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자리는 오래된 그림처럼 보인다. 그런데 지금 천문학이 쓰는 별자리는 그림이 아니라 좌표로 잘라놓은 하늘의 구역이고, 그 구획은 백 년도 채 되지 않았다.
세 줄 요약
① 1922년 로마 총회에서 88개 목록과 세 글자 약자가 정해졌고, 경계선은 1928년에 승인돼 1930년에 공표됐다.
② 그 뒤 별자리는 별을 이은 그림이 아니라 적경선과 적위선으로 둘러싸인 하늘의 영역을 뜻한다.
③ 경계는 1875.0 분점 좌표에 그어졌다. 세차운동 때문에 오늘의 성도에서는 이미 비뚤어져 있다.
밤하늘을 찍은 사진을 크게 띄워놓고 오리온자리를 찾아보라고 하면 대개 잘 못 찾는다. 별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성도에 그려진 선을 지우면, 사냥꾼은 순식간에 사라진다.
그 선은 하늘에 없다. 사람이 그렸다. 그러면 누가 언제 어디에 그렸는가, 그리고 지금 천문학자가 “이 천체는 궁수자리에 있다”고 할 때 그 말은 정확히 무슨 뜻인가. 이 두 질문이 이 글의 전부다.
답부터 말하면, 오늘의 별자리는 그림이 아니다. 하늘을 88조각으로 나눈 행정구역에 가깝다. 그리고 그 구역을 정한 기구는 명왕성을 행성 목록에서 빼낸 그 기구와 같다.
경계선으로 둘러싸인 하늘의 영역이다. IAU는 별자리를 하늘의 한 구역으로 정의하고, 그 구역을 규정하는 값은 경계의 좌표라고 명시한다. 별을 잇는 선 그림이나 그림풍 도상은 공식으로 정해진 바가 없다. 그래서 천문학자가 어떤 천체를 두고 어느 별자리에 있다고 말하면, 그것은 그 경계 안에 들어 있다는 뜻일 뿐 별 그림의 일부라는 뜻이 아니다. (IAU, The Constellations)
이 차이는 사소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크다. 그림으로 보면 별자리는 밝은 별 몇 개짜리 얇은 도형이다. 영역으로 보면 별자리는 그 방향의 하늘 전체다. 어두운 별, 성운, 은하, 지나가는 소행성까지 다 포함된다.
실용적인 이유가 있었다. 19세기에 변광성이 쏟아지고 신성이 발견되고 유성을 조직적으로 관측하기 시작하면서, 천문학자들은 새 천체에 이름을 붙일 좌표계가 필요해졌다. 그런데 이름의 상당수가 별자리 이름에 의존했다. 별자리 소속이 모호하면 이름 체계가 흔들린다.
국제천문연맹이 두 단계로 정했다. 1922년 로마에서 열린 IAU 제1차 총회에서 표기·단위 위원회가 하늘 전체를 덮는 88개 목록과 라틴어 이름의 세 글자 약자를 합의했다. 경계는 그다음 과제였고, 벨기에 왕립천문대의 외젠 델포르트가 만든 안이 1928년 라이덴 총회에서 승인돼 1930년 「별자리의 과학적 구획」으로 출판됐다. (IAU, The Constellations)
19세기까지는 성도마다 별자리가 백 개를 넘기도 했다. 기존 별자리 사이의 빈 곳에 새 도형을 만들어 넣는 일을 막을 규칙이 없었고, 후원자나 군주를 기리려고 그렇게 하는 일도 잦았다. 이름도 개수도 지도마다 달랐다.
순서를 정리하면 이렇다. 1922년 로마에서 목록과 약자를 정하고, 1925년 케임브리지 총회에서 델포르트가 경계안의 초안을 내놓고, 1928년 라이덴에서 그것이 승인됐다. 1930년에 책과 성도가 함께 나왔다.
델포르트는 혼자 작업하지 않았다. 표기 위원회 밑에 소위원회가 꾸려져 프랑스·벨기에·미국·영국·캐나다의 천문학자가 참여했고, 델포르트는 1925년 10월부터 1927년 9월까지 네 차례 보고서를 돌려 의견을 받았다. 다만 결과의 일관성을 위해 구획 작업 자체는 나누지 않고 그가 전부 맡았다.
경계를 적경선과 적위선의 조각만으로 그었기 때문이다. 델포르트는 윤곽을 시간권과 적위 평행선의 호로만 구성해, 별 하나의 좌표에 세차 계산을 적용하면 소속이 확실하게 판정되도록 만들었다. 여기에 조건이 하나 더 붙었다. 이미 이름이 붙은 변광성은 원래 속했던 별자리에 그대로 남아야 한다는 요구였고, IAU는 이 때문에 어색해 보이는 윤곽이 생겼다고 설명한다. (IAU, The Constellations · Delporte 1930 서문)
왜 변광성이 그렇게 중요했는지는 이름 규칙을 보면 안다. 변광성은 별자리 이름을 달고 명명된다. 어떤 별이 경계 조정으로 옆 별자리로 넘어가면, 이미 문헌에 수백 번 인용된 그 별의 이름이 틀린 이름이 되어버린다. 그래서 경계를 별에 맞춰 구부렸다.
델포르트는 남반구 경계를 손볼 때도 같은 원칙을 지켰다. 뱀주인자리의 TV와 UW, 독수리자리의 DG, 직각자자리의 RR, 컴퍼스자리의 T, 큰부리새자리의 U를 각각 제자리에 남기려고 일부 자오선과 평행선을 옮겼다. 그러면서도 굴드 목록의 별은 한 개도 다른 별자리로 넘기지 않았다.
결과로 남은 것이 지금의 톱니 모양 경계다. 아름답지는 않다. 대신 모호함이 없다.
1875.0 분점 좌표에 그었기 때문이다. 델포르트는 굴드가 남반구 성도 「우라노메트리아 아르헨티나」에서 쓴 분점을 그대로 채택했고, 남북 하늘을 한 벌로 맞추기 위해서였다고 서문에 밝혔다. 그런데 세차운동으로 지구 자전축이 돌면서 좌표 격자 자체가 천천히 회전한다. 그래서 오늘의 성도에서 이 경계선은 더 이상 격자와 나란하지 않다. (Delporte 1930 서문)
세차운동은 자전축이 약 2만 6천 년을 주기로 팽이처럼 흔들리는 현상이다. 하늘의 좌표는 자전축에 매여 있으니, 축이 돌면 격자도 돈다. 1875년 격자에 딱 맞게 그은 선은 2000년 격자에서 조금 비뚤고, 2500년 격자에서는 더 비뚤어질 것이다.
IAU가 지금 배포하는 경계 좌표 파일은 J2000 좌표로 변환한 값이다. 즉 원본은 1875년의 하늘이고, 우리가 받아 쓰는 숫자는 그것을 오늘 좌표로 옮겨놓은 것이다. 그 변환이 톱니를 조금씩 기울인다.
별자리는 IAU가 정한 88개 영역이고, 성군은 그와 별개로 널리 알려진 별의 형태다. 북두칠성은 성군이다. 88개 목록에 있는 것은 큰곰자리이고, 북두칠성은 그 안의 밝은 일곱 별이 만드는 국자 모양이다. 여름철 대삼각형처럼 세 별자리에 걸친 것도, 플레이아데스처럼 성단 하나인 것도 성군에 들어간다. (IAU, The Constellations)
같은 일곱 별을 유럽에서는 쟁기라 부르고, 미국에서는 큰 국자라 부르고, 중국에서는 북두라 불렀다. 이름이 여러 개인 것은 그 형태가 공식 별자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IAU가 정한 것은 구역이었고, 부르는 말은 각자의 몫으로 남았다.
여기서 더 흥미로운 사실이 나온다. 성군의 별들은 대개 서로 이웃이 아니다.
대개 가깝지 않다. IAU도 별자리 패턴을 이루는 별들이 대부분 물리적으로 아무 연관이 없다고 명시한다. 별자리는 전부 관점의 문제이고, 밝기도 거리도 전혀 다른 별들을 지구에서 본 2차원 배치로 해석한 것이다. 북두칠성이 좋은 예다. 일곱 별 가운데 다섯은 80에서 83광년 사이에 함께 있는 한 무리지만, 알카이드는 약 104광년, 두브헤는 약 123광년으로 훨씬 멀고 이동 방향도 다르다. (IAU, The Constellations · Sky & Telescope)
다섯 별은 큰곰자리 이동성군이라 불리는 느슨한 무리에 속한다. 같은 방향으로 함께 흐른다. 반면 양쪽 끝의 두 별은 우연히 그 방향에 놓였을 뿐이다. 그래서 십만 년쯤 지나면 국자 모양은 무너진다.
이 사실은 별자리를 깎아내리지 않는다. 오히려 별자리가 무엇인지 정확히 말해준다. 별자리는 하늘의 성질이 아니라 우리 위치의 성질이다. 지구를 옮기면 별자리를 전부 다시 그려야 한다.
출신이 여러 갈래다. 서기 150년경 프톨레마이오스가 「알마게스트」에 48개를 정리했고, 별 1,022개를 밝기와 함께 실었다. 그중 아르고자리는 18세기에 라카유가 셋으로 쪼갰다. 나머지는 대항해시대 이후에 들어왔다. 케이서와 데 하우트만이 남쪽 항해에서 12개, 플란시우스가 몇 개, 헤벨리우스가 7개, 라카유가 남쪽에서 14개를 더했다. 면적 차이도 크다. 가장 큰 바다뱀자리는 1,302.8제곱도이고, 가장 작은 남십자자리는 68.4제곱도다. (Ian Ridpath, Constellations · Star Tales · Levin 1935)
프톨레마이오스는 별자리를 황도 북쪽 21개, 황도 12개, 남쪽 15개로 나눠 실었다. 별을 세는 방식은 별자리마다 편차가 컸다. 작은개자리는 두 개뿐이었고, 아르고자리는 마흔다섯 개였다. 그 아르고자리가 너무 커서 라카유가 용골·돛·선미로 나눴고, 그래서 오늘의 88개에는 아르고자리가 없다.
남반구 별자리 이름이 유별난 것도 이 역사 때문이다. 공기펌프, 조각칼, 컴퍼스, 시계 같은 이름은 18세기 라카유가 붙였다. 그리스 신화가 닿지 않은 하늘이라, 신 대신 도구가 올라갔다.
면적 순위도 감을 잡아두면 도움이 된다. 바다뱀자리 하나가 하늘의 3.16퍼센트를 차지하고, 남십자자리는 0.17퍼센트다. 열아홉 배 차이다. 별자리는 균등하게 나뉜 구역이 아니다.
태양이 실제로 지나는 별자리를 세면 13개다. 뱀주인자리가 빠져 있다. NASA는 바빌로니아 사람들이 열세 번째 별자리의 존재를 알고도 열두 달 달력에 맞추려고 뱀주인자리를 뺐다고 설명한다. 여기에 세차운동이 더해져, 3천 년 사이에 하늘이 밀리면서 점성술의 날짜와 태양이 실제로 있는 별자리가 서양 기준 한 칸쯤 어긋났다. (NASA Space Place)
2016년에 이 설명이 “NASA가 별자리 운세를 바꿨다”는 기사로 옮겨져 퍼졌다. NASA는 바꾼 것이 없다고 밝혔다. 계산을 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NASA는 천문학을 하고 점성술을 하지 않는다.
어긋남의 원인은 이 글 앞부분과 같다. 세차운동이다. 경계선을 기울이는 그 운동이 황도 12궁의 날짜도 밀어놓았다. 별자리 이야기는 어디로 파고들어도 이 지점에서 만난다.
이 글은 별자리 대백과의 허브다. 여기서는 정의와 역사, 그러니까 별자리가 무엇이고 누가 정했는지만 다뤘다. 개별 주제는 각각의 글에서 깊게 들어간다. 고대 항해에서 별을 어떻게 썼는지, 세차운동이 옛 기록을 어떻게 검증하게 해주는지, 황도 별자리가 어긋난 과정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가 차례로 이어진다. (경이의목록 편집 계획)
먼저 읽어볼 글로는 오디세우스는 별을 보고 어떻게 길을 찾았나를 권한다. 호메로스가 적어둔 항해 지침에 큰곰자리와 플레이아데스와 목동자리가 함께 들어 있고, 그 세 이름이 각각 방향과 밤의 경과와 계절을 담당한다는 이야기다. 이 글에서 다룬 세차운동이 거기서는 연대를 읽는 도구로 쓰인다.
이름을 정하는 문제 자체에 관심이 있다면 같은 기구가 내린 다른 결정을 보는 것도 방법이다. 왜소행성이라는 범주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리고 그 정의가 다시 바뀔 수 있는지를 다룬 글이 있다. 별자리 경계와 행성의 정의는 둘 다 하늘을 어떻게 잘라야 하는가라는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이다.
정리하면 이렇다. 별자리는 하늘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하늘에 얹은 것이다. 그 격자는 백 년 전에 굳어졌고, 이미 조금 비뚤어져 있다. 그러니 우리가 지금 보는 밤하늘은 하늘의 모습이면서 동시에 1930년 어느 벨기에 천문학자의 작업 결과이기도 하다. 다음 글에서는 그 격자가 아직 없던 시절에 사람들이 어떻게 별로 길을 찾았는지 본다.
면적값은 1935년 계산값이므로 다른 문헌에서 소수점 아래가 다르게 나올 수 있고, 1,302.844처럼 더 자세한 수치를 적은 자료도 있다. 북두칠성 별들의 거리는 시차 측정에 따라 값이 갱신되므로 광년 단위의 반올림값으로만 다뤘다. 경계선을 새 분점으로 다시 그을지, 언제 그럴지는 IAU가 정한 바 없다. 도식 세 점은 직접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