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500조 배로 타오르면서도, 너무 밝은 나머지 오랫동안 평범한 별로 분류돼 있던 퀘이사. 하루에 태양 하나를 삼키는 170억 태양질량 블랙홀의 이야기를 차분히 들여다본다.
밤하늘에서 가장 밝은 별을 찾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겨울이면 시리우스가, 여름이면 직녀성이 대번에 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우주에서 가장 밝은 천체를 찾는 일은 뜻밖에도 아주 오래 헤맸다. 그 빛이 너무 밝은 나머지, 사람들은 오랫동안 그것을 그저 평범한 별 하나로 여기고 지나쳤다. 정체가 밝혀진 것은 겨우 2024년의 일이다. 그것도 새 관측이 아니라, 오래된 자료를 다시 들여다본 끝에 알아낸 것이었다. 이름은 J0529-4351. 화가자리 방향, 백이십억 광년 밖에서 태양의 500조 배로 타오르는 퀘이사다. 하늘에서 가장 밝은 것이 하필 가장 늦게 이름을 얻었다는 사실이, 이 이야기의 시작이다.

이 천체의 사연에서 가장 얄궂은 대목은, 아무도 그것을 새로 발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J0529-4351의 빛은 이미 오래전부터 여러 탐사 관측의 사진 건판과 데이터 목록에 찍혀 있었다. 문제는 그 빛이 너무나 밝고 한 점에 또렷하게 맺혀서, 자동 분류 프로그램이 번번이 그것을 우리 은하 안의 흔한 별로 처리해 버렸다는 데 있었다. 진짜 얼굴을 알아보기에는, 오히려 지나치게 밝은 것이 흠이었다. 몇 해 전 한 분석에서도 이 점은 별로 분류돼 조용히 목록 한 칸을 차지하고 있었다. 너무 흔해 보인다는 이유로, 우주에서 가장 특별한 천체가 오래도록 눈길 밖에 놓여 있던 셈이다.
실마리를 잡은 것은 오스트레일리아국립대학의 연구진이었다. 이들이 낡은 자료에서 이 점의 색과 밝기가 어딘가 어긋난다는 것을 눈치챈 뒤에야, 칠레에 있는 유럽남천천문대의 망원경이 그쪽으로 향했다. 먼저 작은 망원경으로 스펙트럼을 훑고, 이어 초거대망원경으로 다시 들여다보았다. 그렇게 펼쳐진 빛은 별의 것이 아니었다. 백이십억 광년 너머에서 온 빛이었다. 우리에게 닿기까지 백이십억 년이 걸렸으니, 지금 보이는 모습은 우주가 겨우 십몇억 살이던 시절의 기록이다. 가장 밝은 천체가 어쩌다 가장 오래 숨어 있었을까. 그 답은 우리가 하늘을 얼마나 관성적으로 바라보는지를 조용히 일러 준다. 정작 놀라운 것은 하늘에 없던 무엇이 아니라, 이미 찍혀 있었으나 아무도 제대로 보지 않은 무엇이었다.
가장 밝다는 말은 자주 쓰지만, 태양의 500조 배라는 밝기는 좀처럼 실감이 나지 않는다. 우리 은하에는 별이 수천억 개쯤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 별을 전부 합친 빛보다도 이 천체 하나가 훨씬 더 밝다. 은하 하나를 통째로 켜 두어도 이 점 하나를 이기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우주에서 가장 밝은 천체라는 자리는 그렇게 아득한 격차 위에 놓여 있다. 천문학자들은 이 천체가 초당 쏟아 내는 에너지를 재어 그 밝기가 알려진 어떤 퀘이사보다 크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 값은 특정 색의 빛만이 아니라, 자외선부터 적외선까지 이 천체가 내놓는 모든 빛을 더한 것이다. 그렇게 합산해도 다른 어떤 퀘이사가 이 기록을 넘어서지 못했다.
숫자를 조금 다르게 바꿔 볼 수도 있다. 만약 태양을 500조 개 모아 한군데에 나란히 켠다면, 그 빛이 바로 이 퀘이사의 밝기에 가깝다. 사람의 머리로 이 규모가 그려지기나 할까. 그런데도 이 빛은 우주를 가로질러 우리 눈에까지 닿았고, 백이십억 년이라는 시간을 견디고도 여전히 알아볼 만큼 강했다. 밝다는 형용사가 이토록 무력하게 느껴지는 경우도 드물다. 우리가 눈부시다고 부르는 한낮의 태양조차, 이 앞에서는 촛불 한 자루에 지나지 않는다. 이 정도 빛을 가까이서 마주한다면, 눈으로 볼 수 있는 대상이라기보다 견뎌 낼 수 없는 재난에 가까울 것이다. 다행히 이 천체는 우리에게서 상상하기도 벅찬 거리만큼 떨어져 있다. 그 아득한 거리 덕분에, 우주 최고의 밝기가 밤하늘의 희미한 점 하나로 순하게 걸러져 우리에게 닿는다.

여기서 한 가지는 짚고 가야 한다. 이 눈부신 빛을 내는 것은 블랙홀 자신이 아니다. 블랙홀은 빛조차 붙잡아 두는 존재라, 그 자체로는 어떤 빛도 내보내지 못한다. 빛은 블랙홀로 빨려드는 가스에서 나온다. 곧장 떨어지지 못한 가스가 소용돌이치며 납작한 원반을 이루는데, 이 강착원반이야말로 퀘이사의 진짜 등불이다. 이 빛의 정체가 더 궁금하다면 퀘이사란 무엇일까 편에서 처음부터 찬찬히 짚어 두었다.
J0529-4351이 특별한 것은 이 원반의 크기다. 관측과 모형을 맞춰 보니 원반의 지름이 무려 7광년에 이르렀다. 지금까지 알려진 강착원반 가운데 가장 크다. 7광년이라면,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이웃별까지의 거리를 훌쩍 넘어서는 폭이다. 별과 별 사이에나 어울릴 거리가, 블랙홀 하나를 둘러싼 원반 한 장의 크기라는 뜻이다. 우리 태양계를 그 한복판에 얹는다 해도, 원반은 태양계를 아득히 삼키고도 남는다. 태양에서 해왕성까지의 거리를 몇백 번 이어 붙여야 겨우 이 원반의 폭에 이른다. 하나의 블랙홀을 도는 물질이 이만한 규모로 펼쳐진다는 것 자체가, 이 천체가 얼마나 극단적인지를 말해 준다.
그 안쪽에서 벌어지는 일은 더 격렬하다. 원반의 가스는 안으로 갈수록 서로 맹렬히 마찰하며 수만 도까지 달아오르고, 그 열이 자외선과 엑스선을 우주로 쏟아 낸다. 매일 태양 하나어치의 물질이 이 원반을 지나 블랙홀로 흘러드는 동안, 그 마찰과 압축이 상상하기 어려운 빛을 빚어낸다. 우리가 가장 밝은 천체라 부르며 올려다보는 빛은, 블랙홀에게 삼켜지기 직전의 물질이 지르는 마지막 비명이다. 원반이 이토록 크고 뜨겁기에, 이 퀘이사는 다른 어떤 것보다도 밝을 수 있었다.
이 퀘이사의 한복판에는 태양의 약 170억 배에 달하는 초대질량 블랙홀이 앉아 있다. 무겁기로도 손에 꼽히지만, 정작 사람들을 더 놀라게 한 것은 그 무게보다 먹성이었다. 이 블랙홀은 하루에 태양 하나만큼의 물질을 집어삼키며 자란다. 일 년으로 치면 태양 수백 개어치를 살로 붙이는 속도이니, 지금껏 알려진 블랙홀 가운데 가장 빠르게 자라는 축에 든다. 가장 밝다는 기록과 가장 빨리 자란다는 기록을, 이 하나의 천체가 한꺼번에 쥐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폭식하는 데에도 한계는 있다. 물질이 너무 많이 몰려들면 그만큼 거센 빛과 압력이 뿜어져 나와, 정작 남은 가스를 바깥으로 밀어내 버린다. 블랙홀이 아무리 굶주려도 넘어설 수 없는 이 문턱을 에딩턴 한계라 부른다. J0529-4351은 바로 그 한계선의 언저리에서 아슬아슬하게 먹어 치우는 중이다. 밝게 타오르는 바로 그 힘이, 제 밥상을 엎을 수도 있는 자리에 서 있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가 지금 보는 이 눈부신 순간은 사실 백이십억 년 전 우주의 한 장면이다. 그사이 이 블랙홀이 여전히 타오르는지, 연료가 마르며 진작 잦아들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쩌면 지금쯤 그 자리에는 조용히 살만 불린 늙은 블랙홀이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 블랙홀과 퀘이사가 어떻게 다른지 궁금하다면 퀘이사와 블랙홀은 뭐가 다를까 편이 그 관계를 따로 풀어 둔다.
이렇게 밝은 천체가 왜 이제껏 단 하나만 확인됐을까. 답은 단순하다. 이토록 극단적으로 밝고 빠르게 자라는 블랙홀은 우주에서도 몹시 드문 데다, 하필 그 밝기 때문에 별로 오해받아 자동 분류의 그물을 번번이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J0529-4351이 이런 규모의 퀘이사 가운데 마지막으로 남은 하나일지도 모른다고 본다. 우주가 나이 들며 블랙홀 곁의 가스가 줄어든 지금, 이만큼 격렬하게 타오르는 천체가 새로 생겨나기는 점점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대편의 가능성도 나란히 열려 있다. 비슷하게 밝은 다른 천체들이, 지금도 어느 목록 한 칸에 별이라는 딱지를 붙인 채 조용히 잠들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밝다는 것은 곧 자세히 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퀘이사는 앞으로 지어질 초대형 망원경들에게 더없이 좋은 표적으로 꼽힌다. 원반 안쪽에서 별들이 어떻게 휘돌아 도는지를 재면, 한복판 블랙홀의 무게를 짐작이 아니라 측정으로 확인할 수 있다. 가장 밝은 천체는 그렇게 하나의 기록으로 그치지 않고, 초기 우주의 거대한 블랙홀이 어떻게 그토록 빨리 자랐는지를 묻는 실마리가 된다. 우주가 던진 가장 극단적인 사례 하나가, 가장 근본적인 물음으로 우리를 돌려세우는 것이다.
우주에서 가장 밝은 천체를 찾아 나선 이야기는, 결국 우리가 얼마나 쉽게 밝은 것을 지나치는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너무 밝아서 오히려 흔한 별로 오해받고, 백이십억 년을 달려온 빛이 낡은 자료 속에서 조용히 순서를 기다렸다. 가장 밝은 빛이 가장 늦게 제 이름을 얻은 것이다. 하늘은 늘 새 천체를 숨겨 두기만 하는 게 아니라, 이미 보여 준 것을 우리가 알아보기를 기다리기도 한다.
가장 밝은 것은 늘 가장 먼 곳에 있었다.
그 점 하나가 사실은 은하 하나를 통째로 압도하는 심장이라는 걸 알고 나면,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눈도 조금 달라진다. 저 먼 어둠 속 어딘가에는, 지금 이 순간에도 하루에 태양 하나씩을 삼키며 타오르는 심장이 있다. 오늘 밤 당신이 무심코 올려다볼 하늘 어딘가에도, 그런 심장이 하나쯤 숨어 있을 것이다. 그 빛이 우리 눈에 닿기까지 우주의 절반에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는 사실을, 나는 자주 잊고 산다. 가장 밝은 것은 늘 가장 먼 곳에 있었다. 그 먼 빛을 알아보는 데에도, 우리는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다. 어쩌면 하늘을 본다는 것은, 새로운 무엇을 찾는 일이기 이전에 이미 와 있던 빛을 뒤늦게 알아차리는 일인지도 모른다.
이 글의 사실은 아래 1차 문헌(원논문)과 기관 자료에 근거합니다. 위키백과·보도자료가 인용하는 원출처까지 함께 밝혀 둡니다.
이어서 읽기
퀘이사란 무엇일까 — 별이 아니라, 은하의 심장 기둥글 퀘이사와 블랙홀은 뭐가 다를까 — 천체와 현상 클러스터 TON 618 — 우주에서 가장 무거운 블랙홀 클러스터 제임스 웹, 시간을 거슬러 보는 망원경 EP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