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사 중계를 보면 로켓은 곧게 서 있다가 어느 순간 옆으로 눕는다. 처음 보면 무언가 잘못된 것처럼 보인다. 실은 그 순간부터가 진짜 비행이다.
세 줄 요약
① 궤도에 오른다는 말의 뜻은 높이가 아니다. 옆으로 초속 약 7.8킬로미터로 달린다는 뜻이다.
② 수직으로 버티는 시간이 길수록 중력을 거스르는 데 연료가 새어 나가므로, 로켓은 되도록 일찍 눕는다.
③ 다만 너무 일찍 누우면 두꺼운 공기에 부딪힌다. 중력 선회는 이 두 손해 사이에서 잡은 절충이다.
중국의 달 탐사선 창어 7호가 8월 24일 발사될 예정이다. 19일 장정 5호 Y14 로켓에 실려 하이난섬 원창 우주발사장 발사대로 수직 이송을 마쳤고, 목적지는 달 남극의 얼음 자원이다. 발사 중계를 켜 두면 아마 같은 장면을 또 보게 된다. 곧게 서서 오르던 로켓이 어느 순간 옆으로 기우는 장면이다.
처음 그 장면을 본 사람은 대개 같은 반응을 보인다. 어딘가 밀려난 것 아닌가, 바람에 흔들린 것 아닌가. 그러나 저건 비행 계획서에 분 단위로 적혀 있는 동작이고, 이름까지 붙어 있다. 중력 선회라고 부른다.
더 흥미로운 것은 이 기동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다. 로켓이 눕는 이유를 따라가다 보면 "궤도에 오른다"는 익숙한 표현이 실은 우리가 생각하던 뜻이 아니었다는 데 도달한다.
높이가 아니라 옆으로 가는 속도를 뜻한다. 지구 저궤도를 유지하려면 초속 약 7.8킬로미터가 필요하고, 그 속도는 거의 전부 수평 방향이다. 높이만 얻고 수평 속도가 없는 물체는 정점에서 멈춘 뒤 그대로 되돌아 떨어진다. 궤도란 떨어지기를 멈춘 상태가 아니라, 떨어지는 곡선이 지구가 휘어지는 곡선과 같아진 상태다. (Wikipedia, Gravity loss — 저궤도 속도 초속 7.8킬로미터)
이 사정을 뉴턴이 이미 그림으로 그려 놓았다. 아주 높은 산꼭대기에 대포를 놓고 수평으로 쏜다고 하자. 약하게 쏘면 포탄은 산 아래 어딘가에 떨어진다. 세게 쏘면 더 멀리 가서 떨어진다.
그런데 충분히 세게 쏘면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포탄은 여전히 떨어지고 있는데, 떨어지는 동안 지면도 함께 아래로 휘어져 도망간다. 둘의 휘어짐이 딱 맞아떨어지면 포탄은 영원히 떨어지면서 영원히 닿지 않는다.
그러니 발사체가 해야 할 일은 두 가지로 갈린다. 하나는 공기가 없는 높이까지 올라가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그 높이에서 옆으로 초속 7.8킬로미터를 만드는 일이다. 힘든 쪽은 압도적으로 두 번째다.
중력을 떠받치는 데 성능이 새어 나간다. 이 새어 나감을 중력 손실이라 부르며, 추력이 만드는 가속도를 a, 중력가속도를 g라 할 때 델타브이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g를 a로 나눈 값이 된다. 추력이 중력보다 조금 클 뿐이면 쓰는 연료의 상당 부분이 제자리를 지키는 데만 소모된다. (Wikipedia, Gravity loss — 손실 비율 g/a)
숫자로 보면 감이 온다. 로켓이 자기 무게의 세 배에 해당하는 추력을 똑바로 위로 낸다고 하자. 중력이 그중 한 몫을 먹으므로 실제 가속도는 중력가속도의 두 배로 줄어든다.
같은 추력을 비스듬히 쓰면 사정이 달라진다. 위쪽 성분이 중력과 정확히 상쇄되도록 각도를 잡으면, 남은 힘 전부가 수평 가속에 쓰인다. 그 크기는 중력가속도의 약 2.8배다. 똑같은 엔진, 똑같은 연료인데 방향 하나로 얻는 것이 달라진다.
쓰는 힘은 그대로인데, 어느 쪽을 향하느냐가 결과를 가른다.
그래서 발사체 설계에는 원칙이 하나 선다. 수직으로 버티는 시간을 되도록 짧게 만들라는 것. 위로 오래 버틸수록 중력 손실이 쌓이고, 쌓인 만큼 연료탱크가 커지고, 탱크가 커진 만큼 다시 무거워진다.
궤도가 요구하는 값보다 초속 1.5에서 2킬로미터를 더 써야 한다. 저궤도의 속도는 초속 7.8킬로미터인데, 발사체가 실제로 만들어 내야 하는 델타브이는 초속 9에서 10킬로미터에 이른다. 차이는 중력 손실과 조향 손실, 그리고 대기 항력으로 사라진다. 전체의 5분의 1 가까이가 궤도에 남지 않는 몫이다. (Wikipedia, Gravity loss — 필요 델타브이 초속 9~10킬로미터)
발사장 위치가 중요한 것도 이 예산표 때문이다. 지구는 이미 동쪽으로 돌고 있으므로 적도에 가까운 곳에서 동쪽으로 쏘면 그 회전 속도를 공짜로 얻는다. 하이난섬이나 케이프커내버럴이 남쪽에 자리 잡은 이유가 여기 있다.
발사탑을 벗어난 직후 방위각을 맞추는 롤 기동을 하고, 이어 엔진을 살짝 기울여 비행 경로를 수직에서 떼어 내는 피치오버를 한다. 이 동작은 수직 속도가 아직 작을 때 해야 한다. 이미 빠르게 올라가는 중에 자세를 틀면 기체가 공기에 옆구리를 대는 꼴이 되어 감당 못 할 하중을 받는다. (Wikipedia, Gravity turn · Roll program — 피치오버 시점과 방식)
피치오버는 힘으로 밀어 돌리는 동작이 아니다. 엔진의 방향을 조금 비트는 짐벌 조작으로 기체에 회전 토크를 만들고, 코가 원하는 만큼 기울면 엔진을 다시 축과 나란히 되돌린다. 기울기는 발사체마다 다르며, 몇 도에 그치는 기체가 있는가 하면 수십 도를 쓰는 기체도 있다.
새턴 5호의 롤 프로그램은 1단이 담당했고 방식은 개루프였다. 미리 정해 둔 시각에 정해 둔 만큼 돌리고 끝낸다는 뜻이다. 설계는 단순해지지만 강풍 같은 예상 밖 조건을 그때그때 바로잡지는 못한다. 롤 자체는 롤 서보와 피치 서보로 엔진들을 동시에 기울여 만들었다.
우주왕복선은 롤과 피치와 요를 한꺼번에 했고, 아예 뒤집혀 배를 하늘로 향한 자세로 올라갔다. 이 자세를 택한 최초의 이유는 안전이 아니라 탑재량이었다. 1971년에서 1972년 사이 노스럽이 돌린 RAGMOP이라는 궤적 계산 프로그램이, 뒤집으면 150해리 적도궤도 기준 탑재량이 약 4만 파운드에서 4만 8천 파운드로 늘어난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20퍼센트에 가까운 증가였고, 최대 동압이나 3G 제한 같은 조건을 하나도 어기지 않고 얻은 값이었다. 항력 손실이 줄고, 주엔진과 고체부스터의 추력선이 더 나란해지면서 모멘트 균형 손실도 함께 줄어든 결과였다.
받음각을 0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다. 피치오버가 끝나면 로켓은 기수를 진행 방향과 정확히 일치시킨 채 나머지 상승을 한다. 이렇게 하면 옆에서 받는 공기력이 거의 사라져 기체를 가볍게 만들 수 있고, 추력은 방향 전환에 낭비되지 않고 전부 가속에 쓰인다. 이상적인 중력 선회에서 조종을 위해 추력을 쓰는 순간은 피치오버 한 번뿐이다. (Wikipedia, Gravity turn — 받음각 0 유지와 무양력 선회)
중력 선회의 다른 이름이 무양력 선회인 까닭이 여기 있다. 비행기는 날개로 양력을 만들어 방향을 바꾸지만, 이 기동은 양력을 일부러 0에 가깝게 눌러 둔다. 궤적을 눕히는 일은 중력에 맡긴다.
공짜로 일해 주는 손이 하나 붙는 셈이다. 로켓이 조금 기운 순간부터 중력은 속도 벡터를 계속 아래로 당기고, 그 결과 진행 방향이 서서히 수평에 가까워진다. 로켓은 그 흐름을 거스르지 않고 따라가기만 한다.
다만 이 아름다운 그림에는 조건이 하나 붙는다. 두꺼운 공기다. 일찍 누우면 중력 손실은 줄지만 밀도 높은 대기를 옆으로 헤치고 가야 하므로 항력이 커진다. 늦게 누우면 항력은 줄지만 중력 손실이 불어난다. 어느 쪽도 공짜가 없다.
최대 동압, 흔히 맥스큐라 부르는 지점이 이 줄다리기의 한복판에 있다. 이륙 직후에는 속도가 붙는 속도가 공기가 옅어지는 속도를 앞질러 동압이 계속 오르고, 두 변화율이 같아지는 순간 정점을 찍는다. 발사체는 그 압력을 견디도록 지어야 하므로 낮은 고도에서 서둘러 가속하면 기체가 무거워진다.
계산 자체도 만만치 않다. 이 궤적을 기술하는 방정식은 속도 변화와 회전율이 서로 얽힌 연립식이라, 가장 단순한 경우를 빼면 손으로 풀리지 않고 수치적분에 맡겨야 한다. 컬러와 프리드가 1957년에 이 문제를 정리한 이래 사정은 그대로다.
실제 비행에서는 대기권을 지나는 동안 미리 계산한 자세표를 그대로 따르는 개루프로 가고, 진공에 들어선 뒤에야 폐쇄루프 유도로 넘어간다. 대기 안에서 오차를 즉석에서 고치려 들면 받음각이 흐트러지기 때문이다. 아폴로의 새턴 로켓도 1단을 분리하고 인터스테이지를 버리는 동안 자세를 고정해 두었다가 2단 비행 초기에 폐쇄루프로 전환했다.
쓰인다. 대기가 없는 천체에는 열차폐도 낙하산도 소용없어 역추진만으로 내려와야 하는데, 이때 발사 궤적을 거꾸로 되짚는 방식이 유효하다. 아폴로 달착륙선은 중력 선회를 조금 고쳐 쓴 경로로 착륙했고, 그보다 앞선 서베이어 계획이 자동 착륙 프로그램으로 이 방식을 처음 실증했다. (Wikipedia, Gravity turn — 아폴로 달착륙선과 서베이어의 중력 선회 강하)
순서를 뒤집어 보면 대칭이 드러난다. 착륙선은 먼저 역방향 분사로 궤도 속도를 깎아 최저점을 지표 가까이 내린다. 그다음 엔진을 진행 방향의 정반대로 향하고 감속을 시작한다.
수평 속도가 줄어들수록 중력이 궤적을 점점 수직에 가깝게 끌어당긴다. 이상적으로는 수평 속도와 수직 속도와 고도가 동시에 0이 되는 순간에 접지한다. 발사 때 마지막에 눕는 그 곡선을, 착륙 때는 처음부터 거꾸로 밟는 셈이다.
물론 실제 표면은 이상적이지 않다. 바위와 굴곡이 있으므로 착륙선은 막바지에 받음각을 몇 도 주어 수평 속도를 완전히 지운 뒤 곧장 아래로 내려앉는다. 달에서의 이동이 지구와 다른 것처럼, 내려앉는 방식도 지구의 상식과 다르다.
발사와 착륙이 하나의 곡선을 공유한다는 사실은 흥미로운 대칭이다. 차이가 있다면 무게다. 올라가는 기체는 지표에서 가장 무겁고, 내려오는 기체는 지표에서 가장 가볍다.
지구를 떠날 때 한 번, 달에 내려앉을 때 또 한 번 같은 원리를 쓴다. 8월 24일 원창에서 장정 5호 Y14에 실려 떠나는 순간에는 중력 선회로 지구 궤도에 오르고, 달 남극에 착륙할 때는 그 곡선을 거꾸로 밟는다. 궤도선과 착륙선, 로버, 도약 탐사체를 함께 실어 달 남극의 얼음과 휘발성 물질을 조사하는 것이 임무다. (뉴시스 2026-08-20 — 창어 7호 8월 24일 발사 예정, 장정 5호 Y14, 달 남극 얼음 자원)
중국 유인우주공학 사무국은 탐사선과 로켓이 각각 4월과 7월에 발사장에 도착해 조립과 시험을 마쳤다고 밝혔다. 원창시는 19일 오전 7시부터 24일 정오까지 일부 구역을 비행금지구역으로 지정했다.
달 남극이 목표가 된 이유는 그늘에 있다. 그곳에는 태양이 한 번도 들지 않는 영구 음영 지역이 있고, 그 안에 수십억 년 동안 얼음이 남아 있을 수 있다. 달에 물이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는 별도의 이야기이고, 이번 임무는 그 답을 현장에서 확인하려는 시도다.
발사 날짜는 미뤄질 수 있다. 그래도 이 글이 다루는 곡선은 달라지지 않는다. 달 표면의 밝은 줄무늬를 카메라에 담든 태양계 바깥으로 향하든, 지구를 떠나는 모든 기체는 같은 자리에서 같은 방식으로 눕는다.
다음에 발사 중계를 보게 되거든 그 순간을 놓치지 말자. 로켓이 기우는 장면은 사고가 나는 장면이 아니다. 우리가 아는 상하 감각이 통하지 않는 세계로 넘어가는 장면이다. 위로 가는 일은 그저 준비였고, 진짜 일은 옆으로 가는 것이었다.
본문의 모든 수치는 위 자료에서 가져왔다. 저궤도 진입 델타브이는 자료에 따라 초속 9~10킬로미터라는 범위와 약 9.4킬로미터라는 대표값이 함께 쓰이므로 어느 한쪽을 고르지 않고 둘 다 적고 이유를 밝혔다. 창어 7호의 발사 일자와 세부 구성은 발사 전 시점의 발표이며 변경될 수 있다. 이미지 세 점은 이 글을 위해 직접 제작한 도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