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4월 어느 날, 미국 워싱턴의 한 청문회장. 그날의 주제는 우주의 낭만과는 거리가 먼 돈이었다. 이듬해 예산을 어디에 얼마나 쓸지를 두고 오간, 길고 건조한 질의응답. 그런데 회의가 거의 끝나갈 무렵, 한 상원의원이 조금은 뜬금없는 질문을 던졌다. 명왕성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NASA의 새 수장은 망설임 없이 답했다. "저는 '명왕성을 다시 행성으로' 돌리자는 편에 아주 확고히 서 있습니다."

이 짧은 문답이 그날 밤 여러 나라의 뉴스가 됐다. 명왕성이 행성 명단에서 빠진 지 스무 해. 사람들은 다시 검색창에 같은 말을 넣기 시작했다. 명왕성 다시 행성, 정말 되는 것인가. 왜 하필 지금, 또 이 이야기인가.

1.그 청문회에서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나

질문을 던진 사람은 캔자스주의 상원의원 제리 모런이었다. 캔자스는 명왕성을 발견한 클라이드 톰보가 어린 시절을 보내고 대학을 다닌 곳이다. 그래서 캔자스 사람들은 톰보를 '우리 사람'으로 여긴다. 톰보가 1930년 명왕성을 실제로 찾아낸 곳은 애리조나의 로웰 천문대였지만, 고향의 자부심은 그런 것과 상관없이 오래 이어졌다. 사실 명왕성은 미국인이 발견한 유일한 행성이었다. 그래서 미국에서 명왕성을 향한 애착은 각별하다. 2006년 강등 소식에 가장 크게 반발한 곳도, 스무 해가 지나 되돌리자는 목소리가 가장 뜨거운 곳도 미국이다. 모런 의원의 물음 뒤에는 그런 오래된 정서가 조용히 깔려 있었다.

답한 사람은 제러드 아이작먼. 2025년 12월에 취임한, 억만장자 사업가 출신의 민간 우주비행사다. 그는 개인의 취향을 말하는 데서 그치지 않았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렇게 덧붙였다. 지금 관련 논문을 준비하고 있으며, 이 논의를 과학계에 다시 올려 톰보가 마땅히 받아야 할 명예를 되찾아주고 싶다고. 이는 개인의 감정을 넘어, 절차를 겨냥한 말이었다. NASA가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다는 신호였다.

2.그런데 NASA는 명왕성을 행성으로 만들 수 없다

여기서 가장 큰 오해가 생긴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우주 기관의 수장이 나섰으니, NASA가 마음만 먹으면 명왕성을 되돌릴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천체를 무엇이라 부를지 정하는 권한은 NASA에 없다. 그 일은 국제천문연맹(IAU)의 몫이다. 전 세계 천문학자들이 모여 별과 천체의 이름과 분류를 정하는 국제 단체다. NASA가 할 수 있는 일은 '논의를 다시 여는 것'까지다. 아이작먼 자신도 정확히 그렇게 말했다 — 과학계에 이 문제를 다시 '올리겠다'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대통령의 명령 한 번으로 밀어붙이면 되지 않느냐는 말까지 나왔다. 하지만 밤하늘의 분류에는 국경도, 대통령의 서명도 힘을 쓰지 못한다. 행성이라는 이름은 어느 한 나라가 자기 국민이 좋아한다는 이유로 붙였다 뗐다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아이작먼의 발언은 결정이 아니라 제안이었다. 명령이라기보다, 다시 이야기해 보자는 한 장의 초대장에 가까웠다.

NASA · 수장 할 수 있는 것: 제안 · 논문 과학계에 논의를 '올리기' 다시 논의해 달라는 '제안' ← 여기까지가 NASA의 권한 → 국제천문연맹 · IAU 유일한 결정 권한 전 세계 천문학자의 표결로 분류를 정한다 명왕성을 행성으로 되돌릴 '권한'은 누구에게 있나 밤하늘의 분류에는 국경도 대통령의 서명도 힘을 쓰지 못한다.
NASA는 제안할 수 있을 뿐, 결정하지 못한다. 명왕성을 다시 행성으로 부를지 정하는 권한은 전 세계 천문학자들의 국제 단체인 국제천문연맹에 있다.도식 · 경이의목록 (개념도)

3.왜 스무 해가 지나 다시 불붙었나

명왕성이 명단에서 밀려난 건 2006년이다. 그해 국제천문연맹은 행성의 조건을 셋으로 못 박았다. 태양을 돌 것, 자체 중력으로 둥근 모양을 이룰 것, 그리고 자기 궤도 주변을 '치웠을' 것. 명왕성은 앞의 둘은 무리 없이 통과했지만 세 번째에서 걸렸다. 붐비는 얼음 지대인 카이퍼 벨트를 다른 천체들과 나눠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셋이 정확히 무엇이고 왜 논란이 됐는지는 명왕성 퇴출 이유를 정리한 글에서 자세히 다뤘다.

바로 이 세 번째 조건이 스무 해째 불씨로 남아 있다. 명왕성을 되돌리자는 과학자들은 이렇게 되묻는다. 지구도 궤도 곳곳에 소행성을 두고 있고, 목성은 수천 개의 트로이 소행성과 길을 나눠 쓴다. 그렇다면 그들도 궤도를 완벽히 '치우지는' 못한 셈인데, 어째서 유독 명왕성에게만 그 잣대를 그토록 엄격하게 들이대는가. 이들은 '지구물리학적 행성 정의'라는 대안을 내놓는다. 궤도가 어떻든, 자체 중력으로 둥글어질 만큼 크기만 하면 행성이라는 것이다. 커비 러니언과 앨런 스턴 등이 2017년에 제안한 이 기준을 적용하면, 달을 포함해 태양계의 행성은 100개를 훌쩍 넘는다. 명왕성은 당연히 그 안에 든다. 필립 메츠거를 비롯한 지지자들은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위성이나 작은 천체를 행성에서 밀어낸 관행 자체가 엄밀한 과학이라기보다 1800년대에 굳어진 문화적 습관에 가깝다고 본다. 그러니 '궤도 청소'라는 잣대 역시 절대적 진리라기보다, 사람이 그어 놓은 여러 선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는 이야기다.

4.뉴호라이즌스가 바꿔 놓은 것

사실 이 논쟁에 오래 타는 불씨를 심은 진짜 사건은 2015년에 있었다. 그해 7월, 탐사선 뉴호라이즌스가 명왕성 곁을 스쳐 지났다. 그리고 우리가 처음으로 마주한 명왕성의 얼굴은, 오래 상상해 온 죽은 돌덩이가 아니었다. 질소로 된 거대한 빙하가 흐르고, 물얼음으로 된 산맥이 3천 미터 넘게 솟아 있었으며, 옅은 안개가 여러 겹으로 하늘을 감쌌다. 표면을 누르는 기압은 지구의 10만분의 1 남짓으로 희박했지만, 대기는 분명히 거기 있었다. 한복판에는 지금은 유명해진 하트 모양의 얼음 평원이 있었다. 발견자를 기려 '톰보 지역'이라 이름 붙은 그 자리다.

40억 년이 넘도록 지질학적으로 살아 움직여 온 세계. 그 다채로움은 종종 화성에 견줄 만하다고 평가된다. 명왕성을 지키려는 사람들에게 이 사진들은 물증이자 감정의 근거가 됐다. 이렇게 복잡하고 생생한 천체를 '왜소행성'이라는 밋밋한 한 단어에 가둬 두는 게 과연 옳으냐고, 그들은 되묻는다. 아이작먼이 청문회에서 꺼낸 한마디의 배경에도, 스무 해 동안 쌓여 온 이런 물음이 깔려 있었다.

5.그래서 명왕성은 돌아올까

그렇다면 명왕성은 정말 행성으로 돌아올까. '명왕성 다시 행성'이라는 물음이 다시 검색창을 채우는 지금, 정직한 답은 아직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실제로 무언가가 바뀌려면 국제천문연맹의 표결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논의가 오를 수 있는 다음 큰 자리는 2027년 여름 로마에서 열리는 총회다. 다만 지금까지 명왕성을 되돌리자는 안건이 공식적으로 상정된 적은 없다. 아이작먼이 말한 것도 어디까지나 '준비 중인 논문'이지, 표결에 부칠 제안서가 아니다.

게다가 정의를 손본다고 명왕성이 자동으로 돌아오는 것도 아니다. 2024년 장뤽 마고 연구진은 현행 정의가 모호하다며 새로운 정량 기준을 제안했는데, 그 기준을 적용해도 명왕성은 여전히 문턱을 넘지 못한다. 정의를 바꾸는 일과 명왕성을 되돌리는 일은 같은 문제가 아니다. 그러니 2026년 봄의 발언은 오래 잠들어 있던 질문을 다시 깨웠을 뿐, 명왕성의 자리를 옮겨 놓지는 못했다.

1930 발견 2006 왜소행성으로 강등 2015 뉴호라이즌스 근접 2026 NASA 수장, 재점화 2027 로마 총회 · ? 명왕성을 둘러싼 100년 — 그리고 아직 오지 않은 표결 다음 큰 자리는 2027년 로마. 다만 되돌리자는 공식 안건은 아직 없다.
다음 표결은 2027년 로마 총회지만, 되돌리자는 안건은 아직 상정되지 않았다. 명왕성의 운명은 여전히 열린 채로 남아 있다.도식 · 경이의목록 (개념도)

우리는 명왕성을 다시 부르는 방법을 찾은 것이 아니라, 여전히 명왕성을 못 잊고 있을 뿐인지도 모른다.

6.이름표를 두고 다투는 쪽은 언제나 우리였다

그러니 2026년 봄의 소동으로 달라진 것은, 정작 명왕성 자체에는 없다. 얼음 평원은 오늘도 흐르고, 옅은 대기는 오늘도 하늘을 감싼다. 명왕성은 자신이 행성이라 불리든 왜소행성이라 불리든 조금도 개의치 않는다. 달라진 건 언제나 우리 쪽이다. 한 나라의 우주국 수장이, 한 지역의 상원의원이, 그리고 어린 시절 아홉 행성의 이름을 주문처럼 외우며 자란 수많은 사람이 여전히 이 작고 먼 점 하나를 마음에서 놓지 못한다.

어쩌면 명왕성이 우리에게 던지는 진짜 물음은 "나는 행성인가"가 아닐지도 모른다. 스무 해가 지나도록 우리가 이 먼 세계를 놓지 못하는 이유, 굳이 이름을 되찾아 주고 싶어 하는 마음, 그 마음의 정체를 되묻는 것에 더 가깝다. 오늘 밤 당신이 고개를 들어 그 보이지 않는 점을 떠올린다면, 명왕성은 이미 당신 안에서 충분히 하나의 세계로 살아 있는 셈이다. 이름표는 그다음 문제다.

참고한 자료

· Space.com, NASA chief Jared Isaacman says he's fighting for Pluto (2026-04-28) — 청문회 발언·직접 인용

· Scientific American, NASA chief Jared Isaacman hints at campaign to make Pluto a planet again (2026-04-28)

· 국제천문연맹 결의안 B5 (2006) — 행성의 정의(세 조건)

· Runyon 외, A Geophysical Planet Definition, LPSC (2017) · Metzger 외, Icarus (2019·2022) — 지구물리학적 행성 정의

· Stern 외, Science 350, aad1815 (2015) — 뉴호라이즌스 명왕성계

· Margot, Gladman & Yang, Planetary Science Journal (2024) — 새 정량 기준

· IAU — 제33차 총회(2027, 로마 · 8월) 개최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