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것을 손으로 가리면 그 옆이 보인다. 코로나그래프를 설명하는 거의 모든 글이 이 비유에서 끝난다. 실제로는 가린 다음이 훨씬 어렵다.
세 줄 요약
① 코로나그래프의 어려움은 별빛을 가리는 단계에 있지 않다. 가린 뒤에 남는 빛을 처리하는 단계에 있다.
② 남는 빛은 두 종류다. 가장자리에서 번진 회절광, 그리고 거울의 미세한 굴곡이 만든 얼룩이다.
③ 로먼은 거울을 실시간으로 휘어 그 얼룩을 지우는 장치를 우주에서 처음 시험한다. 8월 30일 발사한다.
낸시 그레이스 로먼 우주망원경이 8월 30일 오전 7시 26분, 미국 동부 시각으로 케네디우주센터 39A 발사대에서 팰컨헤비에 실려 떠난다. 8월 21일 비행 준비 검토가 끝나 최종 준비 단계로 넘어갔다. 원래 일정보다 아홉 달 이르다.
이 망원경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따라붙는 장비가 하나 있다. 코로나그래프다. 국내 보도는 대체로 이렇게 설명한다. 별빛을 가리는 장치이고, 전조등 옆의 촛불을 보려면 손바닥으로 전조등을 가려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맞는 설명이다. 다만 여기서 멈추면 이상한 결론이 남는다. 가리는 게 전부라면 검은 원판 하나 붙이면 될 텐데, NASA는 왜 이 장치 하나에 십수 년을 쓰고 있는가.
빛이 마스크 가장자리에서 회절해 바깥으로 번지기 때문이다. 마스크가 덮는 것은 초점면에 맺힌 중심의 밝은 상뿐이고, 그 상을 만들면서 개구와 마스크 테두리를 스친 빛은 고리 모양으로 퍼져 시야에 남는다. 로먼의 파면 감지 장치가 측정하는 대상도 바로 회절과 광학 결함이 만든 이 불규칙성이다. (NASA Science, Roman Coronagraph Systems, 2026-08-17 갱신)
회절은 빛이 파동이라서 생기는 현상이다. 파동은 장애물의 가장자리를 만나면 그 뒤로 돌아 들어간다. 문틈으로 소리가 새는 것과 같은 일이 빛에서도 벌어지고, 파장이 짧아 눈에 잘 띄지 않을 뿐이다.
망원경은 이 성질을 피할 수 없다. 별을 아무리 정밀하게 찍어도 상은 점이 되지 않고, 가운데가 밝고 둘레에 희미한 고리가 둘린 무늬로 맺힌다. 이 고리는 광학계의 결함으로 생기지 않는다. 개구가 유한하다는 사실에서 나오는 물리적 하한선이다.
그러니 마스크를 씌운 직후의 시야는 비어 있지 않다. 중심만 검게 뚫린 채, 그 둘레로 회절 고리가 밝게 살아 있다. 찾으려는 행성은 그 고리보다 한참 어둡다.
리오 스톱이라는 조리개가 걷어낸다. 회절 때문에 광학계 가장자리로 몰린 빛을 잘라내는 장치이며, 프랑스 천문학자 베르나르 리오가 고안했다. 시스템 입사동의 상이 맺히는 자리에 놓고, 지름을 그 상보다 조금 작게 만들어 테두리를 깎아낸다. (Wikipedia, Lyot stop · Lyot 1939, MNRAS 99:580)
이 장치가 작동하는 이유는 빛이 어디에 몰리는지에 있다. 초점면에서 마스크에 막힌 별빛은 그다음 동공면으로 넘어갈 때 테두리 쪽으로 재배치된다. 가운데는 오히려 비워진다. 행성 빛은 마스크를 피해 왔으므로 그런 편중이 없다.
그래서 테두리를 잘라내면 별빛은 크게 줄고 행성 빛은 조금만 준다. 손해를 감수하고 이득을 크게 보는 거래다.
여기까지가 고전적인 코로나그래프다. 1930년대에 리오는 이 구성으로 개기일식을 기다리지 않고도 태양 코로나를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 허블과 제임스웹에 실린 코로나그래프도 원리상 이 계열에 속한다.
다만 태양 코로나와 외계행성은 요구 수준이 다르다. 코로나는 태양 표면보다 백만 배쯤 어둡고, 우리가 찾으려는 행성은 그보다 더 아래에 있다.
스펙클이 행성과 같은 모양이기 때문이다. 망원경 거울과 렌즈 표면의 미세한 형상 오차 때문에 별빛이 흩어지면, 시야에 점 모양 얼룩이 흩뿌려진다. 문제는 밝기가 아니라 생김새다. 얼룩도 점이고 행성도 점이라 한 장의 사진만으로는 둘을 가를 수 없다. (NASA Science, Roman Coronagraph Systems — 파면 감지가 잔여 산란 별빛과 광학 형상 결함을 측정한다)
이 대목이 코로나그래프 이야기에서 가장 자주 빠진다. 별빛을 백만 배 줄였다는 말은 얼핏 성공처럼 들리지만, 남은 백만 분의 일이 행성과 똑같이 생겼다면 관측은 실패한 것이다.
오차의 규모를 보면 사정이 실감 난다. 문제가 되는 굴곡은 나노미터 단위, 즉 원자 몇 개를 쌓은 높이다. 지상에서 아무리 정밀하게 연마해도 이 수준의 완벽함은 만들 수 없고, 발사 진동과 우주의 온도 변화가 거기에 또 손을 댄다.
지워야 할 것은 밝기가 아니었다. 행성 흉내를 내는 무늬였다.
게다가 이 얼룩은 가만히 있지 않는다. 망원경의 온도가 조금 변하거나 자세가 미세하게 흔들리면 무늬가 바뀐다. 고정된 마스크로는 대응할 방법이 없다. 관측 중에 계속 고쳐 나가는 수밖에 없다.
거울 표면을 미세하게 휘어 빛의 파면을 원래대로 되돌린다는 뜻이다. 로먼의 변형거울은 지름이 약 5센티미터인데 액추에이터가 1,600개 넘게 달려 있고, 각 액추에이터는 62피코미터보다 정밀하게 조종된다. 헬륨 원자 지름보다 작은 단위다. 거울 두 장을 합치면 3,200개가 넘는다. (NASA Science, Roman Coronagraph Systems — 변형거울 및 전자장치)
순서는 이렇다. 먼저 파면 감지 장치가 시야에 새어 든 잔여 별빛과 마스크에 반사된 빛을 함께 읽는다. 그 무늬를 역산하면 어떤 굴곡이 이 얼룩을 만들었는지가 나온다. 계산 결과대로 액추에이터에 전압을 걸어 거울을 눌러 준다.
중요한 것은 이 과정이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재고, 고치고, 다시 재고, 또 고친다. 그래서 능동형이라 부른다. 허블과 제임스웹의 코로나그래프는 작동을 시작하면 형상을 바꾸지 못하는 수동형이고, 로먼이 우주로 올라가는 첫 능동형이 된다.
지울 수 있는 면적에는 한계가 있다. 액추에이터 개수가 유한하므로 시야 전체를 비우지는 못하고, 대신 한쪽을 골라 그곳만 깨끗하게 만든다. 이 영역을 다크홀이라 부르고, 행성 탐색은 그 안에서만 이루어진다.
안정성도 만만치 않은 조건이다. 핵심 부품의 온도는 수 밀리켈빈 이내로 잡아 두고, 우주선의 미세한 떨림에 대응하려고 초당 1,000장씩 영상을 받아 자세 보정 명령을 계산한다.
로먼이 잡은 목표는 별보다 1억 배 어두운 천체다. 기존 우주 코로나그래프보다 100배에서 1,000배 좋은 값이며, 목성과 비슷한 크기와 온도, 거리를 가진 행성이 반사한 별빛을 직접 찍을 수 있는 수준이다. 태양 같은 별 곁의 지구형 행성은 100억 배 이상 어두워 여기서 한 단계가 더 필요하다. (NASA JPL, The Roman Coronagraph Instrument)
이 눈금을 알고 나면 그동안의 직접 촬영 성과가 다르게 읽힌다. 사진으로 찍힌 외계행성들은 대개 갓 태어나 아직 뜨겁고, 별에서 멀찍이 떨어져 있었다. 스스로 적외선을 내뿜는 데다 별과의 각거리도 넉넉해서 상대적으로 쉬운 표적이었다.
반사광을 보는 일은 성격이 다르다. 행성 자신은 빛을 내지 않고 별빛을 되비출 뿐이라 훨씬 어둡고, 별 가까이 도는 행성일수록 마스크에 함께 먹힌다. 로먼이 넘으려는 문턱이 여기다.
검출기 쪽 조건을 보면 목표가 얼마나 어두운지 짐작할 수 있다. 로먼 코로나그래프가 담을 천체는 광자가 몇 초에 하나씩 도착하는 수준이어서, 도착하는 광자를 하나씩 세는 검출기를 영하 90도로 식혀 쓴다.
기술 그 자체다. 로먼에는 과학 장비인 광시야 기기와 별개로 기술 시연으로 분류된 코로나그래프가 실린다. 목적은 외계행성을 많이 찾는 것이 아니라, 능동 파면 제어가 우주에서 실제로 작동하는지를 확인해 다음 세대 망원경인 거주가능세계관측소로 넘기는 데 있다. (NASA JPL, The Roman Coronagraph Instrument — technology demonstration)
이 지위 문제는 국내 보도에서 자주 흐려진다. 로먼이 외계행성 수천 개를 찾아낼 것이라는 전망은 코로나그래프의 몫이 아니다. 광시야 기기가 중력렌즈와 통과를 이용하는 간접 방법으로 해낼 일이다.
코로나그래프가 맡은 일은 규모 쪽이 아니고 깊이 쪽이다. 별 하나를 오래 들여다보며 얼룩을 지우고, 그 자리에 남은 점이 정말 행성인지 확인하고, 스펙트럼을 갈라 대기 성분을 읽는다. 이 방법이 통한다는 것만 보여주면 임무는 성공이다.
사람이 직접 나가는 쪽에서도 사정은 비슷하다. 겉으로 보이는 한 장면 뒤에 여러 단계가 숨어 있다. 선외활동은 문을 여는 것으로 시작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그 예다.
정리하면 순서가 이렇게 된다. 가리고, 걷어내고, 지우고, 그러고 나서 겨우 본다. 한국어 자료 대부분이 첫 단계에서 이야기를 끝내는데, 실제로 사람 손이 많이 간 곳은 두 번째와 세 번째다.
이 구조는 다른 관측에서도 반복된다. 블랙홀의 자전을 재는 일도 블랙홀 자체를 보지 않고 그 옆의 무언가를 읽는 방식이었고, 제임스웹이 먼 우주를 보는 방식도 결국 방해가 되는 것을 어떻게 걷어내느냐의 문제였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기술은 대개 지우는 기술이다.
8월 30일에 팰컨헤비가 궤도로 올라가는 그 곡선을 따라가면, 그 위에는 원자 지름보다 작은 단위로 스스로를 휘는 거울 두 장이 실려 있다. 우리가 다른 별의 행성을 사진으로 보게 되는 날이 온다면, 그 사진은 무엇을 잘 찍어서가 아니라 무엇을 잘 지워서 얻어진 것이다. 우주에 다른 생명이 있는지를 묻는 일도 결국 이 지우는 기술 위에 놓여 있다.
본문의 모든 수치는 위 자료에서 가져왔다. 변형거울의 액추에이터 개수는 NASA 공식 페이지의 값과 국내 번역 기사의 값이 달라 어느 한쪽을 고르지 않고 차이를 본문에 밝혔다. 로먼의 발사 일자와 성능은 발사 전 시점의 계획이며 변경될 수 있다. 이미지 세 점은 이 글을 위해 직접 제작한 도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