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천체

3C 273, 별인 줄 알았던 최초의 퀘이사는 어떻게 발견됐나

목록에 무뚝뚝한 번호로만 올라 있던 한 점. 달의 그림자로 자리를 집어내고 스펙트럼의 밀린 선 하나를 읽어, 그것이 수십억 광년 밖의 초고광도 천체임을 밝혀낸 최초의 퀘이사 이야기를 들여다본다.

글 · 경이의목록· 약 6분 읽기· 2026.07

밤하늘의 점 하나를 두고 사람들이 오래 헤맨 적이 있다. 3C 273 이야기다. 목록에는 그저 무뚝뚝한 번호로만 올라 있던 이 점이, 알고 보니 별이 아니라 우주에서 가장 멀고 가장 밝은 축에 드는 천체였다. 그 정체가 밝혀지던 1963년의 며칠은, 인류가 우주의 크기를 다시 그리게 된 순간이기도 했다.

1.별인 줄 알았던 한 점

허블 우주망원경이 담은 최초의 퀘이사 3C 273. 화면 가운데 밝은 별처럼 빛나는 점이 퀘이사이고, 왼쪽 아래로 비스듬히 뻗은 흐릿한 줄기가 약 20만 광년 길이의 제트다. 중심의 눈부신 빛을 가리는 검은 가림막(코로나그래프) 자국이 함께 보인다.
허블 우주망원경이 담은 3C 273. 가운데 밝은 점이 퀘이사, 왼쪽 아래로 뻗은 줄기가 약 20만 광년 길이의 제트다.ESA/Hubble & NASA · CC BY 4.0

1950년대 말, 천문학자들은 하늘 전체를 전파로 훑기 시작했다. 눈에는 보이지 않는 전파를 내뿜는 자리들이 하나둘 목록에 오르던 때다. 케임브리지 대학이 정리한 제3전파원목록에도 그런 자리가 촘촘히 적혔다. 그 목록의 273번째 항목에 붙은 이름이 바로 3C 273이다. 이름 자체에 별다른 뜻은 없다. 세 번째 목록의 273번, 딱 그만큼의 무미건조한 부호였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전파가 나오는 자리를 광학망원경으로 다시 겨눠 보면, 거기 별처럼 생긴 밝은 점 하나가 놓여 있었다. 겉보기로는 우리 은하 안의 흔한 별과 다를 바 없어 보였다. 그런데 그 빛을 무지개처럼 펼쳐 스펙트럼을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어떤 별에서도 본 적 없는 낯선 무늬가 찍혀 있었던 것이다. 별이라면 마땅히 있어야 할 익숙한 선들은 온데간데없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선 몇 개만 엉뚱한 자리에 걸려 있었다.

천문학자들은 이 점을 별이라 부르지도, 은하라 부르지도 못했다. 그저 별을 닮았다는 뜻에서 준항성체라는 애매한 이름을 붙여 두었다. 오늘 우리가 쓰는 퀘이사라는 말도 여기서 왔다. 준항성 전파원, 그 긴 이름의 앞 글자를 딴 것이다. 헷갈리게도 3C 273만 이랬던 것은 아니다. 3C 48이라는 또 다른 전파원이 사실 먼저 별 같은 점으로 확인됐지만, 그 정체 역시 도무지 종잡을 수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하늘 곳곳에서 별을 흉내 낸 이 수상한 점들이 잇달아 나타났고, 그 낯선 스펙트럼은 몇 해가 지나도록 천문학자들을 조용히 약 올렸다. 익숙한 잣대로는 도무지 풀리지 않는 무늬였던 것이다. 이 점의 진짜 정체, 곧 은하의 심장에서 타오르는 퀘이사가 무엇인지는 퀘이사란 무엇일까 편에 자세하다.

2.달 그림자로 위치를 집어내다

수수께끼를 풀려면 먼저 이 점이 하늘 어디에 정확히 박혀 있는지부터 알아야 했다. 그런데 당시 전파망원경은 눈이 흐렸다. 전파가 대충 이 근방에서 온다는 것까진 알아도, 딱 짚어 어느 점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웠다. 넓은 하늘에서 좁쌀만 한 점 하나를 콕 집어내는 일, 그것이 첫 관문이었다.

달의 가장자리로 위치를 집어내다 3C 273 (전파원) 달이 나아가는 방향 → 달의 밝은 가장자리가 전파원 앞을 스쳐 지난다 전파세기 시간 → 신호가 뚝 끊긴 순간 = 달 가장자리 통과 → 위치 확정
달의 가장자리가 전파원을 가리는 바로 그 순간을 재면, 전파원의 위치를 놀랍도록 정확히 되짚을 수 있다.도해 · 경이의목록

여기서 뜻밖의 조력자가 등장한다. 바로 달이다. 3C 273은 하늘에서 달이 지나다니는 길목 가까이에 있었다. 그래서 달이 그 앞을 스쳐 지나가는 순간, 달의 가장자리가 이 전파원을 잠깐 가렸다. 천문학자 시릴 해저드와 두 동료는 이 찰나를 노렸다. 오스트레일리아의 거대한 파크스 전파망원경으로, 달이 전파원을 가리기 시작하는 순간과 다시 놓아주는 순간을 정밀하게 쟀다. 달의 가장자리가 어디를 지날 때 전파가 뚝 끊기는지를 알면, 전파원의 위치를 놀랍도록 정확히 되짚을 수 있다. 마치 커튼이 드리워지는 순간의 그림자로 창밖 물체의 자리를 가늠하는 셈이다. 이 영리한 방법으로 3C 273의 자리가 처음으로 또렷이 찍혔다. 그 자리에는 예의 그 별 같은 점과, 거기서 비스듬히 뻗어 나온 희미한 빛줄기 하나가 함께 있었다. 훗날 이 줄기는 블랙홀이 뿜어낸 길이 수십만 광년의 제트로 밝혀진다. 위치를 손에 넣은 천문학자들은 이제 이 점의 빛을 마음껏 뜯어볼 수 있게 되었다.

같은 수소, 붉은 쪽으로 밀린 선 실험실 수소 (정지) 3C 273 (15.8% 붉게 이동) → 모든 선이 같은 비율로 붉게 파장이 늘어난 만큼, 천체가 빠르게 멀어진다 멀어지는 속도 → 아득한 거리로 환산된다
실험실 수소의 선(위)과 똑같은 무늬가 3C 273에서는(아래) 통째로 붉은 쪽으로 밀려 있다. 그 이동폭이 곧 거리의 열쇠였다.도해 · 경이의목록

3.슈밋의 2월 5일

정확한 자리를 알고 나서도 스펙트럼의 낯선 선들은 여전히 입을 열지 않았다. 그 선들은 대체 무엇이었을까. 여러 해 동안 아무도 그 답을 짚어내지 못했다. 매듭을 푼 사람은 네덜란드 태생의 천문학자 마르턴 슈밋이다. 1963년 2월의 어느 날, 그는 3C 273의 스펙트럼을 앞에 놓고 그 정체불명의 선들을 오래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한 가지 생각이 스쳤다. 이 낯선 선들이 사실은 아주 익숙한 수소의 선인데, 다만 통째로 한쪽으로 밀려나 있는 것은 아닐까. 빛을 내는 천체가 우리에게서 빠르게 멀어지면, 그 빛의 파장이 늘어나 스펙트럼의 선들이 붉은 쪽으로 밀린다. 이것을 적색이동이라 부른다. 달려가는 구급차의 사이렌이 멀어질수록 낮게 늘어져 들리는 것과 같은 이치다. 슈밋이 계산해 보니, 3C 273의 선들은 무려 15.8퍼센트나 붉은 쪽으로 밀려 있었다. 그 정도 적색이동이라면 이 천체는 초속 수만 킬로미터로 우리에게서 멀어지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우주가 팽창하는 지금, 그렇게 빠르게 멀어진다는 것은 곧 이 천체가 상상하기 힘들 만큼 아득히 먼 곳에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별인 줄 알았던 점 하나가, 실은 우리 은하 안이 아니라 수십억 광년 밖에 놓인 손님이었던 것이다. 슈밋은 이 짧은 깨달음을 반 쪽짜리 논문으로 정리해 학술지 네이처에 보냈다. 우주를 보는 눈을 바꿔 놓은 한 페이지가 그렇게 세상에 나왔다.

4.한 점이 그토록 멀고 밝다는 것

이 발견이 왜 그렇게 큰 사건이었을까. 거리를 알고 나자 곧바로 밝기가 따라 나왔기 때문이다. 어떤 천체가 얼마나 멀리 있는지를 알면, 우리 눈에 들어오는 밝기를 되짚어 그것이 실제로 얼마나 밝은지 계산할 수 있다. 3C 273은 수십억 광년 밖에 있으면서도 지구에서 작은 아마추어 망원경으로 볼 수 있을 만큼 밝았다. 그렇게 먼데도 이만큼 밝게 보인다면, 그 자리에서의 실제 밝기는 도무지 가늠이 안 될 지경이어야 했다.

점 하나가 은하 하나를 넘어선다 태양 하나 은하 하나 (별 수천억 개) 퀘이사 3C 273 ≈ 태양 수조 배 태양계보다 크지 않은 좁은 자리에서, 은하 전체를 웃도는 빛이 쏟아진다
3C 273 하나가 내는 빛은 태양 수조 개, 우리 은하 전체를 여러 배 웃돈다. 그 빛이 태양계만 한 좁은 중심부에서 나온다는 것이 수수께끼였다.도해 · 경이의목록

실제로 계산된 값은 천문학자들을 얼어붙게 했다. 3C 273 하나가 뿜어내는 빛이 태양 수조 개를 한데 모은 것에 맞먹었다. 우리 은하 전체가 품은 수천억 개의 별을 모두 합친 것보다도 몇십 배는 더 밝았다. 그런데 이 어마어마한 빛이 나오는 자리는 은하만큼 넓지도 않았다. 태양계보다 크게 넉넉하지 않은 좁은 중심부에서 그 모든 에너지가 쏟아지고 있었다. 별 하나가, 아니 별을 잔뜩 모아 놓은 은하 하나가 낼 수 있는 빛의 한계를 이 점 하나가 태연히 넘어서고 있었다. 대체 무엇이 이토록 좁은 자리에서 이토록 엄청난 빛을 만들어 낼 수 있단 말인가. 이 물음이 이후 수십 년간 천문학을 끌고 갔다. 오늘날 우리는 그 답이 은하 중심에 도사린 초대질량 블랙홀이라는 것을 안다. 블랙홀로 빨려드는 물질이 마지막 순간 마찰로 달아올라 눈부시게 빛나는 것이다. 검은 구멍이 어떻게 우주에서 가장 밝은 등불이 되는지 궁금하다면 퀘이사란 무엇일까 편에서 그 속을 더 들여다볼 수 있다. 3C 273의 뒤를 이어 발견된, 더 밝고 더 무거운 기록들은 우주에서 가장 밝은 천체 편에서 만날 수 있다.

5.점 하나를 다시 읽는 눈

3C 273의 이야기는 결국 점 하나를 오래 들여다본 사람들의 이야기다. 하늘에 박힌 흔한 점처럼 보였지만, 누군가는 그 점의 빛을 끝내 놓지 않고 무늬를 읽어냈다.

우리는 밤하늘을 올려다볼 때 점 하나하나를 대수롭지 않게 흘려보낸다. 대개는 그래도 괜찮다. 하지만 그중 어떤 점은, 겉보기와 전혀 다른 정체를 안쪽에 숨기고 있다. 3C 273이 꼭 그랬다. 별인 줄 알았던 점이 실은 수십억 광년 밖의 괴물 같은 등불이었고, 그 등불의 정체를 캐는 일이 우주의 규모 자체를 새로 그리게 만들었다. 달의 그림자로 자리를 집어내고, 스펙트럼의 밀린 선 하나에서 아득한 거리를 읽어낸 이 과정에는, 보이는 것 너머를 끝까지 묻고 든 사람들의 끈기가 배어 있다. 슈밋은 이 한 점 덕분에 훗날 퀘이사의 아버지라 불렸다.

별인 줄 알았던 한 점이, 온 우주의 크기를 다시 그리게 했다.

사실 3C 273은 지금도 밤하늘에서 볼 수 있다. 처녀자리 방향, 수십억 광년 밖에 있으면서도 6인치 남짓한 아마추어 망원경이면 그 희미한 빛을 겨우 붙잡을 수 있다. 보통 사람이 맨눈에 가까운 장비로 볼 수 있는 가장 먼 천체 축에 든다. 우리가 무심히 바라보는 그 작은 점이, 지구에 공룡조차 없던 시절 그 빛을 출발시켰다는 뜻이다.

그러니 언젠가 당신이 3C 273이라는 이름을 다시 만난다면, 그저 번호 붙은 먼 천체로 지나치지 말고 잠시 멈춰 서 보면 좋겠다. 별인 줄 알았던 점 하나가 온 우주의 크기를 바꿔 놓기까지, 얼마나 많은 밤과 얼마나 끈질긴 물음이 필요했는지를 떠올리면서 말이다. 보이는 점 너머의 정체를 끝내 알아보려는 눈, 그것이 곧 우주를 읽어 내는 눈이다.


§참고한 자료

이 글의 사실은 아래 1차 문헌(원논문)과 기관 자료에 근거합니다. 위키백과·보도자료가 인용하는 원출처까지 함께 밝혀 둡니다.

발견 — 3C 273, 최초로 정체가 밝혀진 퀘이사

  1. Schmidt, M. (1963). “3C 273: A Star-Like Object with Large Red-Shift.” Nature 197, 1040. doi:10.1038/1971040a0 — 정체불명의 선들이 15.8% 적색이동된 수소선임을 밝혀, 수십억 광년 밖 초고광도 천체임을 규명.
  2. Hazard, C., Mackey, M. B. & Shimmins, A. J. (1963). “Investigation of the Radio Source 3C 273 by the Method of Lunar Occultations.” Nature 197, 1037. doi:10.1038/1971037a0 — 달 엄폐로 전파원의 위치를 정밀 확정, 광학 대응천체를 짚어냄.

퀘이사의 정체 — 초대질량 블랙홀 강착

  1. Lynden-Bell, D. (1969). “Galactic Nuclei as Collapsed Old Quasars.” Nature 223, 690. doi:10.1038/223690a0 — 퀘이사의 막대한 에너지가 초대질량 블랙홀의 강착에서 나온다는 이론.

개괄

  1. Wikipedia — 3C 273 · Quasar — 발견 경위·거리(z=0.158)·제트·광도 정리.
  2. ESA/Hubble — “The best image of the brilliant quasar 3C 273” (potw1346a) — 히어로 이미지 출처(ESA/Hubble & NASA, CC BY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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