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천체 · 웜홀 시리즈 W05

웜홀은 실제로 존재할까, 웜홀 존재를 확인할 4가지 방법

웜홀 존재의 직접 증거는 아직 0건. 그러나 물리학은 무엇을 찾아야 하는지 아는 시대로 넘어왔다. 별의 흔들림, 빛의 증폭, 일그러진 그림자, 그리고 메아리 — 웜홀 수배 전단 네 장을 펼친다.

글 · 경이의목록· 약 7분 읽기· 2026.07

전봇대에 붙은 전단을 본 적이 있다. 고양이를 찾습니다. 흰 양말을 신은 발, 꼬리 끝의 검은 얼룩, 겁이 많아 부르면 숨음. 본 적 없는 남의 고양이를 온 동네가 함께 찾을 수 있는 건 그 목록 덕분이다. 무엇을 찾는지 알면 눈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본다. 물리학도 지금 전단을 붙이는 중이다. 찾는 대상은 아직 아무도 본 적 없는 문, 웜홀이다. 그래서 웜홀은 실제로 존재할까? 지난 몇 년 사이 물리학은 이 오래된 질문을 관측의 언어로 바꿔 놓았다. 있느냐가 물음의 전부였던 시대는 끝나 간다. 있다면 어떻게 들키는가. 오늘은 물리학이 그려 둔 수배 전단 네 장을 차례로 펼쳐 본다.

웜홀은 실제로 존재할까 — 웜홀 탐지를 다룬 영상 썸네일 ▶ 영상으로 보기 — 웜홀 W05 · 웜홀은 실제로 존재할까

1.본 적 없는 것을 찾는 법

웜홀 수배 전단 — 네 장 ① 흔들리는 별 궤도의 소수점 아래, 계산에 없는 여분의 떨림 ② 두 번 솟는 빛 최대 10만 배 증폭, 블랙홀이 흉내 못 내는 이중 봉우리 ③ 일그러진 그림자 비원형 그림자, 그리고 여분의 광자 고리 ④ 메아리 본 신호 뒤에 늦게 도착하는 시공간의 되울림 문 자체가 보이지 않는다면, 문이 세상에 남기는 흔적을 찾는다
웜홀은 스스로 빛나지 않는다. 그래서 사냥은 문이 아니라 문이 남기는 네 갈래 흔적을 겨눈다.도해 · 경이의목록

웜홀부터 한 줄로 되새긴다. 멀리 떨어진 두 시공간을 짧은 목으로 곧장 잇는 지름길이다. 시리즈 첫 편에서 봤듯 웜홀은 아인슈타인 방정식의 엄연한 해다. 그러나 방정식이 허락한다는 것과 자연이 만들어 두었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게다가 웜홀은 스스로 빛나지 않는다. 가장 먼저 알려진 슈바르츠실트 웜홀은 1962년 풀러와 휠러의 계산대로라면 무언가 건너기도 전에 목이 조여 닫히고, 문이 계속 열려 있으려면 음의 에너지를 가진 이색 물질이 있어야 한다. 근래에는 아주 작은 웜홀이라면 이색 물질 없이도 가능할지 모른다는 계산까지 나와 있지만, 어느 쪽이든 문이 실재한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보이지 않고, 어쩌면 있지도 않은 문을 대체 어떻게 찾을까. 답은 문 자체 대신 문이 세상에 남기는 흔적을 쫓는 것이다. 문은 질량을 가졌으니 주변의 중력을 바꾸고, 중력은 지나가는 빛을 휜다. 흔들리는 별, 밝아지는 빛, 일그러진 그림자, 그리고 메아리. 수배 전단은 이렇게 넉 장이다.

상대성이론을 다는 저울, S2 궁수자리 A* — 태양 400만 배 S2 — 16년에 한 바퀴 여분의 흔들림? 문 너머의 별 중력은 웜홀을 관통한다 필요 정밀도 — 가속도 100만분의 1 m/s², 10~20년 안 도달 전망
블랙홀 자리에 문이 있다면, 문 반대편 별의 중력이 통로를 타고 넘어와 S2의 궤도에 계산에 없는 흔들림을 남긴다.도해 · 경이의목록

2.첫 번째 단서 — 별의 흔들림

첫 장은 별이다. 2019년 버펄로대학교의 데얀 스토이코비치는 동료 다이더창과 함께 웜홀을 잡아낼 계산 하나를 학술지에 실었다. 핵심은 한 줄이다. 중력은 웜홀을 관통한다. 그의 말을 빌리면 이렇다. 입자가 지나갈 수 있다면 장도 지나간다. 웜홀 이쪽에 앉아 있으면 저쪽에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러니 문 반대편에 별이 있다면, 이쪽 우주의 별이 그 중력을 아주 미세하게 느껴야 한다.

표적은 이미 정해져 있다. 태양 400만 배 질량의 우리은하 중심 블랙홀 궁수자리 A*, 그리고 그 곁을 도는 태양 14배 질량의 젊고 푸른 별 S2다. 지구에서 2만 6천 광년 떨어진 이 별은 16년에 한 바퀴를 돌고, 가장 가까울 때는 빛으로 17시간 거리까지 블랙홀 곁을 파고들며 광속의 3퍼센트로 내달린다. 1995년부터 30년 넘게 추적된 별이고, 2018년에는 별빛이 중력에 붙들려 늘어지는 적색편이가, 2020년에는 궤도가 한 바퀴마다 통째로 도는 세차가 관측됐다. 전부 아인슈타인의 예측 그대로였다. 말하자면 S2는 이미 상대성이론을 다는 저울이다. 그 저울 위에서 계산에 없는 여분의 흔들림이 잡힌다면, 그것이 문 너머의 중력일 수 있다. 필요한 정밀도는 가속도로 100만분의 1 m/s². 지금 속도로 장비가 발전하면 10년에서 20년 안에 닿는다는 전망이다. 이 사냥이 언제쯤 가능하냐는 물음에 스토이코비치는 이렇게 답했다. 10년이라 하자. 미친 소리가 아니다. 우리는 거의 다 왔다.

3.정직한 한계, 그리고 펄서

들뜨기 전에 한계를 적어 둔다. 계산에서 벗어난 궤도의 흔들림을 물리학은 섭동이라 부르는데, 스토이코비치 자신이 못을 박았다. 필요한 정밀도에 도달하면 섭동이 검출될 때 웜홀이 가장 그럴듯한 설명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확실히 웜홀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웜홀이 없어도 별의 궤도를 흔들 수 있는 것은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전제도 붙는다. 이 방법이 통하려면 문에 사건의 지평선이 없어야 하고, 만약 지평선 안쪽에 문이 숨어 있다면 밖의 우리는 확인할 길이 없다.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그 평가는 이렇게 덧붙였다. 아무것도 검출되지 않는 것 역시 그 자체로 중요한 답이라고.

감도를 끌어올릴 길도 이미 제안돼 있다. 별 대신, 등대처럼 한 치의 어긋남 없이 박동하며 시간을 새기는 중성자별 펄서다. 그런 별이 블랙홀 곁을 도는 것이 발견되기만 한다면, 박동이 어긋나는 정도로 문 너머를 별보다 100억 배 예민하게 더듬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깜빡임의 모양이 다르다 블랙홀 렌즈 — 한 번 솟는다 전하 웜홀 렌즈 — 두 번 솟는다 상은 세 개 — 밝은 하나, 어두운 둘 증폭 최대 10만 배 — 블랙홀이 흉내 내기 어려운 서명
같은 마이크로렌징이라도 전하 웜홀은 상을 세 개 만들고, 빛이 두 번 솟구치는 이중 봉우리를 남긴다.도해 · 경이의목록

4.두 번째 단서 — 빛의 증폭

두 번째 장은 빛이다. 무거운 천체가 배경 별 앞을 지나면 중력이 렌즈처럼 빛을 모아 뒤의 별이 잠시 환하게 밝아진다. 마이크로렌징이다. 보통 수백 배까지 밝아졌다가 며칠에서 몇 달에 걸쳐 잦아들고, 관측망들은 은하 중심 방향에서 이런 사건을 해마다 수백 건씩 잡아낸다. 천문학자들은 이 깜빡임으로 스스로 빛나지 않는 천체를 찾아 왔고, 2003년부터는 외계행성까지 확인해 왔다.

웜홀도 렌즈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은 1995년 비서 연구진이 먼저 내놓았다. 2022년에는 류레이화가 이끄는 연구진이 그 빛의 곡선을 끝까지 계산했다. 결과는 뜻밖이었다. 전하를 띤 웜홀은 배경 별의 상을 세 개 만든다. 닮은꼴로 어두운 둘, 그리고 밝은 하나. 증폭은 최대 10만 배로 블랙홀보다 훨씬 크다. 전하가 지배적일 때는 빛이 두 번 솟구치는 이중 봉우리까지 나타나는데, 이는 블랙홀이 흉내 내기 어려운 서명이다. 후속 계산은 한 걸음 더 나아가, 같은 질량과 거리라면 웜홀 렌즈 사건이 블랙홀보다 더 자주 일어난다고 말한다. 물론 전부 웜홀이 실재한다는 전제 위의 계산이고 신호의 일부는 블랙홀과 닮아 있다. 그래도 하늘을 훑는 관측망들에는 살펴야 할 곡선의 목록이 하나 늘었다.

5.세 번째와 네 번째 — 그림자, 그리고 메아리

③ 그림자와 여분의 고리 ④ 중력파의 메아리 비원형으로 일그러진 그림자 — 그리고 하나 더 감긴 광자 고리 M87 사진은 이미 웜홀 모형에 제한을 걸었다 본 신호 뒤로 늦게, 점점 약하게 도착하는 되울림 에코의 지연은 여분 차원의 성질과 곧장 연결된다 모양으로 한 번, 소리로 한 번 — 같은 문을 다른 언어로 겨눈다
사진의 시대에는 생김새가, 중력파의 시대에는 메아리가 단서가 된다. 저마다 특정 모형의 계산이라는 단서는 붙는다.도해 · 경이의목록

빛은 밝기만 바꾸지 않는다. 모양까지 남긴다. 지구 크기의 전파망원경 연결망이 블랙홀의 사진을 직접 찍는 시대에는 문을 생김새로 가려낼 수 있다. 회전하는 통과 가능 웜홀의 그림자는 블랙홀과 달리 비원형으로 일그러진다. M87 블랙홀의 실제 사진은 이미 웜홀 모형이 가질 수 있는 조건에 제한을 걸었다. 더 교묘한 경우도 계산돼 있다. 바깥에서 보면 블랙홀과 완전히 똑같은 웜홀조차 뜨거운 가스 원반의 이미지에는 빛이 감아 도는 가느다란 테, 여분의 광자 고리를 더 남긴다. 원반이 내는 빛의 온도와 밝기, 물질이 궤도 위에서 떨리는 고유한 진동수까지 웜홀 시공간에서는 전부 미세하게 다르게 나온다. 광원이 문 너머에 있다면 그 상은 그림자 안쪽에 갇힌 채 거의 흔들리지 않는 독특한 곡선을 남긴다. 다만 이들은 저마다 특정한 모형의 계산이라, 모든 웜홀이 같은 지문을 남긴다는 보장은 아직 없다.

마지막 장은 시공간의 떨림이다. 산에 대고 소리치면 골짜기가 소리를 되돌려 주듯, 웜홀은 자신을 흔든 중력파에 메아리로 답할 수 있다. 여분 차원 이론이 그리는 브레인월드 웜홀은 섭동을 받으면 에코를 내고, 그 늦어지는 정도가 여분 차원의 성질과 곧장 연결된다. 메아리 하나가 두 가지의 증거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2025년에는 더 대담한 해석도 나왔다. 나선 궤도의 전주곡 없이 갑자기 나타났다 사라진 짧은 중력파 GW190521을, 다른 우주에서 웜홀을 통과해 건너온 메아리로 읽는 모형이다. 신호를 맞추는 능력은 표준 해석과 대등했다. 다만 저자들 스스로의 통계 비교에서는 두 블랙홀의 충돌이라는 표준 해석이 여전히 조금 더 우세했다. 가설은 가설로 남겨 둔다.

6.성적표 — 증거 0건, 그러나

성적표를 적을 시간이다. 웜홀 존재의 직접 증거는 오늘까지 0건. 지난 편의 화이트홀과 같은 숫자다. 그런데 지난 몇 년 사이 달라진 것이 하나 있다. 물리학이 웜홀의 수배 전단을 완성해 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별의 여분 흔들림. 두 번 솟는 빛의 봉우리. 일그러진 그림자와 여분의 고리. 그리고 중력파의 메아리. 저마다 다른 망원경들이 저마다의 언어로 같은 문 하나를 겨누고 있고, 2025년에는 이 수색의 앞날을 통째로 정리한 전망 리뷰까지 나왔다.

못 찾는 것 역시 답이다. 검출되지 않은 하늘은 웜홀이 숨을 수 있는 자리를 그만큼 좁혀 준다. 그리고 이 시리즈 다섯 편으로 우리는 문의 정의와 시간의 지름길, 통과의 조건, 반대의 문, 찾는 법까지 배웠다. 남은 질문은 하나다. 자연이 이 문을 만들어 두지 않았다면, 우리가 만들 수는 없을까.

무엇을 찾아야 하는지 몰랐던 시대에서, 찾을 목록을 손에 쥔 시대로.

오늘 밤에도 2만 6천 광년 밖에서 S2는 16년짜리 궤도를 묵묵히 돌고 있다. 저 별은 자신이 저울인 줄 모른다. 그저 돌 뿐이다. 그 궤도의 소수점 아래 어딘가에 문이 있는지 아직 아무도 모르지만, 그 답을 잴 저울은 이미 하늘을 향해 있다. 보이지 않는 문을 상상해 낸 것도 우리이고, 그 문 앞에서 기다리는 법을 배워 가는 것 역시 우리다. 언젠가 저 소수점 아래에서 문이 모습을 드러내는 날이 오더라도, 너무 놀라지는 않기로 하자. 당신도 나도, 이미 그 문을 상상 속에서 여러 번 지나 보았으니까.


§참고한 자료

이 글의 사실은 아래 1차 문헌(원논문)에 근거합니다. 웜홀의 직접 관측 증거는 아직 없으며, 각 탐지 신호는 특정 웜홀 모형의 계산이고, GW190521 웜홀 해석은 표준 해석보다 통계적으로 열세인 가설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혀 둡니다.

별의 흔들림 — 궤도 섭동과 펄서

  1. Dai, D.-C. & Stojkovic, D. (2019). “Observing a wormhole.” Phys. Rev. D 100, 083513. arXiv:1910.00429 — S2 궤도의 여분 가속도로 웜홀을 확인하는 제안.
  2. Simonetti, J. H. et al. (2020). “A sensitive search for wormholes.” Phys. Rev. D 104, L081502 (2021). arXiv:2007.12184 — 블랙홀 근접 궤도 펄서로 별 대비 약 100억 배 감도.

빛의 증폭 — 마이크로렌징

  1. Liu, L. et al. (2022). “Microlensing effect of a charged spherically symmetric wormhole.” Phys. Rev. D 107, 024022 (2023). arXiv:2207.05406 — 상 3개·증폭 최대 10만 배·이중 봉우리.
  2. Gao, Y. & Liu, L. (2023). “Microlensing and event rate of a static spherically symmetric wormhole.” Phys. Lett. B 858, 139019 (2024). arXiv:2303.11134 — 웜홀 렌즈 사건이 블랙홀보다 잦다는 계산.

그림자와 원반 — 생김새의 단서

  1. Rahaman, F. et al. (2021). “Shadows of Lorentzian traversable wormholes.” Class. Quantum Grav. 38, 215007. arXiv:2108.09930 — 비원형 그림자와 EHT M87 관측의 제한.
  2. Peng, J. et al. (2021). “Observational signature and additional photon rings of an asymmetric thin-shell wormhole.” Phys. Rev. D 104, 124010. arXiv:2102.05488 — 겉은 블랙홀과 같아도 남는 여분의 광자 고리.
  3. Bambhaniya, P. et al. (2021). “Thin accretion disk in the Simpson–Visser spacetimes.” arXiv:2109.15054 — 원반의 온도·플럭스·광도 차이.
  4. De Falco, V. et al. (2021). “Epicyclic frequencies in static and spherically symmetric wormhole geometries.” Phys. Rev. D 104, 024053. arXiv:2106.12564 — 원반 물질의 고유 진동수로 구별.
  5. Chen, Y. et al. (2024). “Observational signatures of traversable wormholes.” arXiv:2408.07350 — 문 너머 광원의 갇힌 상과 광도 곡선.

메아리 — 중력파, 그리고 전망

  1. Biswas, S. et al. (2022). “Echoes from braneworld wormholes.” arXiv:2205.14743 — 에코 지연과 여분 차원의 직결.
  2. Lai, K. et al. (2025). “Is GW190521 a gravitational wave echo of a wormhole remnant from another universe?” JCAP 03 (2026) 008. arXiv:2509.07831 — GW190521 웜홀 에코 가설(표준 해석이 약간 우세).
  3. Chakraborty, S. & Chakraborty, S. (2025). “Wormholes: Myth or Reality? Prospects for Future Observations.” arXiv:2509.13715 — 관측 채널별 웜홀 수색 전망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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