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 뒤 떠나는 망원경은 허블과 똑같은 크기의 거울을 싣고 간다. 바뀐 것은 그 뒤에 놓인 물건이다.
세 줄 요약
① 로먼의 주경은 허블과 같은 2.4미터이고, 두 망원경의 각분해능도 같다.
② 시야를 정하는 것은 거울이 아니라 초점면에 깔린 검출기의 면적이다. 로먼은 거기에 18장을 깔았다.
③ 그래서 배수는 견주는 상대에 따라 100배가 되기도 하고 200배가 되기도 한다.
2026년 8월 30일 아침, 플로리다의 발사대 39A에서 팰컨헤비 한 기가 떠오를 예정이다. 실린 화물은 낸시 그레이스 로먼 우주망원경이고, 목적지는 지구에서 160만 킬로미터 떨어진 제2 라그랑주점이다.
이 망원경을 소개하는 문장은 거의 언제나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허블과 같은 크기의 거울을 달았는데 시야는 100배 넓다는 것이다.
여기서 대부분의 설명이 멈춘다. 한국어 기사들은 그 이유를 기술의 진보라고 적는데, 이 말은 사실이지만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는다. 무엇이 진보했다는 것인지가 빠져 있기 때문이다.
빠진 자리에 들어갈 답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망원경에서 선명함과 넓이는 서로 다른 부품이 정한다.
지름은 분해능만 정하고 시야는 정하지 않는다. 빛은 구멍을 지날 때 반드시 번지므로 아무리 좋은 망원경도 점을 점으로 맺지 못한다. 이 번짐의 크기가 회절한계로, 각도 θ는 1.22에 파장 λ를 곱하고 구경 D로 나눈 값으로 주어진다(위키백과 「회절한계」). 식 어디에도 넓이를 뜻하는 항이 없다.
숫자를 넣어 보면 감이 온다. 파장 1마이크로미터의 근적외선을 지름 2.4미터 거울로 받으면 회절한계는 대략 0.1각초가 된다. 각초는 1도의 3600분의 1이니, 이것은 4킬로미터 밖에 놓인 동전 두 개를 갈라 보는 정도다.
중요한 것은 이 값이 거울의 지름 하나로 결정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로먼은 지름 7.9피트, 곧 2.4미터의 주경을 쓰며 이는 허블의 주경과 같은 크기이고, 다만 기술 발전 덕분에 무게는 4분의 1이 채 되지 않는 186킬로그램이다(NASA 로먼 프레스킷, 2026-08). 지름이 같으니 두 망원경이 갈라 볼 수 있는 최소 각도도 같다.
거울을 키우면 더 작은 것이 보이고, 검출기를 늘리면 더 많은 것이 보인다. 이 둘은 같은 일이 아니다.
사진을 찍어 본 사람이라면 이미 아는 구분이기도 하다. 렌즈를 바꾸지 않고 필름을 더 큰 것으로 갈아 끼우면, 상의 세밀함은 그대로인 채 화면에 담기는 범위만 넓어진다.
망원경도 다르지 않다. 거울은 빛을 모으고, 초점면은 그 빛을 받아 적으며, 검출기가 덮은 넓이만큼만 하늘이 기록된다.
다만 천문학에서 그 필름 자리에 놓이는 것은 검출기 배열이다. 로먼이 손댄 곳이 정확히 거기다.
초점면에 깔린 검출기의 총 면적이 정한다. 로먼의 광시야 계측기는 4096 곱하기 4096 화소짜리 H4RG-10 검출기 18장을 초점면에 깔아 하늘에서 유효 0.281 제곱도를 덮고, 화소 하나가 0.11각초를 맡는다(STScI, 「Description of the WFI」). 거울이 만든 상 가운데 실제로 기록되는 것은 이 면이 받아 낸 부분뿐이다.
거울은 원래 자기 시야보다 훨씬 넓은 하늘의 상을 초점면에 뿌리고 있다. 검출기가 그 일부만 덮으면 나머지는 그냥 버려진다.
허블이 오랫동안 해 온 일이 그것이다. 1990년에 올라간 망원경이 쓰는 카메라는 거울이 만든 상 가운데 아주 작은 조각만 받아 적었고, 그 바깥의 하늘은 매번 그대로 흘려보냈다.
로먼은 그 버려지던 자리를 채웠다. 검출기 한 장이 크래커 한 장만 한 크기이고 화소는 약 1678만 개씩이라, 18장을 합치면 3억 개를 넘는다(NASA 로먼 프레스킷, 2026-08). 틈까지 포함한 초점면의 바깥 치수는 가로 약 2800각초에 세로 약 1400각초에 이른다.
그 결과 로먼의 사진 한 장에는 보름달의 겉보기 크기보다 넓은 하늘이 담기며, 5년의 주 임무 동안 허블이 30년간 훑은 하늘의 50배 이상을 찍게 된다(NASA 로먼 프레스킷, 2026-08). 같은 거울로 같은 선명도의 사진을 찍으면서 그렇게 한다.
검출기를 넓히기만 하면 상이 뭉개지기 때문이다. 회절이 만든 번짐보다 화소가 크면 그 안의 구조가 한 값으로 뭉뚱그려진다. 로먼이 쓰는 H4RG-10의 화소 피치는 10마이크로미터로, 제임스웹의 니어캠·니어스펙·니리스와 허블 WFC3 적외선 채널에 들어간 H2RG의 18마이크로미터보다 거의 절반 가깝게 작다(STScI, 「Description of the WFI」).
이 대목이 광시야 설계의 진짜 어려움이다. 넓이만 늘리는 일은 검출기를 더 사면 되지만, 넓히면서 선명함을 지키려면 화소가 함께 작아져야 한다.
앞에서 계산한 값과 나란히 놓아 보면 관계가 보인다. 2.4미터 거울의 회절한계가 약 0.1각초이고 로먼의 화소가 맡는 각크기가 0.11각초이니, 번짐 하나에 화소 하나가 겨우 맞물린다.
검출기 안쪽 사정도 만만치 않다. 화소가 3억 개면 읽어 내는 일 자체가 문제가 되는데, 로먼은 검출기 한 장을 128열씩 32개 구역으로 갈라 증폭기 32개가 동시에 읽고, 화소 하나를 읽는 데 5마이크로초를 쓴다(STScI, 「Description of the WFI」).
가장자리 화소들은 아예 다른 일을 한다. 네 변의 4화소 폭 테두리는 빛을 받는 층에서 끊어져 있어 신호 대신 전자회로의 흔들림만 기록하며, 그래서 실제로 빛을 받는 영역은 한 변이 4088화소로 줄어든다.
광학 설계가 그렇게 짜였기 때문이다. NASA는 많은 망원경이 빛을 가운데 한 점으로 모아 중심이 가장 선명한 반면, 로먼은 설계상 중심을 둘러싼 고리에서 가장 자세히 보이며 검출기들이 그 고리를 따라 아치 모양으로 놓였다고 설명한다(NASA 로먼 프레스킷, 2026-08). 덕분에 넓은 면 전체에서 상의 질이 고르게 유지된다.
이 배치에는 부수적인 이득이 하나 더 있다. 초점면 가운데가 비어 있으니 그 자리를 다른 장비가 쓸 수 있고, 그래서 광시야 계측기와 코로나그래프가 같은 시간에 함께 작동한다.
코로나그래프는 별빛을 가려 그 곁의 행성을 직접 찍어 보려는 기술 시연 장비다. 별빛을 가려도 행성이 바로 보이지 않는 이유를 다룬 글에서 살펴본 그 어려운 일을, 로먼은 임무 첫 1년 반 동안 석 달에 걸쳐 시험한다.
배열이 휜 데는 실용적인 이유도 있다. 검출기 사이에는 물리적으로 틈이 생길 수밖에 없어서, 윗줄 둘과 아랫줄 하나를 서로 뒤집어 놓아 줄 사이 간격을 좁혔다.
둘 다 맞고, 견주는 상대가 다르다. 로먼의 유효 시야 0.281 제곱도는 허블의 ACS나 제임스웹의 니어캠이 덮는 넓이의 약 100배이고, 허블 WFC3의 적외선 채널이 덮는 넓이의 200배다(STScI, 「Description of the WFI」). 분자는 하나인데 분모가 셋이라 배수가 갈린다.
NASA의 발표문은 대체로 100배 쪽을 쓴다. 프레스킷은 로먼이 허블과 같은 각분해능을 가지되 시야는 최소 100배 넓다고 적는데, 최소라는 말이 붙은 자리에 200배가 들어간다.
한국어 보도는 이 사정을 대체로 옮기지 않는다. 어떤 매체는 100배로, 어떤 매체는 200배로 적어 두 기사를 나란히 놓으면 하나가 틀린 것처럼 보이는데, 실은 둘 다 원문을 정확히 옮긴 것이다.
같은 사정은 발사 일정에도 걸쳐 있다. 로먼은 원래 2027년 5월 발사가 계획돼 있었는데 일정이 크게 앞당겨졌고, 그래서 자료마다 적힌 발사 시점이 다르다.
한쪽은 넓게 훑고 다른 쪽은 깊게 파기 때문이다. NASA는 두 망원경을 광각 렌즈와 줌 렌즈에 빗대며, 로먼이 서베이로 드문 천체를 찾아내면 제임스웹이 좁지만 강력한 시야로 그것을 이어받아 자세히 관측한다고 설명한다(NASA 로먼 프레스킷, 2026-08). 둘은 같은 L2 궤도에 있으면서 서로 다른 일을 맡는다.
제임스웹의 주경은 6.5미터로 로먼의 두 배가 훌쩍 넘는다. 제임스웹이 무엇을 보러 갔는지를 정리한 글에서 다룬 대로, 그 큰 거울은 더 어둡고 더 먼 것을 갈라 보기 위한 것이지 넓게 보기 위한 것이 아니다.
넓이가 무기가 되는 관측이 따로 있다. 드물게 일어나고 한 번 지나가면 다시 못 보는 사건이 그렇다.
미시중력렌즈로 찾은 행성을 다시 볼 수 없는 이유가 정확히 그 경우다. 별 앞을 다른 별이 지나가며 잠깐 밝아지는 이 사건은 예고 없이 일어나므로, 수억 개의 별을 한꺼번에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넓은 시야는 약한 중력렌즈 관측에도 필요하다. 은하 수억 개의 모양이 조금씩 일그러진 정도를 통계로 다뤄야 암흑물질의 지도가 나오는데, 아인슈타인 십자처럼 눈에 띄는 사례만으로는 통계가 서지 않는다.
보이는 것만 세어서는 답이 안 나온다는 점에서, 이 일은 보이지 않는 별을 세는 방법과 성격이 닮아 있다. 개별 천체의 정밀함보다 표본의 크기가 답을 만든다.
그래서 로먼의 설계는 목표에서 거꾸로 나온 것에 가깝다. 무엇을 더 크게 볼지가 아니라 무엇을 더 많이 볼지를 먼저 정하고, 그 답에 맞춰 거울이 아니라 카메라를 바꾼 것이다.
나흘 뒤 발사대에 서는 물건을 두고 우리가 흔히 하는 질문은 거울이 얼마나 크냐는 것이다. 이번만큼은 그 질문이 답을 비껴간다.
본문의 모든 수치는 NASA 프레스킷과 STScI 사용자문서에서 가져와 1:1로 대조했다. 두 자료가 검출기 배열을 다르게 서술하는 대목은 어느 하나를 고르지 않고 본문 주의 상자에 둘 다 적었다. 회절한계 0.1각초는 공식에 파장 1마이크로미터와 지름 2.4미터를 넣어 이 글에서 계산한 값이며, 기관이 그 숫자를 명시한 것은 아니다. 한국천문연구원의 관련 발표나 국내 참여 여부는 확인하지 못해 적지 않았다. 이미지 세 점은 이 글을 위해 직접 만든 도식이고, 히어로의 두 상자는 넓이 비 200대 1을 실제 비율로 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