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천체

쌍둥이 퀘이사, 하나의 빛이 둘로 갈라진 최초의 중력렌즈

하늘에 바짝 붙어 나란히 뜬 두 퀘이사. 그 둘이 사실은 같은 천체 하나였다는, 중력이 만든 우주의 착시와 인류가 처음 확인한 중력렌즈 이야기를 들여다본다.

글 · 경이의목록· 약 6분 읽기· 2026.07

쌍둥이를 처음 만난 사람은 으레 둘을 번갈아 본다. 눈매도, 목소리도, 웃을 때 지는 보조개마저 닮았으니 자꾸 헷갈린다. 그런데 밤하늘에도 그런 쌍둥이가 있다. 1979년, 큰곰자리 방향에서 별처럼 밝은 두 점이 나란히 발견됐다. 목록에는 쌍둥이 퀘이사, 부호로는 Q0957+561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1.하늘에 나란히 뜬 두 점

허블 우주망원경이 담은 쌍둥이 퀘이사 Q0957+561. 화면 왼쪽 아래에 회절 무늬가 뻗은 밝은 점 둘이 바짝 붙어 있는데, 이것이 같은 퀘이사의 두 상 A와 B다. 둘레에는 여러 은하가 흩어져 있다.
허블 우주망원경이 담은 실제 쌍둥이 퀘이사 Q0957+561. 왼쪽 아래, 바짝 붙어 밝게 빛나는 두 점이 같은 퀘이사의 두 상이다.ESA/Hubble & NASA · CC BY 4.0

이 두 점은 목록에 0957+561이라는 무뚝뚝한 번호로만 올라 있었다. 원래는 전파망원경에 잡힌 희미한 전파원이었는데, 그 자리를 광학망원경으로 다시 겨눠 보니 별처럼 밝은 점 둘이 바짝 붙어 있었던 것이다. 둘 사이는 고작 6초 남짓이었다. 하늘에서 6초라면, 팔을 뻗어 든 동전 하나를 수백 미터 밖에서 겨우 알아보는 만큼이나 좁은 틈이다. 그 좁디좁은 자리에 밝은 퀘이사 둘이 나란히 걸려 있었다. 천문학자들은 한쪽 상에 A, 다른 쪽 상에 B라는 이름을 붙였다.

하나의 퀘이사, 두 개의 상 같은 빛이 갈라져, 하늘에 두 점으로 맺힌다 상 A 상 B ← 렌즈가 된 앞 은하 약 6초 두 점은 서로 다른 천체가 아니라, 같은 퀘이사가 갈라져 보이는 두 상이다
같은 퀘이사가 앞 은하의 중력에 휘어 두 상으로 맺힌다. 밝은 상 A와, 렌즈가 된 앞 은하 곁의 상 B 사이는 6초 남짓밖에 벌어지지 않는다.도해 · 경이의목록

천문학자 데니스 월시와 두 동료는 애리조나 키트봉의 망원경으로 이 두 점의 빛을 하나하나 뜯어보았다. 그런데 볼수록 무언가 이상했다. 두 퀘이사의 스펙트럼이 지나치게 닮아 있었던 것이다. 빛을 무지개처럼 펼치면 천체마다 저만의 고유한 무늬가 새겨지는데, 이 둘은 그 무늬가 자로 잰 듯 포개졌다. 빛이 얼마나 늘어졌는지를 나타내는 적색이동 값까지 똑같았다. 둘 다 지구에서 꼭 같은 거리에 있다는 뜻이었다. 우주에서 서로 다른 두 퀘이사가 이토록 완벽하게 닮기란, 낯선 두 사람의 지문이 우연히 포개지는 것만큼이나 있을 법하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연구진은 조심스러운 물음 하나를 논문 제목에 그대로 달았다. 이 둘은 정말 쌍둥이 퀘이사일까, 아니면 하나가 둘로 보이는 걸까. 무뚝뚝한 번호로만 불리던 두 점이, 그 물음 하나로 천문학의 오랜 수수께끼 한복판에 놓였다. 빛이 휜다는 반세기 전의 예언이 마침내 시험대에 오르는 순간이었다.

빛이 은하 곁에서 두 갈래로 휜다 퀘이사 (하나뿐) 앞 은하 (렌즈) 망원경 상 A 상 B 망원경에서 되짚어 보면, 하나의 퀘이사가 두 상으로 보인다
먼 퀘이사의 빛이 앞 은하 곁을 두 갈래로 에돌아 휘어 우리 망원경에 닿는다. 그 길을 거꾸로 되짚으면, 같은 퀘이사가 두 점으로 보인다.도해 · 경이의목록

2.하나의 빛이 둘로 갈라지다

그렇다면 둘 중 어느 쪽이 맞았을까. 답은 뒤쪽이었다. 이 두 점은 서로 다른 천체가 아니었다. 팔십억 광년 너머의 퀘이사 단 하나가 둘로 보이고 있었을 뿐이다. 비밀은 그 빛이 우리에게 오는 길목에 숨어 있었다. 퀘이사와 지구 사이에는 커다란 은하 하나가 가만히 가로놓여 있다. 무거운 물체는 제 둘레의 공간을 우묵하게 휘어 놓고, 그 곁을 지나던 빛은 휘어진 공간을 따라 살며시 방향을 튼다.

팽팽한 천 한가운데 무거운 공을 얹으면 천이 움푹 꺼지고, 그 위를 굴러가던 구슬이 곧게 나아가지 못하고 비스듬히 휘어 도는 장면을 떠올리면 얼추 맞다. 퀘이사의 빛도 그렇게 앞 은하 곁을 지나며 두 갈래로 갈라졌다. 한 줄기는 은하의 왼편으로, 다른 한 줄기는 오른편으로 에돌아 우리 눈에 닿았다. 그래서 하나뿐인 퀘이사가 하늘에서는 두 점으로 맺힌 것이다.

렌즈 노릇을 한 앞 은하는 별이 촘촘히 들어찬 거대한 타원은하였다. 게다가 그 은하는 여러 은하가 모인 무리 속에 자리해, 무리 전체의 중력까지 슬며시 힘을 보탰다. 이 빛의 굴절을 처음 내다본 사람이 아인슈타인이다. 다만 그는 별처럼 작은 것으로는 이런 일이 눈에 띄게 벌어지긴 어렵다고 여겼다. 은하만큼 거대한 덩어리가 렌즈가 되어야 한다는 걸 그는 미처 몰랐다. 그 빈자리를 메운 사람이 프리츠 츠비키였다. 그는 은하라면 렌즈 효과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으리라고 1937년에 이미 내다봤다. 그 내다봄이 옳았음을 이 쌍둥이가 사십여 년 뒤에 조용히 증명해 보였다. 이렇게 하늘 저편에서 하나의 빛을 둘로 가르는 무대의 주인공이 바로 퀘이사다. 그 정체가 궁금하다면 퀘이사란 무엇일까 편을 먼저 읽어도 좋다.

3.정말 하나임을 증명한 시간의 어긋남

그렇다면 둘이 사실은 하나라는 걸 어떻게 확신할 수 있었을까. 스펙트럼이 닮았다는 것만으로는 우연의 일치를 완전히 지우기 어렵다. 정말 결정적인 단서는 뜻밖에도 시간 속에 있었다.

두 갈래로 갈라진 빛은 저마다 길이가 다른 길을 돌아온다. 한쪽 길이 다른 쪽보다 조금 더 멀다. 그래서 같은 순간에 퀘이사를 떠난 빛이라도 지구에는 서로 다른 때에 도착한다. 퀘이사는 원래 시시각각 밝기가 출렁이는 천체다. 중심의 블랙홀이 물질을 집어삼키는 기세에 따라 그 빛이 밝아졌다 어두워졌다 한다. 그러니 어느 날 퀘이사가 반짝 밝아지면, 한쪽 상이 먼저 그 변화를 내보이고, 다른 쪽 상은 한참 뒤에야 뒤따라 똑같이 밝아진다. 두 점의 밝기 변화를 나란히 포개 놓고 보면, 하나가 다른 하나를 시간을 두고 그대로 되짚어 그리는 것이다. 같은 노래를 몇 박자 늦게 뒤따라 부르는 돌림노래처럼 말이다.

같은 노래를 뒤따라 부르는 두 빛 밝기 시간 → 상 A 상 B 약 417일 늦게 상 B는 상 A의 밝기 변화를 약 417일 뒤에 똑같이 되풀이한다 — 둘이 하나라는 증거
상 B의 밝기 곡선은 상 A의 곡선을 약 417일 늦게 그대로 되풀이한다. 서로 다른 천체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도해 · 경이의목록

천문학자들은 이 시차를 몇 해에 걸쳐 끈질기게 쟀다. 두 상의 밝기를 밤마다 기록하고, 그 두 곡선이 가장 잘 겹치는 지점을 찾는 지난한 작업이었다. 한 점이 다른 점보다 약 417일, 그러니까 일 년하고도 두 달쯤 늦게 같은 변화를 되풀이했다. 서로 아무 상관 없는 두 천체라면 결코 이렇게 같은 몸짓을 시차만 두고 똑같이 반복할 리 없다. 이 시간의 어긋남이야말로 두 점이 실은 하나의 퀘이사라는 가장 확실한 도장이었다. 닮은 얼굴은 우연일 수 있어도, 같은 동작을 시간차를 두고 그림자처럼 따라 하는 것은 결코 우연일 수 없다.

4.쌍둥이 빛으로 우주의 크기를 재다

이 시간의 어긋남은 성가신 곁가지가 아니었다. 오히려 천문학자들이 오래도록 탐내던 보물이었다. 두 상의 시차는 결국 빛이 걸어온 두 길의 길이 차이에서 온다. 그리고 그 길이는 우주가 얼마나 큰지, 얼마나 빠르게 부풀고 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니 시차를 정밀하게 재기만 하면 거꾸로 우주의 팽창 속도까지 가늠할 수 있다.

길이 다른 두 길이, 우주의 자가 된다 퀘이사 앞 은하 지구 더 긴 길 (상 A) 더 짧은 길 (상 B) 길이 차이 → 약 417일 지연 → 허블 상수(우주 팽창 속도)
두 상의 빛은 길이가 다른 두 길을 온다. 그 길이 차이가 시간 지연으로 나타나고, 이를 환산하면 우주의 팽창 속도가 나온다.도해 · 경이의목록

이 팽창 속도를 흔히 허블 상수라 부른다. 우주가 지금 이 순간 얼마나 빠르게 커지고 있는지를 한 숫자로 담은 값이다. 사실 이 방법을 처음 떠올린 사람은 노르웨이의 젊은 천문학자 레프스달이었다. 그는 쌍둥이 퀘이사가 발견되기도 전인 1964년에, 언젠가 여러 상으로 갈라진 천체의 시간 지연을 재면 우주의 크기를 알아낼 수 있으리라 적어 두었다. 놀랍게도 저 먼 쌍둥이 퀘이사 하나가 며칠 늦게 따라 출렁이는 것을 재는 일이, 우주 전체를 재는 자가 되어 준 것이다. 점 하나가 온 우주를 가늠하는 잣대가 된다.

물론 쌍둥이 퀘이사로 잰 허블 상수가 처음부터 딱 맞아떨어지진 않았다. 앞 은하의 무게가 얼마나 되는지, 무리 속 다른 은하들이 얼마나 힘을 보탰는지를 함께 풀어야 하는 몹시 까다로운 일이었다. 그래도 이 쌍둥이는 중력렌즈로 우주를 재는 길을 처음 열어젖힌 개척자였다. 오늘날 천문학자들은 이런 시간 지연 렌즈를 여럿 모아, 우주가 부푸는 속도를 다른 방법과 견주어 재고 또 다듬고 있다. 그 모든 시도의 맨 앞자리에 1979년의 이 한 쌍이 놓여 있다. 이렇게 하나가 둘로 보이는 형제격 현상이 궁금하다면 아인슈타인 십자가 편도 나란히 읽어 볼 만하다.

5.하나였던 빛

쌍둥이 퀘이사가 우리에게 건네는 이야기는 결국 하나로 모인다. 하늘에서 나란히 반짝이는 두 빛이, 알고 보면 같은 하나일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점 하나하나를 저마다 다른 별이라 여긴다. 대개는 그 짐작이 맞다. 하지만 늘 그런 것은 아니다. 어떤 두 점은, 아득한 옛날 같은 자리를 떠난 한 줄기 빛이 우주의 커다란 렌즈를 지나며 둘로 갈라진 뒤, 각자 다른 길을 돌아 우리 눈앞에서 겨우 다시 포개진 것이다. 팔십억 년을 서로 다른 길로 달려온 빛이, 마지막 순간 우리 망원경 앞에 나란히 선다. 그 둘을 갈라 놓은 것도 우주였고, 끝내 다시 만나게 한 것도 우주였다.

나란히 뜬 두 빛이, 실은 하나였다. 우주는 종종 그렇게 우리 눈을 가만히 넘어선다.

그러니 언젠가 당신이 쌍둥이 퀘이사의 사진을 다시 만난다면, 두 점을 따로따로 세지 말고 가만히 하나로 겹쳐 보면 좋겠다. 팔십억 년을 헤어져 달려온 같은 빛이, 억겁의 우회 끝에 당신의 눈앞에서 비로소 다시 하나가 되는 장면이니 말이다. 보이는 둘 너머에서 본래 하나였던 빛을 알아보는 눈이, 곧 우주를 읽어 내는 눈이다.


§참고한 자료

이 글의 사실은 아래 1차 문헌(원논문)과 기관 자료에 근거합니다. 위키백과·보도자료가 인용하는 원출처까지 함께 밝혀 둡니다.

발견 — 쌍둥이 퀘이사(Q0957+561), 최초로 확인된 중력렌즈

  1. Walsh, D., Carswell, R. F. & Weymann, R. J. (1979). “0957 + 561 A, B: twin quasistellar objects or gravitational lens?” Nature 279, 381. doi:10.1038/279381a0 — 인류가 처음으로 확인한 중력렌즈. 두 상의 적색이동 z≈1.41이 똑같음.

중력렌즈 이론의 뿌리

  1. Einstein, A. (1936). “Lens-Like Action of a Star by the Deviation of Light in the Gravitational Field.” Science 84, 506. doi:10.1126/science.84.2188.506 — 별에 의한 렌즈 효과. 다만 관측은 어려우리라 봄.
  2. Zwicky, F. (1937). “Nebulae as Gravitational Lenses.” Physical Review 51, 290. doi:10.1103/PhysRev.51.290 — 은하(성운)라면 렌즈 효과를 관측할 수 있으리라는 예견.

시간 지연 — 허블 상수 측정

  1. Refsdal, S. (1964). “On the possibility of determining Hubble’s parameter and the masses of galaxies from the gravitational lens effect.” MNRAS 128, 307. doi:10.1093/mnras/128.4.307 — 다중상의 시간 지연으로 허블 상수를 잴 수 있다는 착상.
  2. Kundić, T., Turner, E. L., Colley, W. N., et al. (1997). “A Robust Determination of the Time Delay in 0957+561A, B and a Measurement of the Global Value of Hubble’s Constant.” ApJ 482, 75. doi:10.1086/304147 — 시간 지연 417±3일 확정, 허블 상수 도출.

개괄

  1. Wikipedia — Twin Quasar · Gravitational lens — 발견 경위·거리(렌즈 은하 z=0.36)·후속 관측 정리.
  2. ESA/Hubble — “Seeing double” (potw1403a) — 히어로 이미지 출처(ESA/Hubble & NASA, CC BY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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