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2 · 우주·천체

우주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 우주 밖, 그리고 왜 끝까지 갈 수 없는가

우리가 ‘우주의 끝’이라 부르는 가장자리는 사실 벽이 아니라 시간의 한계입니다. 그 너머에서 우주는 어딘가에서 끝날까요, 아니면 정말 무한할까요. 제임스 웹과 최신 관측이 더듬고 있는 경계까지 천천히 걸어가 봅니다.

글 · 경이의목록· 약 14분 읽기· 2026.06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 — 우주의 끝(관측 가능한 우주의 가장자리)을 보는 눈. 금빛 육각 거울 18장이 펼쳐진 모습으로, 138억 년 전의 빛을 본다.
지구에서 150만 km 떨어진 곳에서 우주의 가장자리를 들여다보는 눈 —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금빛 거울 18장. James Webb Primary Mirror · NASA/MSFC/David Higginbotham · Public Domain
3줄 요약. ① 우리가 보는 ‘우주의 가장자리’는 벽이 아니라 시간으로 정해진 한계입니다 — 빛이 138억 년 동안 우리에게 닿을 수 있었던 가장 먼 지점일 뿐이죠. ② 그 너머가 유한한지 무한한지는 우주의 ‘모양(곡률)’으로 가늠하는데, 측정은 평탄에 가깝지만 최신 관측은 그 결론을 다시 흔들고 있습니다. ③ 무한이 사실이라면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은 반드시, 무한히 일어나며’ 당신의 복제까지 존재하게 됩니다. 다만 다중우주·순환우주는 아직 검증 불가능한 가설입니다.

숨을 한 번 들이쉬어 보세요. 방금 당신의 폐로 들어간 공기 안에는 5 다음에 0이 스물두 개 붙는 수의 원자가 들어 있습니다. 우리가 망원경으로 볼 수 있는 우주 전체를 통째로 세면 0이 여든두 개죠. 사람의 머리로는 그려지지 않는 수입니다. 그런데 이 거대한 수들도, 어떤 것 앞에서는 한 점 먼지가 됩니다. 무한입니다.

무한에는 끝이 없습니다. 아무리 큰 수를 떠올려도 그 뒤에는 늘 다음 수가 기다리니까요. 오늘 우리는 ‘우주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를 좇아, 우리가 볼 수 있는 우주의 가장자리까지 걸어가, 그 너머로 손을 뻗어 봅니다. 미리 말해 두자면, 거기서 기다리는 답은 하나가 아닙니다. (앞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EP01 · 빅뱅 이전에는 무엇이 있었을까부터 읽어도 좋습니다.)

EP02 가장자리 너머 영상 썸네일 ▶ 영상으로 보기 — EP02 · 가장자리 너머 (약 25분)

1.왜 우주 끝까지 갈 수 없을까 — ‘끝’은 벽이 아니다

우주에서 멀리 본다는 건 곧 과거를 본다는 뜻입니다. 빛은 1초에 약 30만 km를 달리지만, 우주가 워낙 넓어서 먼 빛이 우리에게 닿기까지 수십억 년이 걸립니다. 그래서 멀리 있는 천체를 본다는 건, 그 천체의 ‘아주 오래전 모습’을 보는 것이죠.

그 빛에는 비밀이 하나 더 숨어 있습니다. 우주가 팽창하는 동안, 먼 은하를 떠난 빛은 여행하면서 파장이 늘어납니다. 늘어난 빛은 붉은 쪽으로 밀려나죠. 이것을 적색편이라고 부릅니다.

가까운 은하 — 짧은 파장(파랑) 멀어지는 은하 — 늘어난 파장(빨강·적색편이) → 멀수록 더 붉게
멀어지는 천체일수록 빛이 더 많이 늘어나 붉어집니다. 자동차 사이렌이 멀어질 때 소리가 낮게 깔리는 것과 같은 원리예요. 도해 · 경이의목록

바로 이 적색편이 때문에, 가장 오래된 빛은 우리 눈에 보이는 색의 영역을 넘어 적외선으로 넘어가 버립니다. 맨눈으로는 볼 수 없죠. 그래서 제임스 웹은 적외선을 봅니다. 2021년 성탄절에 발사돼 지구가 아니라 태양을 도는 ‘라그랑주 점’에 자리 잡았고, 열여덟 개의 금빛 육각 거울로 빅뱅 직후 몇억 년밖에 안 된 우주를 들여다봅니다.

그 눈에 담긴 건 막 빛을 켜기 시작한 첫 은하들, 이른바 ‘코스믹 던(우주의 새벽)’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어린 은하들은 예상보다 많았고, 예상보다 훨씬 빨리 자라 있었습니다. 한동안은 이게 표준 우주 모형을 깨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죠.

‘위기’였다가 진정된 이야기. 2025년의 한 분석은, 통계의 출렁임과 관측의 계통오차를 제대로 넣으면 그 긴장이 상당 부분 풀린다고 봅니다. 초기 우주가 생각보다 분주했던 건 맞지만, 법칙을 갈아엎을 정도는 아닐 수 있다는 거죠. ‘새 물리의 증거’라기보다 측정·표본 효과일 가능성입니다.

그렇게 거슬러 보다가, 약 134억 년 전쯤 되는 거리에서 빛이 잦아듭니다. 더는 은하가 보이지 않죠. 그때는 아직 은하가 태어나기 전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우리가 볼 수 있는 우주의 가장자리는, 공간이 아니라 시간으로 정해집니다.

그것은 벽이 아닙니다. 빛이 우리에게 닿을 수 있었던 가장 먼 지점일 뿐이죠.

가장 먼 빛은 138억 년을 달려왔지만, 그동안 공간 자체가 팽창했기 때문에 그 빛을 보낸 천체는 지금 약 460억 광년 떨어져 있습니다. 우리가 볼 수 있는 우주의 반지름이죠. 그런데 그 가장자리를 아무리 들여다봐도 거기엔 벽이 없습니다. 가장자리는, 가장자리처럼 생기지 않았습니다.

2.섬, 그리고 무한을 두려워한 사람들

작은 섬에서 평생을 산 사람을 떠올려 봅시다. 그에게는 이 섬과 바다가 우주의 전부입니다. 어느 날 수평선에 흰 점이 떠오르더니 거대한 배가 되어 섬에 그림자를 드리웠다가 다시 사라집니다. 두려움을 잠시 내려놓았다면, 그는 이렇게 물었을 겁니다. 내 세계가 전부라면, 저 배는 대체 어디서 왔을까.

우리도 그 섬사람과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의 가장자리 안쪽을 둘러봐도 어느 방향이든 우주는 비슷합니다. 유난히 뜨겁거나 빽빽한 중심 같은 건 없죠. 우주에는 중심이 없습니다. 섬사람에게 수평선이 끝이 아니었듯, 우리의 가장자리도 우주의 끝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그 너머는 얼마나 클까요. 답을 찾으려면, 인류가 가장 두려워했던 한 개념을 먼저 마주해야 합니다.

기원전 6세기, 피타고라스 학파는 깔끔하게 떨어지는 수를 신성하게 여기고 끝없이 이어지는 수를 악하게 보았습니다. 그런데 그들이 자랑하던 기하학이 그 믿음을 무너뜨립니다. 정사각형의 대각선을 재자, 두 정수의 비로는 결코 떨어지지 않는 수가 나온 거죠. 또 다른 그리스인 제논은, 집에 가려면 먼저 절반을 가고 남은 거리의 절반을 또 가야 하니, 절반을 무한히 쪼개면 영원히 도착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리스인들은 이 무한을 어떻게든 현실 밖으로 밀어내고 싶어 했습니다.

그로부터 이천 년 뒤, 19세기 독일의 수학자 게오르크 칸토어가 무한을 정면으로 마주합니다. 자연수도 무한, 짝수도 무한인데 둘의 크기가 같습니다(하나씩 짝지을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칸토어는 무한에도 더 큰 무한이 있음을 증명했습니다.

쉽게 말하면. 네 사람으로 만들 수 있는 조합(부분집합)은 원래 인원보다 훨씬 많은 16가지죠. 마찬가지로 어떤 무한이든 그 ‘부분집합의 무한’은 반드시 더 큽니다. 무한은 하나가 아니라, 무한히 층을 이루고 있었던 겁니다.
같은 무한 자연수 짝수 1234 2468 하나씩 짝지어진다 → 크기가 같다 더 큰 무한 원소 2개 → 부분집합 4가지 ∅ · {a} · {b} · {a, b} 어떤 무한이든, 그 부분집합의 무한은 반드시 더 크다.
무한은 하나가 아닙니다 — 같은 크기의 무한이 있고, 그보다 더 큰 무한이 무한히 층을 이룹니다. 칸토어가 증명한 사실이죠. 도해 · 경이의목록

무한은, 그것을 똑바로 응시한 사람의 정신마저 흔들어 놓았습니다.

칸토어 자신도 여러 번 무너졌고 생의 마지막을 정신병원에서 보냈습니다. 그런데 천문학자들은 이제 종이 위가 아니라 진짜 하늘에서 이 무한과 마주하고 있습니다.

3.우주는 유한할까 무한할까 — 우주의 모양과 보이지 않는 뼈대

우주가 유한한지 무한한지, 그 단서는 ‘우주의 모양’에 있습니다. 모양을 읽는 가장 오래된 사진이 우주배경복사입니다. 빅뱅 약 38만 년 뒤, 우주가 처음으로 투명해지던 순간 퍼져 나온 잔광이죠. 그 사진을 보면 우주는 놀랄 만큼 고릅니다 — 가장 큰 규모에서 밝기 차이가 10만분의 1 남짓밖에 안 됩니다.

우주배경복사 전천 지도. 타원형 하늘 전체에 파랑·빨강의 미세한 온도 얼룩이 골고루 퍼져 있다.
우주의 ‘아기 사진’ — 빅뱅 38만 년 뒤의 빛. 10만분의 1 수준의 온도 얼룩만 빼면 모든 방향이 놀랍도록 고릅니다. WMAP 우주배경복사 지도 · NASA / WMAP Science Team · Public Domain

이렇게 고른 우주에서 별과 은하는 어떻게 생겨났을까요. 여기서 보이지 않는 손이 등장합니다. 암흑물질입니다. 빛을 내지도 반사하지도 않지만, 강한 중력으로 가스를 끌어모아 첫 별과 은하가 뭉칠 뼈대를 놓아 주었죠. 우리가 보고 만질 수 있는 보통 물질은 우주의 5%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95%는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우주의 모양을 재는 방법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평행한 두 선을 멀리 그어 보는 거죠.

평탄 (무한?) 나란히 — 측정값에 가장 가까움 닫힘 (유한) 결국 만난다 열림 (무한) 점점 벌어진다
평탄하면 평행선이 나란히, 공처럼 닫히면 만나고, 안장처럼 열리면 벌어집니다. 측정 결과는 ‘평탄’에 가깝지만 — 그게 끝이 아닙니다. 도해 · 경이의목록

초신성을 ‘표준 촛불’로, 초기 우주에 새겨진 음파를 ‘표준 자’로 삼아 곡률을 재 보면, 우주는 어느 방향이든 평탄해 보입니다. 그러면 영원히 이어지는 걸까요? 하지만 바다도 낮은 곳에서 보면 평평합니다. 충분히 높이 올라가야 휘어진 게 보이죠.

‘평탄’이 뜻하는 것. 우리 관측의 정밀도는 약 400분의 1입니다. 설령 우주가 휘어 있는데 평탄해 보이는 거라면, 그 우주는 지름이 적어도 37조 광년 — 우리가 보는 우주의 1,000배가 넘어야 합니다. 그게 최소값이고, 훨씬 더 클 수도, 정말 무한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도 흔들리는 결론. 2024년 한 분석은 우주배경복사를 빼고 초신성·중입자 음향진동 등만으로 곡률을 다시 쟀는데, 기본 모형에선 오히려 살짝 ‘열린 우주’ 신호가 나왔습니다(플랑크와 약 2.6σ 어긋남). 평탄한 표준 모형이 마지막 답이 아닐 수 있다는 거죠. 아직 데이터에 따라 갈리는 단계입니다.

유한과 무한 사이에는 또 다른 가능성도 있습니다. 유한하면서도 가장자리가 없는 우주죠. 섬사람이 바다로 계속 나아가면 지구를 한 바퀴 돌아 제자리로 오듯, 3차원 공간도 자기 자신으로 휘어 감길 수 있습니다. 연구진은 우주배경복사에서 ‘맞물리는 똑같은 무늬’를 찾아 이런 우주의 크기에 하한을 매겼는데, 아직 그런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유한해도 적어도 우리가 보는 우주만큼은 크다는 뜻이고, 발견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곧 무한의 증거는 아닙니다.

4.무한 속의 생명 — 모든 일이 일어나는 곳

가장자리 너머를 묻기 전에, 가장자리 안쪽부터 봅시다. 우리는 혼자일까요. 1995년 인류는 태양과 비슷한 별을 도는 첫 외계행성을 찾았고, 지금까지 확인된 외계행성은 5,500개를 넘어섰습니다.

붉은 왜성 트라피스트-1 둘레를 도는 지구만 한 행성 일곱 개를 그린 상상도. 그중 셋은 물이 액체로 있을 수 있는 생명 가능 지대에 있다.
약 40광년 거리의 트라피스트-1은 지구만 한 행성을 일곱 개 거느렸고, 그중 셋이 생명 가능 지대에 있습니다. 제임스 웹은 이런 행성의 대기에서 생명의 흔적을 찾습니다. 트라피스트-1 상상도 · ESO/N. Bartmann/spaceengine.org · CC BY 4.0

제임스 웹은 이런 행성의 대기를 분석해 생명의 화학적 흔적을 찾습니다. 예컨대 산소와 메탄이 함께 있다면, 이 둘은 보통 서로 반응해 사라지기 때문에 누군가 계속 만들어 내고 있다는 강한 신호가 됩니다.

1977년 전파망원경 출력지. 신호 세기를 나타낸 문자열 6EQUJ5 옆에 천문학자가 빨간 펜으로 'Wow!'라고 적어 둔 종이.
1977년 8월 15일, 한 천문학자가 출력지의 강한 신호 옆에 ‘Wow!’라고 적었습니다. 다시는 반복되지 않았고, 지금도 대부분은 자연 현상일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Wow! signal · Big Ear Radio Observatory / NAAPO · Public Domain

그런데 만약 우주가 정말 무한하다면, 생명은 ‘가능성’의 문제가 아니라 ‘확실한 사실’이 됩니다.

무한한 우주에서는, 일어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 반드시 일어납니다. 그것도 무한히 여러 번.

별과 은하와 생명이 무한히 많은 배치로 존재한다면, 어딘가에는 지금 이 글을 읽으며 똑같은 생각을 하는 당신의 복제가 무한히 많아야 합니다. 한 우주론자는 가장 가까운 당신의 복제가 10의 10의 118제곱 미터쯤 떨어져 있을 거라고 추정했죠.

볼츠만 두뇌 — 더 섬뜩한 생각. 양자 요동 속에서, 아주 낮은 확률이지만 텅 빈 공간이 기억과 감각을 가진 뇌 하나를 통째로 빚어낼 수도 있습니다. 시간이 무한하다면 이 일은 일어나고 또 일어나서, 통계적으로 지금 당신의 경험이 진짜 우주보다 그런 ‘허깨비 뇌’의 환상일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는 역설이죠. 그래서 ‘무한을 어떻게 셀 것인가(측정 문제)’는 아직 철학과 물리의 경계에 놓인 난제입니다.

5.우주 밖에는 무엇이 있을까 — 시작 이전, 무한 속의 무한

무한은 바깥으로만 뻗는 게 아닙니다. 안으로도 끝없이 들어갑니다. 20세기의 수학자 브누아 만델브로는, 아무리 확대해도 똑같이 복잡한 무늬가 끝없이 나오는 도형을 보여 줬습니다. 프랙탈이죠.

만델브로 집합의 프랙탈 이미지. 검은 본체 둘레로 소용돌이와 작은 복제들이 끝없이 반복되는 복잡한 무늬가 색색으로 펼쳐진다.
아무리 확대해도 똑같은 복잡함이 끝없이 나오는 프랙탈. 고사리 잎에서, 로마네스코 브로콜리에서, 은하 분포에서도 보입니다 — 무한은 안쪽으로도 뻗습니다. Mandelbrot set · Aokoroko · CC0

그렇다면 우주 전체가 하나의 프랙탈일까요? 우리가 볼 수 있는 범위에서는 아닙니다. 큰 규모에서는 균일함이 지배하니까요. 하지만 그 바깥은 아무도 모릅니다. 이번엔 시간을 거꾸로 감아 봅시다. 우주는 점점 작고 빽빽하고 뜨거워지다가, 어느 크기(플랑크 길이)에 이르면 우리가 아는 물리 법칙이 더 이상 통하지 않습니다. 그 너머, 무한히 작고 뜨거운 시작이 어떤 모습이었는지는 아직 아무도 모릅니다.

그 찰나에 또 다른 괴물이 태어났을지 모릅니다. 원시 블랙홀입니다. 별이 죽어서 생긴 게 아니라, 갓 태어난 우주에서 밀도가 유난히 높았던 자리가 곧장 무너져 만들어진 블랙홀이죠. 일부 과학자는 이 작고 어두운 블랙홀들이 바로 암흑물질의 정체일지 모른다고 봅니다(아직 가설입니다).

영원히 부풀어 오르는 전체 우리 우주 끝없이 솟아나는 거품 우주 중 하나 — 저마다 다른 물리 법칙?
‘영원한 인플레이션’이 맞다면, 우리 우주는 끝없이 솟아나는 무수한 거품 중 하나일 뿐입니다. 다른 거품엔 영영 손이 닿지 않죠 — 그래서 이것은 ‘가설’입니다. 도해 · 경이의목록
여기부터는 ‘가설’입니다.영원한 인플레이션 — 우리 우주는 영원히 부풀어 오르는 거대한 전체의 ‘잠깐 멈춘 한 조각’이며, 끝없이 솟아나는 거품 우주 중 하나일 뿐이라는 그림. 다른 거품 우주는 영원히 우리 손이 닿지 않습니다. ② 순환 우주 — 펜로즈는 우리 우주가 무한히 커져 텅 비면 그 끝이 다음 빅뱅의 씨앗이 된다고 보았습니다. 그 흔적을 우주배경복사에서 정밀하게 뒤졌지만 의미 있는 신호는 나오지 않았죠. 반증된 건 아니지만, 증거도 아직 없습니다.

6.우주의 마지막 — 그리고 거북이는 끝까지

그렇다면 이 우주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지금 모든 은하는 서로에게서 멀어지고 있고, 멀수록 더 빠르게 도망칩니다. 이 팽창을 밀어붙이는 건 암흑에너지라는 보이지 않는 힘으로, 우주의 약 3분의 2를 차지합니다.

지금 큰 찢김 열죽음 다시 수축? 가속이 계속되면 → 암흑에너지가 약해지면 →
가속이 영원하면 ‘큰 찢김’이나 ‘열죽음’으로, 암흑에너지가 약해진다면 언젠가 다시 수축할 수도 있습니다 — 어느 쪽도 아직 확정이 아닙니다. 도해 · 경이의목록

가속이 영원히 계속된다면 끝은 둘 중 하나입니다. 하나는 큰 찢김 — 암흑에너지가 점점 강해져 은하를, 별을, 끝내 원자 하나까지 갈가리 찢는 결말. 다른 하나는 더 조용한 열죽음 — 모든 것이 끝없이 멀어지고 우주가 서서히 식어 모든 빛이 꺼지는 결말입니다.

이 미래조차 확정이 아닙니다. 2024~2025년의 대규모 관측(DESI 등)은 암흑에너지가 시간이 지나며 ‘약해지고 있을지 모른다’는 신호를 내놨습니다. 사실이라면 우주는 언젠가 다시 수축할 수도 있죠. 다만 이 신호는 아직 발견 기준인 5시그마에 못 미치고, 데이터끼리도 어긋나는 부분이 있습니다. 게다가 우주가 얼마나 빠르게 커지는지(허블 상수)를 두고도 가까운 우주와 먼 과거의 값이 최대 6시그마까지 어긋나 있습니다 — 우리는 우주의 가장 기본적인 숫자조차 아직 완전히는 모릅니다.

무한의 증거를 우리는 영원히 손에 쥘 수 없습니다. 무한의 본성이 그러하니까요. 그런데 어쩌면 그게 우리를 구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끝내 닿을 수 없기에, 우리는 다만 볼 수 있는 것을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볼 뿐이죠. 거북이 등 위에 거북이, 그 아래 또 거북이를 따라 내려가듯이요.

보이저 1호가 60억 km 밖에서 찍은 지구. 햇빛 줄기 속 단 하나의 창백한 푸른 점.
숨을 한 번 들이쉬는 그 짧은 순간에, 0이 스물두 개 붙는 수의 원자가 당신을 지나갑니다. 그 원자들은 모두, 가장자리 너머의 이야기에서 왔습니다. Pale Blue Dot · NASA / JPL-Caltech · Public Domain

망망대해 위 한 알 모래 같은 우리지만, 그 너머를 향한 호기심만큼은 작지 않습니다. 오늘 우리는 가장자리까지 걸어가 그 너머로 손을 뻗어 봤고, 손끝에 닿은 건 답이 아니라 더 깊은 질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무한은 저 바깥에만 있는 게 아닙니다. 우리 안에도, 우리가 발 딛고 선 이 한순간 속에도 숨어 있죠. 다음 밤, 우리는 그 안쪽의 무한으로 들어가 보려 합니다. 그때까지, 부디 평안한 밤 되시길.


§참고한 자료 (논문 10편)

동료심사 저널·arXiv 초록을 직접 확인해 작성했습니다(검증 2026-06). 관측·측정 데이터 기반 · 프리프린트 동료심사 전/진행중 · 논쟁/가설 5σ 미달이거나 검증 불가. 통계의 ‘시그마(σ)’가 5에 못 미치면 ‘발견’이 아니라 ‘힌트’로, 다중우주·순환우주는 ‘가설’로 표기했습니다.

  1. “Measuring cosmic curvature with non-CMB observations”, arXiv:2411.06356 (2024) — 비-CMB 곡률 측정, 열린 우주 신호(ΩK=0.108±0.056) 논쟁 프리프린트
  2. COMPACT, “Promise of Future Searches for Cosmic Topology”, Phys. Rev. Lett. 132 (2024), arXiv:2210.11426 — 유한하나 가장자리 없는 우주 미배제 관측·측정
  3. COMPACT, “Cosmic Topology Part Ic”, arXiv:2409.02226 (2024) — 유한 위상의 크기 하한 프리프린트
  4. “A Multiverse Outside of the Swampland”, arXiv:2404.13109 (2024) — 영원한 인플레이션·다중우주(이론) 가설
  5. “Did DESI DR2 truly reveal dynamical dark energy?”, arXiv:2504.15222 (2025) — 동적 암흑에너지 신호 비판적 재분석 논쟁
  6. “Review of Hubble tension solutions (SH0ES·SPT-3G)”, JCAP (2024), arXiv:2312.09814 — 허블 텐션 최대 6σ 논쟁
  7. “Statistics Meet Systematics: Massive Early JWST Galaxy Tension”, arXiv:2511.13708 (2025) — 초기 은하 긴장의 해소 프리프린트
  8. “Scanning the Universe for Large-Scale Structures (Hercules–CB Great Wall)”, arXiv:2504.05354 (2025) — 균질성 원칙에 도전 논쟁
  9. “CMB signatures of Conformal Cyclic Cosmology”, arXiv:2208.06021 (2022) — 펜로즈 순환우주, 유의 신호 없음 가설
  10. “Gauge symmetry and the arrow of time”, arXiv:2509.14720 (2025) — 우주의 ‘크기’와 측정 문제 가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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