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은 다시 재는 일로 굴러간다. 그런데 외계행성 검출법 가운데 하나는 다시 재는 것이 원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세 줄 요약
① 미시중력렌즈에서는 상이 갈라지지 않고 밝기만 오른다. 갈라진 간격이 망원경의 분해 능력보다 작기 때문이다.
② 신호를 만드는 것은 행성이 아니고, 두 별이 잠깐 겹치는 배치다. 그래서 사건이 끝나면 확인 관측이라는 선택지가 사라진다.
③ 대신 통과법이 구조적으로 못 보는 자리가 열린다. 로먼은 8월 30일 그 자리를 겨누고 떠난다.
낸시 그레이스 로먼 우주망원경이 8월 21일 팰컨헤비의 페어링 안에 격납됐다. 발사 목표는 8월 30일 오전 7시 26분, 미국 동부 시각이다. 케네디우주센터 39A 발사대에서 떠나 지구와 태양의 라그랑주점 L2로 향한다.
이 망원경이 하려는 일 가운데 가장 자주 인용되는 숫자가 외계행성 발견 건수다. 그런데 그 숫자를 만들어 내는 주된 방법이 미시중력렌즈라는 사실은 국내 소개에서 대체로 한 줄로 지나간다.
한국어로 이 현상을 찾아보면 설명은 대체로 여기서 멈춘다. 무거운 것이 시공간을 휘게 하고, 휜 공간을 따라 빛이 돌아 들어오고, 그래서 뒤에 있는 별이 밝아 보인다는 이야기다.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이 설명은 렌즈 은하가 만드는 아인슈타인 고리와 미시중력렌즈를 같은 그림 안에 밀어 넣는다.
둘은 눈에 보이는 결과가 전혀 다르다. 그리고 그 차이가 이 방법의 가장 불편한 성질로 이어진다.
갈라지기는 하는데 그 간격이 너무 좁아 망원경이 두 상으로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국천문연구원 천문학습관은 아인슈타인이 1936년에 이 고리를 계산해 놓고도 각크기가 너무나 작아서 관측은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한국천문연구원 천문학습관)고 적는다. 렌즈가 별 하나면 상은 점으로 뭉치고, 변하는 것은 모양이 아니고 밝기다.
규모를 견주면 사정이 분명해진다. 위키백과 중력렌즈 항목은 태양 질량의 100만 배가 넘는 은하가 렌즈일 때 상이 수 초각 떨어지고, 은하단이면 수 분각 떨어진다고 적는다. 우리가 사진으로 보는 아인슈타인 십자가나 활 모양 호는 그 규모에서 나온 것이다.
렌즈가 별 하나로 내려오면 질량이 그만큼 줄고, 갈라진 상의 간격도 함께 줄어든다. 지상 망원경은 물론 우주망원경으로도 그 둘을 떼어 볼 수 없다. 같은 위키백과 항목은 미소렌즈효과에서는 겉으로 보았을 때의 모양 왜곡은 없지만 천체로부터 관측되는 빛의 양이 변화된다(위키백과 중력렌즈)고 정리한다.
그래서 이 관측의 결과물은 사진이 아니고 그래프다. 시간에 따라 점 하나의 밝기가 어떻게 변했는지를 적은 곡선 하나가 관측의 전부다.
별이 만든 완만한 봉우리 위에 얹힌 짧고 뾰족한 흔들림으로 드러난다. 렌즈 별에 딸린 행성이 배경별의 상 경로 근처를 지나면 별도의 증폭이 겹치고, 그 구간은 수 시간에서 하루 남짓이다. NASA는 렌즈 별을 도는 행성이 더 작은 규모로 비슷한 효과를 낸다(NASA 로먼 미시중력렌즈)고 설명한다.
이 비대칭이 미시중력렌즈를 다루기 까다롭게 만든다. 별이 만드는 상승은 대체로 수 주에 걸쳐 완만하고 좌우가 거의 대칭인 곡선이다. 행성이 만드는 이탈은 그 위에 잠깐 얹혔다 사라진다.
둘의 시간 규모가 수십 배에서 수백 배 차이 난다는 뜻이다. 별의 봉우리는 며칠에 한 번씩 확인해도 놓치지 않지만, 행성의 흔들림은 그 간격으로 보면 존재한 적도 없는 것이 된다.
보고 있어야 보인다. 이 방법의 어려움은 감도가 아니라 성실성에 있다.
관측 계획이 왜 그런 모양인지도 여기서 나온다. 로먼의 은하 중심부 시간영역 탐사는 고빈도 구간에서 12.1분 간격으로 같은 하늘을 되풀이해 찍는다. 5년 임무 가운데 초반 세 시즌과 후반 세 시즌, 모두 여섯 시즌이 이 방식에 배정돼 있다.
같은 탐사 안에 3일 간격의 저빈도 구간도 네 시즌 들어 있는데, 이쪽은 훨씬 오래 지속되는 사건을 찾는 몫이다. 하나의 탐사 안에 서로 다른 시간 척도를 위한 관측이 겹쳐 있는 셈이다.
신호가 행성이 아니라 두 별의 일시적 배치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렌즈 별과 배경별은 각기 다른 속도로 우리은하를 돌고 있어 한 번 겹쳤다가 어긋나면 같은 배치가 사람의 시간 안에 복원되지 않는다. NASA는 미시중력렌즈를 두 별이 우리 시선에서 가깝게 정렬할 때마다 일어나는 일(NASA 로먼 미시중력렌즈)로 정의한다.
다른 검출법과 견주면 이 성질이 얼마나 예외적인지 드러난다. 통과법으로 찾은 행성은 공전 주기마다 다시 별 앞을 지난다. 시선속도법은 별의 흔들림을 몇 년이고 다시 잴 수 있다. 직접 촬영은 아예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 대상을 다시 찍는다.
미시중력렌즈에는 주기가 없다. 사건이 끝나도 대상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사라지는 것은 대상을 볼 수 있게 해 주던 배치다. 렌즈 별은 여전히 거기 있지만 너무 어두워 보이지 않고, 그 별에 행성이 딸려 있다는 증거는 이미 지나간 곡선 안에만 남는다.
실무에서 이 제약은 경보 체계로 나타난다. 한 관측소가 밝기 상승을 감지하면 다른 대륙의 망원경들에 즉시 알려 관측을 이어 붙인다. 지금 놓치면 영영 놓치기 때문이다.
두 방법이 유리한 자리가 서로 어긋나 있기 때문이다. NASA는 통과법이 해왕성보다 크고 수성보다 훨씬 작은 궤도를 도는 행성을 찾는 데 가장 유리하며, 태양계 같은 구성이라면 모든 행성을 놓칠 수 있다(NASA 로먼 미시중력렌즈)고 적는다. 미시중력렌즈의 주력 구간은 생명가능지대와 그 바깥이다.
이유는 각 방법이 무엇에 의존하는지에 있다. 통과법은 행성이 별 앞을 가로질러야 성립하므로 궤도면이 우리 시선과 거의 나란해야 하고, 궤도가 클수록 그 확률이 떨어지며 기다리는 시간도 길어진다. 목성 궤도라면 한 번 보려고 12년을 기다려야 한다.
미시중력렌즈는 행성이 별 앞을 지나기를 기다리지 않는다. 필요한 것은 행성이 렌즈 별 곁에서 배경별의 상 경로 근처에 있는 것뿐이고, 그 조건은 오히려 별에서 어느 정도 떨어져 있을 때 잘 맞는다.
NASA는 로먼이 수성을 뺀 태양계 모든 행성의 유사체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수성이 빠지는 이유는 궤도가 작은 데다 질량까지 가벼워 두 조건이 겹치기 때문이다.
더 극단적인 쪽도 열린다. 별에 매이지 않고 홀로 떠도는 천체는 반사할 별빛도 가릴 별도 없어 다른 방법으로는 접근 자체가 어려운데, 미시중력렌즈는 질량만 있으면 잡아낸다. NASA는 그 범위를 화성 질량부터 태양 질량의 100배까지로 적고, 우리은하에 항성질량 블랙홀이 약 1억 개 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홀로 있는 것을 확실하게 찾아낸 적은 없다고 덧붙인다.
탐사가 겨누는 성과도 이 구도를 따른다. 로먼은 미시중력렌즈로 넓은 궤도를 도는 행성 1,000개 이상을, 같은 관측에서 통과 신호로 10만 개 이상을 찾을 것으로 기대된다. 숫자는 통과 쪽이 압도적이지만, 지도의 빈칸을 메우는 쪽은 앞의 1,000개다.
곡선에서 직접 읽히는 값이 렌즈의 질량과 거리와 횡속도가 뒤섞인 시간 척도 하나뿐이라는 뜻이다. 이 값을 아인슈타인 교차 시간이라 부르며, 이 시간만으로는 렌즈의 질량과 거리와 횡속도를 따로 이끌어 낼 수 없다(Skowron 외, arXiv:1101.3312). 이것이 축퇴 문제다.
무거우면서 먼 렌즈와 가벼우면서 가까운 렌즈가 같은 곡선을 남길 수 있다는 얘기다. 곡선을 아무리 정밀하게 재도 그 안에서 셋을 갈라내지 못한다. 정보가 부족한 것은 아니다. 하나로 접혀 있을 뿐이다.
축퇴를 푸는 실마리는 곡선의 미세한 일그러짐에 있다. 지구가 공전하면서 관측 위치가 바뀌어 생기는 시차 효과, 그리고 배경별이 점이 아니고 유한한 크기를 가져서 생기는 효과가 단순한 모양에서 어긋난 흔적을 남긴다. 이런 이탈이 잡히면 값들을 따로 정할 수 있다.
다시 볼 수 없다는 성질이 여기서 두 번째로 무겁게 작용한다. 축퇴가 남은 채로 사건이 끝나면 나중에 자료를 더 모을 방법이 없다. 필요한 정보를 사건이 진행되는 동안 전부 받아 두지 못했다면, 그 행성은 질량비만 알려진 채로 목록에 남는다.
같은 현상을 쓰지만 놓인 자리가 달라 약점도 다르다. KMTNet은 한국천문연구원이 칠레와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호주에 직경 1.6미터 광시야망원경과 3.4억 화소 모자이크 CCD 카메라를 두고 우리은하 중심부를 24시간 연속 감시한다(한국천문연구원 KMTNet 개요). 로먼은 그 연속성을 L2에서 처음부터 갖는다.
지상 관측이 세 대륙에 망원경을 흩어 놓은 이유가 앞서 본 시간 척도 문제다. 한 곳에서만 보면 낮 동안 곡선이 끊기고, 그 사이에 행성이 만드는 몇 시간짜리 흔들림이 통째로 사라질 수 있다. 경도를 갈라 배치하면 한 곳이 낮일 때 다른 곳이 밤이라 관측이 이어진다.
KMTNet은 2009년에 개발 과제로 시작했고, 지금은 매년 수십 개의 외계행성을 발견하고 있다. 우리은하 중심부를 볼 수 없는 시간에는 초신성과 소행성 관측에 같은 장비를 돌린다.
로먼 쪽의 이점은 대기가 없다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주경은 지름 2.4미터로 허블과 같지만 시야가 허블의 100배 넓어, 한 번 찍을 때마다 붐비는 은하 중심부의 수많은 별을 동시에 감시한다. 관측 대상이 많을수록 드문 정렬을 만날 확률이 올라간다.
다만 로먼의 성과는 아직 계획이다. 발사가 끝나야 시작되는 일이고, 발사일 자체가 기상과 기체 상태에 따라 미뤄질 수 있다. 같은 8월에 중국의 창어 7호가 발사 조건을 채우지 못해 일정을 놓친 일이 그 예다.
이 방법의 성격을 한 문장으로 줄이면 이렇게 된다. 다른 관측은 대상을 보고, 미시중력렌즈는 사건을 본다. 대상은 기다려 주지만 사건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기술이 대개 그렇듯 여기서도 핵심은 대상 자체가 아니다. 별빛을 지워 행성을 드러내는 쪽이 방해를 걷어내는 기술이라면, 이쪽은 우연히 열린 창을 놓치지 않는 기술이다. 같은 로먼에 두 장비가 함께 실려 있다는 사실이 그 대비를 잘 보여 준다.
중력이 빛을 휘게 한다는 사실 자체는 이미 쌍둥이 퀘이사에서 확인됐고, 아인슈타인 십자가는 그 결과를 사진으로 남겼다. 다만 그 규모에서는 상이 갈라져 남았고, 별의 규모로 내려오자 남는 것은 곡선 하나뿐이 됐다. 우주에 다른 생명이 있는지를 묻는 일도 결국 이런 곡선들을 얼마나 부지런히 모으느냐에 달려 있다. 8월 30일 이후 당신이 보게 될 로먼의 행성 목록은,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순간들을 놓치지 않고 받아 적은 기록이다.
본문의 모든 수치는 위 자료에서 가져왔다. 발견 건수를 두고 위키백과와 한국천문연구원의 서술이 어긋나 어느 한쪽을 고르지 않고 차이를 본문에 밝혔다. 로먼의 발사 일자와 성과 전망은 발사 전 시점의 계획이며 변경될 수 있다. 축퇴가 풀리는 사건의 비율과 렌즈 별 후속 관측의 성공률은 일반화된 값을 확인하지 못해 본문에 적지 않았다. 이미지 세 점은 이 글을 위해 직접 제작한 도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