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정식이 허락한 지름길, 웜홀. 그 문이 무엇인지에서 시작해 시간여행, 살아서 통과할 조건, 그리고 거꾸로 돌린 문 화이트홀까지 — 순서대로 읽으면 하나의 이야기가 된다.
세 줄 요약
① 웜홀은 시공간의 멀리 떨어진 두 점을 좁은 목으로 잇는 통로다. 1935년 아인슈타인과 로젠이 방정식의 해로 처음 적었다.
② 두 입구의 시각을 어긋나게 하면 시간 기계가 되고, 사람이 지나려면 목을 열어 둘 이색 물질이 필요하다.
③ 직접 증거는 오늘까지 0건이다. 다만 별의 흔들림·이중 봉우리·그림자·중력파 메아리라는 수배 전단은 완성돼 간다.
별과 별 사이는 잔인할 만큼 멀다. 그런데 우주를 설명하는 가장 정확한 이론은, 그 사이를 한 걸음으로 건너뛰는 통로를 방정식 속에 품고 있다. 이 시리즈는 그 통로를 다섯 번에 걸쳐 두드린다. 문의 정체, 문이 열어 줄지도 모를 시간, 문을 지나는 몸의 운명, 문을 시간 거꾸로 돌렸을 때 나타나는 또 하나의 문, 그리고 그 문을 하늘에서 찾아내는 법. 어느 편부터 읽어도 되지만, 순서대로 읽으면 질문이 질문을 물고 이어진다.
정의에서 시작해 시간, 몸, 거꾸로 돌린 문, 그리고 찾는 법으로 이어진다. 다섯 편은 각각 독립해 읽을 수 있지만, 순서대로 읽으면 앞 편의 답이 뒤 편의 질문을 낳도록 짜여 있다. 아래 다섯 장의 목록이 그 순서다. (Einstein & Rosen 1935, Phys. Rev. 48:73 · Morris & Thorne 1988, Am. J. Phys. 56:395)
웜홀은 관측된 적이 없는 대상이라, 이야기의 뼈대가 관측이 아니라 계산과 조건으로 짜인다. 그래서 순서가 특히 중요하다. 무엇이 방정식에서 나왔고, 무엇이 그 위에 얹은 가정이며, 무엇이 아직 확인되지 않았는지를 매 편에서 갈라 적었다.
시공간의 멀리 떨어진 두 점을 좁은 목으로 곧장 잇는 통로다. 1935년 아인슈타인과 로젠이 일반 상대성 이론의 해로 처음 적었고, 사과 겉을 도는 지렁이가 속을 파고들면 훨씬 짧은 길로 반대편에 닿는다는 비유에서 벌레 구멍이라는 이름이 왔다. (Einstein & Rosen 1935, Phys. Rev. 48:73)
문의 정체를 다룬 첫 편은 웜홀이란 무엇인가에서 읽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 통로가 누군가의 공상에서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아인슈타인이 바꿔 놓은 것은 공간에 대한 생각이었다. 그 이전까지 공간은 텅 빈 무대였고, 그 위에서 별이든 사람이든 각자 움직일 뿐 무대 자체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질량이 무대를 휘게 한다는 그림이 서고 나서야, 그 휘어짐이 극단으로 치달은 자리에 목이 생길 수 있다는 계산이 따라 나왔다.
방정식은 금지하지 않는다. 한쪽 입구만 빛에 가까운 속도로 다녀오게 하면 두 입구의 시계가 어긋나고, 그 순간 웜홀은 서로 다른 두 시각을 잇는 통로가 된다. 다만 그때부터 할아버지 역설이 따라붙는다. (Morris, Thorne & Yurtsever 1988, Phys. Rev. Lett. 61:1446)
역설의 세 가지 해법과 호킹의 시간순서 보호 가설은 웜홀 시간여행 편에서 다뤘다.
물리학에는 늘 미래 쪽으로만 나아가고 빛보다 빠르지도 않으면서 끝내 자기 자신의 과거로 돌아오는 경로가 있다. 닫힌 시간꼴 곡선이라 부른다. 괴델의 회전 우주가 그랬고, 커 블랙홀이 그랬고, 통과 가능한 웜홀이 그 목록에 이름을 올린 가장 최근의 후보다.
지금으로서는 어렵다. 목은 중력이 안으로 잡아당겨 저절로 닫히므로, 열어 두려면 밀어내는 중력을 내는 이색 물질이 필요하다. 목이 좁으면 조석력이 몸을 세로로 늘리고 옆으로 조인다. (Morris & Thorne 1988, Am. J. Phys. 56:395)
통과의 조건표는 웜홀 통과 편에 정리했다.
중력은 가까울수록 세다. 좁은 목에서는 발과 머리가 받는 중력의 차이가 커져 몸을 세로로 늘리고 옆으로 조인다. 목이 클수록 그 차이가 완만해지며, 사람이 견딜 만한 기준은 대략 지구 중력 수준이다. 그래서 통과 가능한 웜홀의 설계도는 언제나 목의 크기에서 시작한다.
같은 방정식이 품은 한 쌍이다. 화이트홀은 블랙홀의 필름을 거꾸로 돌린 해이며, 1960년 크러스컬이 슈바르츠실트 해를 최대한 확장하면서 그 영역이 드러났다. 만들 방법이 없고 열역학이 막는다는 이유로 오래 배제돼 왔다. (Kruskal 1960, Phys. Rev. 119:1743 · Eardley 1974, Phys. Rev. Lett. 33:442)
세 번의 사망 선고와 최근의 부활은 화이트홀이란 무엇인가 편에 있다.
다시 논의되기 시작한 계기는 뜻밖이었다. 화이트홀이 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의 끝에 남는 것이라면 어떨까 하는 물음이다. 블랙홀은 완전히 검지 않고 미약한 열복사를 내며 아주 천천히 증발하는데, 그 증발의 끝자락에 남는 잔해로 화이트홀을 놓아 보는 그림이다.
직접 증거는 오늘까지 0건이다. 다만 찾는 방법은 네 갈래로 정리됐다. 별 궤도의 여분 흔들림, 두 번 솟는 마이크로렌징 봉우리, 비원형으로 일그러진 그림자, 그리고 중력파의 늦은 메아리다. (Dai & Stojkovic 2019, Phys. Rev. D 100:083513)
네 장의 수배 전단은 웜홀은 실제로 존재할까 편에서 하나씩 펼쳤다.
네 방법 어느 것도 웜홀만의 신호는 아니다. 제안자인 스토이코비치 자신이 못을 박았다. 필요한 정밀도에 도달해 섭동이 검출되면 웜홀이 가장 그럴듯한 설명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확실히 웜홀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금 물리학이 완성해 가는 것은 증거가 아니라 수배 전단이다. 그래도 그 전단이 손에 들렸다는 것만으로, 우리가 밤하늘을 보는 방식은 조금 달라진다.
W01 · 문의 정체
아인슈타인-로젠 다리부터 이물질과 음의 에너지까지 — 열려는 있는데 아무도 열어 본 적 없는 문.
약 6분 읽기
W02 · 문과 시간
웜홀이 시간 기계가 되는 조건과 할아버지 역설, 그리고 물리학의 답.
약 6분 읽기
W03 · 문과 몸
스파게티화와 이색 물질, 그리고 사람이 지나갈 수 있는 웜홀의 설계도 — 통과의 조건표.
약 7분 읽기
W04 · 거꾸로 돌린 문
세 번의 사형 선고를 받고 블랙홀의 임종 곁에서 되살아나는 문 — 벼룩 알 하나 무게의 결말.
약 7분 읽기
W05 · 문을 찾는 법
별의 흔들림, 두 번 솟는 빛, 일그러진 그림자, 중력파의 메아리 — 물리학이 완성해 가는 수배 전단 네 장.
약 7분 읽기시리즈를 관통하는 답은 한결같이 정직하다. 방정식은 문을 허락했고, 조건표는 다 적혔고, 증거는 아직 0건이다. 그 틈이 바로 지금 물리학이 서 있는 자리이고, 이 시리즈가 계속 자라는 이유다.
같이 보기
블랙홀 안에는 무엇이 있을까 영상 해설 다른 주제 둘러보기 경이의목록다섯 편을 다 읽고 나면 남는 것은 답이 아닌 조건표다. 무엇이 있어야 문이 열리고, 무엇이 있어야 사람이 지나고, 무엇을 봐야 그것을 찾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우리가 지금 손에 쥔 것은 딱 거기까지다. 그래도 그 목록을 들고 밤하늘을 보는 일과, 아무것도 모르고 보는 일은 다르다.
이 허브의 수치와 연도는 각 편의 1차 문헌에서 가져왔다. 통과 가능 웜홀은 이론 단계이며 이색 물질이 필요하고, 관측된 웜홀은 아직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