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천체 · 퀘이사 대백과

퀘이사 펄사 차이, 이름만 닮았을 뿐 정반대인 두 천체

퀘이사와 펄사. 발음도 비슷하고 둘 다 1960년대에 정체 모를 전파 신호로 나타났다. 하지만 하나는 죽은 별의 등대이고, 다른 하나는 은하 심장의 블랙홀 불이다. 이름만 닮은 두 천체를 나란히 놓고 본다.

글 · 경이의목록· 약 7분 읽기· 2026.07

쌍둥이처럼 이름이 닮은 형제가 실은 성격이 정반대인 경우가 있다. 밤하늘에도 그런 한 쌍이 산다. 퀘이사펄사. 발음도 어지간히 비슷하고, 둘 다 1960년대에 정체 모를 전파 신호로 세상에 처음 얼굴을 내밀었다. 그래서 지금도 두 이름을 나란히 놓으면 어느 쪽이 뭐였는지 아리송해진다. 그런데 이 둘은 이름의 끝소리만 닮았을 뿐이다. 크기부터 정체, 사는 곳까지 완전히 다르다. 오늘은 그 퀘이사 펄사 차이를 하나씩 짚어 본다.

찬드라 X선 망원경이 담은 게 성운의 중심부. 푸른빛 X선 구름이 소용돌이치고, 한복판에 작고 흰 점 하나가 밝게 빛난다. 이 흰 점이 1초에 서른 번씩 도는 게 성운 펄사, 곧 중성자별이다.
찬드라 X선 망원경이 담은 게 성운의 심장. 한복판의 흰 점이 바로 1초에 서른 번씩 도는 펄사(중성자별)다. 천 년 전 폭발한 별이 남긴 잔해 속에서 지금도 신호를 보내고 있다.X-ray: NASA/CXC/SAO · Public Domain

1.두 이름은 왜 이토록 닮았을까

1960년대의 천문학자들은 하늘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전파 신호를 잇달아 잡아냈다. 그 가운데 하나는 별처럼 작디작은 한 점에서 왔다. 그런데 아무리 뜯어봐도 보통 별이 낼 수 있는 크기의 에너지가 아니었다. 별을 닮았지만 별은 아닌 이 수수께끼의 전파원에 사람들은 '준항성 전파원'이라는 긴 이름을 붙였고, 이내 줄여서 퀘이사라 부르기 시작했다. 별 같지만 별이 아니라는 뜻이 그 이름 안에 그대로 들어 있다. 1963년, 마르턴 슈밋이라는 천문학자가 3C 273이라는 천체의 빛을 해독하면서 그것이 수십억 광년 밖에서 온 빛임을 밝혀냈다. 그렇게 먼 곳의 한 점이 이토록 밝게 보이려면, 대체 얼마나 엄청난 불덩이여야 하는 걸까.

같은 첫인상에서 온 두 이름 둘 다 '별처럼 보이는 정체불명의 전파원'으로 발견됐다 퀘이사 1963년 · 3C 273 준항성 전파원 (별 같지만 별이 아님) 펄사 1967년 · CP 1919 맥동 전파원 (규칙적으로 깜빡임) 별처럼 보이는 전파원 이름의 끝소리마저 닮았지만 — 여기까지가 둘의 공통점 전부다
퀘이사와 펄사는 같은 시대에, 둘 다 '별처럼 보이는 정체불명의 전파원'으로 발견돼 비슷한 이름을 얻었다. 닮은 것은 딱 여기까지다.도해 · 경이의목록

그로부터 몇 해 뒤, 케임브리지의 젊은 대학원생 조슬린 벨이 또 다른 이상한 신호와 마주친다. 이번 전파는 1.3초마다 정확히 한 번씩, 마치 시계처럼 규칙적으로 깜빡였다. 처음엔 그 규칙성이 하도 기이해서, 혹시 외계 문명이 보내는 신호가 아닐까 싶어 'LGM-1', 그러니까 '작은 초록 사람 1호'라는 장난 섞인 이름까지 붙여 두었다고 한다. 다행히 곧 자연이 만든 현상임이 드러났고, 맥동하는 전파원이라는 뜻에서 펄사라는 이름이 지어졌다. 퀘이사와 펄사. 둘 다 별처럼 보이는 정체불명의 전파원으로 같은 시대에 나타났고, 이름의 끝소리마저 닮았으니 헷갈릴 만도 하다. 하지만 딱 여기까지가 둘이 공유하는 전부다. 이 지점을 지나면 두 천체는 서로 반대편으로 갈라선다.

돌면서 빛줄기를 쏘는 등대 중성자별 지름 약 20㎞ · 도시만 하다 좁은 전파 빛줄기 빠른 자전 → 빛줄기가 지구를 스칠 때마다 '깜빡' — 그것이 펄사의 신호다
펄사는 빠르게 자전하는 중성자별이 양극에서 좁은 빛줄기를 뿜는 천체다. 등대처럼 도는 그 빛이 지구를 스칠 때마다 규칙적인 신호가 잡힌다.도해 · 경이의목록

2.펄사 — 도시만 한 죽은 별이 켠 등대

그렇다면 펄사란 대체 무엇일까. 펄사의 정체는 놀랍게도 별의 시체다. 태양보다 훨씬 무거운 별은 일생의 끝에서 거대한 폭발을 일으키며 스스로를 날려 버린다. 그 폭발의 한복판에 별의 중심핵만 오그라들어 남는데, 이것이 중성자별이다. 태양보다 무거운 질량이 지름 20킬로미터 남짓, 그러니까 도시 하나가 겨우 들어갈 만한 공 안에 욱여넣어져 있다. 각설탕 한 조각만큼을 떠내도 그 무게가 수억 톤에 이를 만큼 촘촘하다. 별이 죽어 남긴 이 작고 단단한 심장이 바로 펄사의 몸이다.

이 죽은 별은 가만히 있지 않는다. 몸이 오그라들면서 어마어마하게 빠르게 자전하고, 강력한 자기장을 두른 채 양극에서 좁은 전파 빛줄기를 뿜어낸다. 그 빛줄기가 별의 회전을 따라 우주를 빙빙 훑는다. 마치 바닷가 등대가 빙글빙글 돌며 어둠 속으로 불빛을 던지듯 말이다. 그 빛줄기가 어쩌다 지구를 스칠 때마다 우리는 짧은 신호 하나를 받는다. 별이 한 바퀴 돌 때마다 한 번씩, 깜빡깜빡. 조슬린 벨이 받은 1.3초의 규칙적인 신호는 바로 이 등대가 돌아가는 박자였던 것이다. 어떤 펄사는 1초에 수백 번씩 돌 만큼 어지럽게 빠르다. 그 회전이 어찌나 일정한지 웬만한 원자시계와 견줄 만하다. 무엇보다 펄사는 우리 가까이에 있다. 대부분 우리 은하 안, 길어야 수천에서 수만 광년 거리에 흩어져 있는 이웃이다. 저 유명한 게 성운 한복판에도 1초에 서른 번씩 도는 펄사 하나가 박혀 있다. 그 게 성운은 약 천 년 전, 그러니까 1054년에 폭발한 별이 남긴 잔해다. 당시 사람들은 대낮에도 보일 만큼 환한 별이 하늘에 불쑥 나타났다가 스러지는 광경을 기록으로 남겨 두었다. 그 별의 죽음이 남긴 단단한 심장이 지금도 저렇게 돌며 우리에게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빨려드는 가스가 타오른다 초대질량 블랙홀 태양의 수백만~수십억 배 강착 원반 검은 것은 블랙홀, 빛나는 것은 그 둘레의 뜨거운 가스 이 원반이 은하 전체보다 밝게 타오르면 — 그것이 퀘이사다
퀘이사는 은하 중심 초대질량 블랙홀이 물질을 삼킬 때 켜진다. 빛을 내는 것은 블랙홀이 아니라, 빨려들며 수백만 도로 달아오른 강착원반이다.도해 · 경이의목록

3.퀘이사 — 은하 심장의 블랙홀 화톳불

이제 퀘이사로 건너가 보자. 퀘이사는 별의 시체가 아니다. 애초에 별이라고 부를 수도 없다. 퀘이사는 은하의 정중앙에 도사린 초대질량 블랙홀이 왕성하게 물질을 집어삼킬 때 켜지는 불빛이다. 이 블랙홀의 무게는 펄사와 아예 급이 다르다. 태양의 수백만 배에서 수십억 배에 이른다. 펄사가 태양 한둘의 무게라면, 퀘이사의 심장은 태양 수억 개를 뭉쳐 놓은 괴물이다. 도시만 한 죽은 별과, 태양계를 통째로 삼키고도 남을 블랙홀. 둘의 저울추가 이렇게까지 어긋나 있다.

블랙홀 자체는 빛조차 빠져나오지 못하는 검은 구멍이다. 그러니 정작 눈부시게 빛나는 것은 블랙홀이 아니다. 그 곁이다. 블랙홀로 빨려드는 가스가 소용돌이치며 원반을 이루고, 이 가스가 서로 맹렬히 부딪치고 짓눌리며 수백만 도로 달아오른다. 그렇게 달궈진 원반이 은하 전체의 별을 모두 합친 것보다 밝게 타오른다. 그것이 바로 퀘이사다. 그러니 저 멀리 수십억 광년 밖의 한 점이 그토록 밝게 보였던 것이다. 퀘이사는 대개 아득히 먼 옛 우주에 있다. 그 빛이 우리에게 닿기까지 수십억 년이 걸렸으니, 우리가 지금 보는 퀘이사는 우주가 한창 젊던 시절의 얼굴이다. 이웃에 사는 펄사와 달리, 퀘이사는 시간의 저 끝에서 편지처럼 도착한 손님이다. 가장 가까운 축에 드는 밝은 퀘이사 3C 273조차 20억 광년 넘게 떨어져 있다. 수천억 개의 별이 모인 은하 하나가, 그 한가운데 블랙홀의 불빛 하나에 통째로 압도당하는 광경이다. 은하 전체를 합친 빛보다 중심의 불티 하나가 더 환하다니, 쉽게 믿기지 않는 이야기다. 그 심장을 더 깊이 들여다보고 싶다면 퀘이사란 무엇일까 편을 먼저 읽어도 좋다.

4.나란히 놓고 보면 무엇이 다를까

이제 두 천체를 한 자리에 세워 놓고 견줘 보자. 무엇이 가장 크게 갈릴까. 우선 정체가 다르다. 펄사는 별이 죽어 남긴 실제 천체, 곧 중성자별이다. 반면 퀘이사는 천체 하나의 이름이라기보다, 블랙홀이 물질을 삼키며 은하 중심이 통째로 타오르는 하나의 '현상'에 가깝다. 하나는 별의 마지막이고, 다른 하나는 은하의 심장이 벌이는 불꽃놀이다. 크기와 무게도 하늘과 땅이다. 펄사는 도시만 한 공에 태양 한둘의 무게가 담긴 반면, 퀘이사의 블랙홀은 태양 수백만에서 수십억 배에 달한다.

펄사 죽은 별의 등대 퀘이사 은하 심장의 화톳불 정체 중성자별 (별의 시체) 블랙홀의 강착 현상 질량 태양 한둘 태양 수백만~수십억 배 크기 지름 약 20㎞ (도시) 태양계 규모의 심장 사는 곳 우리 은하 안 (이웃) 수십억 광년 밖 (옛 우주) 동력 빠른 회전 + 자기장 가스 강착 (마찰열) 신호 째깍이는 규칙적 맥박 쉼 없이 타는 화톳불 이름의 끝소리만 닮았을 뿐, 다섯 항목이 모두 정반대다
펄사와 퀘이사를 다섯 항목으로 견줘 보면, 정체·질량·크기·사는 곳·빛을 내는 방식이 모두 정반대로 갈린다.도해 · 경이의목록

사는 곳도 다르다. 펄사는 대체로 우리 은하 안 가까운 이웃이고, 퀘이사는 수십억 광년 밖 먼 옛 우주의 손님이다. 빛을 내는 방식마저 정반대다. 펄사는 빠른 회전과 자기장으로 좁은 빛줄기를 뿜어 등대처럼 규칙적으로 깜빡인다. 퀘이사는 빨려드는 가스가 마찰로 달아오르며 쉼 없이 환하게 타오른다. 하나는 시계처럼 째깍이는 맥박이고, 다른 하나는 꺼질 줄 모르는 화톳불이다. 그러고 보면 퀘이사 펄사 차이는 단순한 크기 차이가 아니다. 별의 죽음과 은하의 심장이라는 전혀 다른 두 이야기다. 이름의 끝소리가 같다는 이유로 한데 묶기엔, 둘은 우주에서 서로 가장 먼 자리에 서 있다. 같은 블랙홀이라도 언제 퀘이사로 켜지는지가 궁금하다면 퀘이사와 블랙홀은 뭐가 다를까 편이 나란히 읽기 좋다.

5.닮은 이름, 다른 심장

돌이켜 보면 신기한 일이다. 사람이 무언가에 이름을 붙일 때는, 대개 그 정체를 다 알기 전에 서둘러 이름부터 짓는다. 이 두 이름이 꼭 그랬다. 둘 다 정체를 모른 채, 그저 '별처럼 보이는 이상한 전파원'이라는 첫인상만으로 비슷한 이름을 얻었다. 그러고 나서야 사람들은 하나가 죽은 별의 등대이고, 다른 하나가 은하를 밝히는 블랙홀의 불이라는 걸 천천히 알아 갔다. 이름은 첫인상에서 오지만, 정체는 오래 들여다본 끝에야 드러난다. 이 얼마나 사람을 닮은 일인가.

닮은 이름 뒤에, 저마다 다른 심장이 뛴다. 별도, 사람도 그렇다.

그러니 다음에 누군가 퀘이사와 펄사를 헷갈려 하거든, 이렇게 떠올려 보면 좋겠다. 펄사는 도시만 한 죽은 별이 켠 작은 등대, 퀘이사는 은하의 심장에서 타오르는 거대한 화톳불. 하나는 우리 곁에서 째깍이고, 다른 하나는 시간의 저 끝에서 빛난다. 이름이 닮았다고 해서 정체까지 닮은 것은 아니다. 그건 사람도, 별도, 어쩌면 당신 곁의 누군가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닮은 얼굴 뒤에 저마다 다른 심장이 뛰고 있다는 것. 밤하늘의 이 두 이름이 조용히 건네는 이야기다.


§참고한 자료

이 글의 사실은 아래 1차 문헌(원논문)과 기관 자료에 근거합니다. 위키백과·보도자료가 인용하는 원출처까지 함께 밝혀 둡니다.

펄사 — 중성자별의 발견

  1. Hewish, A., Bell, S. J., Pilkington, J. D. H., Scott, P. F. & Collins, R. A. (1968). “Observation of a Rapidly Pulsating Radio Source.” Nature 217, 709. doi:10.1038/217709a0 — 최초의 펄사(CP 1919), 주기 1.337초.

퀘이사 — 준항성 전파원의 정체

  1. Schmidt, M. (1963). “3C 273: A Star-Like Object with Large Red-Shift.” Nature 197, 1040. doi:10.1038/1971040a0 — 최초의 퀘이사, 큰 적색이동 해독.

게 성운 펄사 · 히어로 이미지

  1. Chandra X-ray Observatory — Crab Nebula (2011) — 히어로 이미지 출처(X-ray: NASA/CXC/SAO, Public Domain). 2010년 9월~2011년 4월 관측 시퀀스.

개괄

  1. Wikipedia — Pulsar · Neutron star · Quasar — 크기·질량·주기·거리 등 수치 정리.
  2. Wikipedia — Crab Nebula (SN 1054) — 1054년 초신성 기록과 게 성운 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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