법한 신호 위에, 아주 멀리 있는 퀘이사의 신호가 포개져 있었던 것이다. 앞뒤로 까마득히 떨어진 두 천체가 하늘에서는 같은 자리에 겹쳐 보인다는 뜻이었다.

이런 겹침은 우연이라기엔 지나치게 정교했다. 뒤의 퀘이사가 앞 은하 바로 뒤에 거의 일직선으로 숨어, 그 은하의 중력이 퀘이사의 빛을 렌즈처럼 휘어 놓은 것이다. 그래서 이 천체에는 발견자의 이름을 딴 후크라의 렌즈라는 별명도 나란히 붙었다. 우주에서 이렇게 정식 이름과 애칭을 함께 얻는 천체는 흔치 않다. 렌즈가 된 앞 은하는 가운데에 밝은 핵을 품은 막대나선은하였다. 하필 그 핵 바로 뒤에 퀘이사가 겹친 덕에, 네 상이 은하의 얼굴 위에 또렷이 새겨졌다.

정작 발견 당시에는 네 개의 상이 또렷이 갈라져 보이지 않았다. 그저 은하 뒤에 퀘이사가 숨어 있다는 사실만 스펙트럼으로 확인했을 뿐이다. 네 점이 온전히 넷으로 나뉘어 눈에 담긴 건 몇 해 뒤의 일이다. 하나의 빛이 넷으로 갈라져 십자를 이룬다는 게 사진으로 확인되고서야, 이 조용한 이름 하나가 비로소 제자리를 찾았다.

허블 우주망원경이 촬영한 말굽 모양의 아인슈타인 고리. 앞쪽 붉은 은하의 중력이 뒤 푸른 은하의 빛을 거의 완전한 고리로 늘여 놓았다.
정렬이 거의 완벽하면 빛은 둥근 고리가 된다 — 허블이 담은 '말굽 아인슈타인 고리'. 아인슈타인 십자가는 이 정렬이 살짝 어긋난 사촌 격이다.ESA/Hubble & NASA · Public Domain

2.빛도 휜다는 예언

그런데 빛이 대체 어떻게 네 갈래로 갈라진다는 걸까. 열쇠는 중력이 빛의 길마저 휜다는 데 있다. 무거운 물체는 제 주위의 공간을 우묵하게 휘어 놓고, 그 곁을 지나던 빛은 휘어진 공간을 따라 살짝 방향을 튼다. 팽팽한 고무막 한가운데 무거운 공을 올리면 막이 움푹 꺼지고, 그 위를 굴러가던 구슬이 곧게 못 가고 비스듬히 휘어 도는 장면을 떠올리면 얼추 맞다.

이 예언을 처음 또렷이 세운 사람이 아인슈타인이다. 그의 이론이 옳다는 건 1919년 개기일식 때 이미 확인됐다. 태양 뒤편의 별빛이 태양 곁을 지나며 살짝 휘어, 별의 위치가 원래 자리에서 밀려 보인 것이다. 다만 아인슈타인은 별과 별 사이에서 이런 일이 벌어져도 그 각도가 너무 작아 사람 눈으로는 결코 볼 수 없으리라 여겼다. 자신의 이름이 붙을 십자가를 정작 그는 상상하지 못했다. 얼마 뒤 한 천문학자가, 별처럼 작은 것 대신 은하처럼 거대한 덩어리가 렌즈가 되면 그 휘어짐이 충분히 커져 눈으로 볼 수 있으리라 내다봤다. 그 사이 1979년에는 하나의 퀘이사가 둘로 보이는 첫 중력렌즈(쌍둥이 퀘이사)가 발견되며, 예언은 이미 현실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반세기가 더 흐른 뒤, 그 내다봄은 아예 네 갈래로 갈라진 십자가가 되어 하늘에 또렷이 그려졌다.

앞을 가로막은 은하가 완벽하게 동그란 데다 뒤 천체와 자로 잰 듯 일직선으로 놓이면, 빛은 사방으로 고르게 휘어 하나의 둥근 고리를 이룬다. 이것이 아인슈타인 고리다. 하지만 현실의 은하는 대개 조금씩 찌그러져 있고, 앞뒤 정렬도 완벽하지 않다. 그렇게 대칭이 살짝 어긋나면 고리는 몇 개의 점으로 쪼개진다. 아인슈타인 십자가는 그 어긋남이 하필 네 개의 상으로 단정하게 맺힌, 유난히 아름다운 경우다. 이토록 먼 곳에서도 이렇게 밝게 빛나는 퀘이사가 정확히 무엇인지는 퀘이사란 무엇일까 편에서 따로 다룬다.

3.왜 하필 넷일까

거울이 깨지면 한 얼굴이 여러 조각에 나뉘어 비치듯, 휘어진 공간도 뒤에 있는 하나의 빛을 여러 갈래로 나눠 우리에게 보낸다. 렌즈 노릇을 하는 은하가 완전한 공을 이루지 못하고 살짝 타원으로 눌린 모양이면, 뒤 퀘이사의 빛이 은하를 에돌아 오는 길이 네 갈래로 갈린다. 그래서 우리 눈에는 같은 퀘이사가 은하를 가운데 두고 위아래좌우 네 점으로 맺힌다. 사실은 한복판에 다섯 번째 상까지 맺히지만, 앞 은하의 밝은 빛에 파묻혀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다. 말 그대로 하나가 넷으로 늘어난 착시다.

허블 우주망원경이 찍은 은하단 아벨 370. 앞쪽 은하단의 중력이 뒤 은하들의 빛을 길게 늘여, 여러 개의 빛나는 호와 줄무늬로 갈라 놓았다.
은하단 아벨 370의 중력이 뒤편 은하들의 빛을 여러 개의 호로 늘여 갈라 놓았다. 아인슈타인 십자가도 같은 원리로, 하나의 퀘이사가 네 상이 된다.NASA, ESA & J. Lotz(STScI) · Public Domain

이 십자가가 특히 놀라운 건 그 크기다. 네 점이 은하 중심에서 벌어진 각도는 고작 1초 남짓이다. 팔을 쭉 뻗어 든 바늘 끝을 몇 킬로미터 밖에서 겨우 알아보는 정도의, 믿기 힘들 만큼 좁은 틈이다. 네 상이 죄다 앞 은하의 환한 몸통 안쪽에 옹기종기 들어앉아 있을 만큼 촘촘하다. 그 좁은 자리에서 넷을 또렷이 갈라내려면 아주 예리한 눈이 필요했고, 그래서 발견 당시에는 하나로 뭉개져 보였던 것이다. 이렇게 네 상이 촘촘하면서 거의 완벽한 대칭까지 갖춘 십자가는 온 하늘을 통틀어도 손에 꼽을 만큼 드물다. 그래서 아인슈타인 십자가는 숱한 중력렌즈 가운데서도 유독 교과서에 빠지지 않고 실린다.

거리의 대비는 더 아득하다. 렌즈 노릇을 하는 앞 은하는 사억 광년쯤 떨어진 이웃뻘이고, 그 뒤로 십자를 그리는 퀘이사는 팔십억 광년 너머에 있다. 우리는 지금, 지구가 생기기도 한참 전에 그 퀘이사를 떠난 빛을 보고 있다. 그 까마득한 빛이 중간의 은하를 만나 네 갈래로 갈라진 뒤, 하나의 십자가가 되어 우리 망원경에 닿는다. 우리가 올려다보는 이 한 장의 십자가 안에, 억겁의 시간과 억겁의 거리가 통째로 접혀 들어가 있는 것이다.

4.십자가로 재는 것들

이 십자가는 그저 보기 좋은 우주의 장식에 그치지 않는다. 천문학자들에게는 더없이 쓸모 있는 도구다. 네 갈래로 갈라진 빛은 저마다 길이가 다른 길을 돌아오느라, 지구에 닿는 시각이 조금씩 어긋난다. 그 시차를 정밀하게 재면 우주가 지금 얼마나 빠르게 부풀고 있는지, 곧 우주의 팽창 속도를 가늠할 수 있다. 하나의 십자가가 우주의 크기를 재는 자가 되는 것이다.

더 놀라운 쓰임도 있다. 앞 은하 속을 떠도는 별 하나가 우연히 네 상 가운데 하나의 앞을 스쳐 지날 때가 있다. 그러면 그 작은 별의 중력이 돋보기처럼 끼어들어, 그 상 하나만 몇 달에 걸쳐 밝아졌다 다시 어두워진다. 이 미세한 밝기의 출렁임을 며칠씩 끈질기게 지켜보면, 놀랍게도 저 먼 퀘이사의 속살을 들여다볼 수 있다. 별이 상 앞을 훑고 지나가는 동안, 마치 퀘이사의 중심을 한 줄 한 줄 스캔하듯 그 안쪽 구조가 밝기 변화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앞 은하의 별 한 개가, 퀘이사의 속을 스캔한다 한 상의 밝기 변화 별이 상 앞을 지날 때 시간 → 밝기 그로써 읽어낸 강착원반 블랙홀 안쪽 · 더 파랗고 뜨겁다 바깥 · 더 붉고 식는다
별이 상 앞을 스치는 동안 그 상만 밝아졌다 어두워진다(왼쪽). 이 출렁임을 풀면, 점으로만 보이던 퀘이사 강착원반의 크기와 온도 결까지 드러난다(오른쪽).도해 · 경이의목록

이 방법으로 천문학자들은, 팔십억 광년 밖 퀘이사 한복판에서 물질이 소용돌이치는 강착원반의 크기를 실제로 재냈다. 지구에서 아무리 큰 망원경을 들이대도 한낱 점으로밖에 안 보이는 그 작은 심장을, 앞 은하의 별 한 개가 대신 확대해 준 것이다. 그래서 천문학자들은 수십 년째 이 십자가의 네 상을 밤마다 지켜보며, 별이 상 앞을 가로지르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기록해 왔다. 심지어 원반 안쪽이 더 파랗고 바깥이 더 붉다는 것, 그러니까 가운데가 뜨겁고 가장자리로 갈수록 식는다는 온도의 결까지 읽혔다. 점으로만 보이던 대상의 내부 지도가 이 우연한 십자가 덕분에 그려진 것이다. 그 심장이 어떻게 그토록 밝게 타오르는지 궁금하다면 퀘이사와 블랙홀의 차이를 함께 읽어도 좋다.

5.아인슈타인이 못 본 십자가

돌이켜 보면 아인슈타인은 이 현상이 실제로 눈에 담기리라 믿지 않았다. 계산으로는 옳지만 하늘에서 확인할 길은 없는, 아름답지만 쓸모없는 예언쯤으로 여겼던 것이다. 그런데 우주는 그의 겸손을 슬쩍 넘어서서, 그가 못 볼 거라던 바로 그 장면에 그의 이름을 새겨 넣었다. 세상에 이보다 근사한 반전이 또 있을까.

밤하늘의 어떤 점은 정말 그 자리에 그렇게 놓여 있는 걸까. 아인슈타인 십자가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말한다. 하나로 보이는 것이 실은 넷일 수도 있고, 곧게 온 줄만 알았던 빛이 실은 크게 에돌아 온 것일 수도 있다. 우리가 하늘에서 읽는 것은 늘 있는 그대로만은 아니다. 그 사이 아득한 공간이 빛에게 해 놓은 일까지 함께 겹쳐 있다.

하나로 보이던 빛이 실은 넷이었다. 우주는 종종 그렇게 우리의 눈을 가만히 넘어선다.

그러니 언젠가 당신이 아인슈타인 십자가의 사진을 다시 만난다면, 네 점을 따로따로 세지 말고 가만히 하나로 겹쳐 보면 좋겠다. 서로 다른 네 갈래 길을 돌아온 같은 빛이, 억겁의 우회 끝에 마침내 한자리에서 만나는 장면이니 말이다. 그 겹침을 알아보는 눈이 곧, 보이는 것 너머를 읽어 내는 천문학의 눈이다.


§참고한 자료

이 글의 사실은 아래 1차 문헌(원논문)과 기관 자료에 근거합니다. 위키백과·보도자료가 인용하는 원출처까지 함께 밝혀 둡니다.

발견 — 아인슈타인 십자가(Q2237+0305)

  1. Huchra, J., Gorenstein, M., Kent, S., Shapiro, I., Smith, G., Horine, E. & Perley, R. (1985). “2237+0305: A New and Unusual Gravitational Lens.” The Astronomical Journal 90, 691. doi:10.1086/113777 — ‘후크라의 렌즈’ 발견. 앞 은하(z=0.039) 뒤 퀘이사(z=1.695).

중력렌즈 이론의 뿌리

  1. Einstein, A. (1936). “Lens-Like Action of a Star by the Deviation of Light in the Gravitational Field.” Science 84, 506. doi:10.1126/science.84.2188.506 — 별에 의한 렌즈 효과. 다만 관측은 불가능하리라 봄.
  2. Zwicky, F. (1937). “Nebulae as Gravitational Lenses.” Physical Review 51, 290. doi:10.1103/PhysRev.51.290 — 은하(성운)라면 렌즈 효과를 관측할 수 있다는 예견.
  3. Walsh, D., Carswell, R. F. & Weymann, R. J. (1979). “0957+561 A, B: twin quasistellar objects or gravitational lens?” Nature 279, 381. doi:10.1038/279381a0 — 최초로 확인된 중력렌즈(쌍둥이 퀘이사).

미세중력렌즈 — 강착원반 크기·온도 프로파일

  1. Eigenbrod, A., Courbin, F., Meylan, G., et al. (2008). “Microlensing variability in QSO 2237+0305 = the Einstein Cross. II. Energy profile of the accretion disk.” Astronomy & Astrophysics 490, 933. doi:10.1051/0004-6361:200810729 — 미세중력렌즈로 강착원반의 에너지(온도) 분포 측정(R ∝ λ^ζ).

개괄

  1. Wikipedia — Einstein Cross · Gravitational lens — 네 상 배치·거리·후속 관측(Yee 1988) 정리.

이어서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