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요약
- 명왕성 에리스 중 누가 더 큰가라는 물음은 재는 기준에 따라 답이 갈린다. 지름은 명왕성이 약 2,377킬로미터로 에리스(약 2,326킬로미터)보다 오십 킬로미터쯤 더 크다.
- 질량은 반대다. 위성 디스노미아의 궤도로 잰 에리스의 질량은 명왕성의 약 1.27배로, 에리스가 더 무겁다. 2007년 브라운·샬러가 보고한 이래 유지되는 값이다.
- 한동안 에리스가 더 크다고 여겨졌으나, 2015년 뉴호라이즌스가 명왕성을 직접 재며 답이 뒤집혔다. 에리스의 발견은 2006년 명왕성의 왜소행성 강등을 촉발한 장본인이다.
저울과 자를 나란히 놓고 두 사람을 견주는 장면을 떠올려 본다. 한 사람은 키가 조금 더 크고, 다른 한 사람은 몸무게가 조금 더 나간다. 그러면 둘 중 누가 더 '크다'고 말해야 할까. 답이 하나로 딱 떨어지지 않는다. 태양계의 저 먼 변두리에도 꼭 이런 두 세계가 있다. 하나는 우리가 오래 사랑해 온 명왕성이고, 다른 하나는 그 명왕성을 행성 자리에서 끌어내린 장본인, 에리스다. 자로 재면 명왕성이 이기고, 저울에 올리면 에리스가 이긴다. 크기와 무게의 답이 이렇게 갈리는 두 천체의 이야기다.
명왕성이 왜 행성에서 빠졌는지를 이야기할 때 에리스는 늘 배경으로만 스쳐 지나간다. 그러나 명왕성의 운명을 실제로 뒤흔든 것은 이 낯선 이름의 천체였다. 에리스가 발견되지 않았다면 명왕성은 아직 아홉 번째 행성으로 불리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관측으로 확인된 사실과 시간이 지나며 뒤집힌 답을 조심스레 갈라 가며, 명왕성과 에리스 중 대체 누가 더 큰지, 그 단순해 보이는 물음이 왜 그리 오래 헷갈렸는지 차분히 따라가 본다.
1.명왕성을 끌어내린 천체
2005년 발견된 에리스는 명왕성만큼 크고 어쩌면 더 커 보였다. 그 발견이 2006년 국제천문연맹의 행성 재정의를 촉발했고, 명왕성과 에리스는 나란히 왜소행성으로 묶였다.
2005년, 캘리포니아의 한 연구팀이 태양계 바깥에서 밝은 점 하나를 찾아냈다. 마이클 브라운과 채드 트루히요, 데이비드 라비노위츠가 2003년 가을에 찍어 둔 사진들을 다시 뒤지다 발견한 이 천체는, 명왕성만큼이나 크고 어쩌면 더 커 보였다. 처음에는 '열 번째 행성'이라는 별명이 붙어 세상을 들썩이게 했다. 태양계에 행성이 하나 더 늘어나는가 싶었다. 발견 초기 연구팀은 이 천체를 텔레비전 드라마 속 여전사의 이름을 따 '제나'라는 별명으로 부르기도 했다. 훗날 이 천체는 그리스 신화 속 불화의 여신 이름을 따 에리스라 불리게 되는데, 실제로 이 천체는 천문학계에 적잖은 불화를 몰고 왔다.
문제는 간단했다. 에리스가 명왕성만 하다면, 에리스도 행성으로 인정해야 한다. 그러면 그 너머에서 비슷한 천체가 자꾸 발견될 때마다 행성 목록은 한없이 길어질 판이었다. 국제천문연맹은 결단을 내려야 했다. 그리하여 2006년, 행성이란 무엇인가를 두고 새로운 정의가 만들어졌고, 명왕성과 에리스는 나란히 '왜소행성'이라는 새 범주로 묶였다. 명왕성을 행성 자리에서 밀어낸 힘은 결국 저 멀리서 조용히 돌고 있던 에리스에게서 나온 셈이었다. 우리가 명왕성을 잃은 사연의 한복판에, 이 낯선 천체가 있었다.
2.무게를 잰 저울, 위성 디스노미아
에리스의 질량은 명왕성의 약 1.27배다. 위성 디스노미아가 약 16일에 한 바퀴 도는 궤도를 관측해, 2007년 브라운과 샬러가 이 값을 얻었다. 이는 해석이 아니라 관측으로 확정된 사실이다.
에리스가 명왕성보다 무거운지 가벼운지를 알려면 먼저 무게를 재야 하는데, 저 먼 천체를 저울에 올릴 방법은 없다. 다행히 에리스에게는 디스노미아라는 작은 위성이 있었다. 위성이 얼마나 빠르게, 얼마나 넓게 도는지를 지켜보면 그 중심에 있는 천체가 얼마나 무거운지를 거꾸로 계산할 수 있다. 무거운 별일수록 곁의 위성을 더 세게 붙잡아 빠르게 돌리기 때문이다. 디스노미아는 약 16일에 한 바퀴씩 에리스를 돌았고, 천문학자들은 그 궤도를 저울 삼아 에리스의 무게를 달았다.
그렇게 나온 답은 분명했다. 에리스의 질량은 명왕성의 약 1.27배였다. 명왕성보다 4분의 1 남짓 더 무거운 것이다. 절대값으로는 약 1.66×10²²킬로그램으로, 이 수치는 2007년 브라운과 샬러가 보고한 이래 큰 틀에서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이 대목은 조심스러운 해석이 아니라 관측으로 확정된 사실이다. 저 먼 어둠 속에서 위성 하나가 그려 낸 궤도가, 눈으로는 도무지 가늠할 수 없던 두 세계의 무게를 또렷하게 갈라놓았다. 무게만 놓고 보면 승부는 이미 끝난 듯 보였다. 에리스가 더 무거웠다.
3.그런데 지름은? — 2015년에 뒤집힌 답
지름은 정반대다. 2010년 항성 엄폐로 잰 에리스는 약 2,326킬로미터, 2015년 뉴호라이즌스가 직접 잰 명왕성은 약 2,377킬로미터. 명왕성이 오십 킬로미터쯤 더 크다.
무게에서 진 명왕성에게는 그러나 아직 자가 남아 있었다. 문제는 그 자를 대기가 오래 가려 왔다는 데 있다. 명왕성에는 옅은 대기가 있어서, 멀리서 보면 그 가장자리가 안개처럼 흐릿하게 번진다. 그래서 명왕성의 지름이 정확히 얼마인지는 뜻밖에도 오랫동안 확실하지 않았다. 에리스가 명왕성보다 크다는 초기의 인상도 여기서 비롯됐다. 2010년, 에리스가 먼 별 앞을 지나며 그 별빛을 잠깐 가리는 순간을 여러 관측소가 붙잡아, 에리스의 지름을 약 2,326킬로미터로 꽤 정밀하게 쟀다. 그런데 그 무렵 명왕성의 지름은 여전히 그보다 클 수도 작을 수도 있는 애매한 구간에 놓여 있었다.
답이 확실해진 것은 2015년이었다. 그해 7월, 뉴호라이즌스 탐사선이 명왕성 곁을 스쳐 지나며 그 몸을 직접 재고 돌아왔다. 안개 낀 자로 멀리서 어림하던 시대가 끝나고, 마침내 명왕성의 지름이 약 2,377킬로미터로 확정됐다. 에리스보다 오십 킬로미터쯤 더 컸다. 근소한 차이였지만 방향은 분명했다. 지름으로 줄을 세우면 명왕성이 앞선다. 오래 헷갈리던 '누가 더 큰가'라는 물음의 답이, 탐사선이 직접 다가가 재고 나서야 비로소 뒤집힌 것이다. 한동안 에리스에게 내주었던 '가장 큰 왜소행성'이라는 자리를, 명왕성이 아슬아슬하게 되찾았다.
자로 재면 명왕성이 이기고, 저울에 올리면 에리스가 이긴다. 두 세계는 끝내 하나의 순위로 줄 세워지지 않는다.
4.크지만 가볍고, 작지만 무겁다
명왕성이 더 큰데 에리스가 더 무거운 까닭은 밀도에 있다. 에리스의 밀도는 물의 약 2.4배, 명왕성은 약 1.85배로, 에리스가 더 촘촘하다. 에리스가 바위 성분을 더 많이 지녔으리라고 해석된다.
여기서 흥미로운 물음이 하나 남는다. 명왕성이 지름은 더 큰데 어떻게 에리스가 더 무거울 수 있을까. 답은 두 세계를 채운 재료의 촘촘함에 있다. 같은 크기의 상자라도 안에 솜을 채웠느냐 돌을 채웠느냐에 따라 무게가 달라지듯, 천체도 무엇으로 얼마나 빽빽하게 뭉쳐 있느냐에 따라 무게가 갈린다. 에리스는 명왕성보다 몸집이 살짝 작으면서도 더 무거우니, 속이 그만큼 더 촘촘하게 들어차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에리스의 밀도는 물의 약 2.4배 안팎으로 추정되고, 명왕성은 약 1.85배다. 에리스 쪽이 눈에 띄게 촘촘하다. 천문학자들은 이 차이를 두 세계의 속살이 다르다는 신호로 읽는다. 명왕성이 얼음을 넉넉히 품은 세계라면, 에리스는 그 속에 바위 성분을 더 많이 지녔으리라는 것이다. 같은 왜소행성이라는 이름으로 묶여 있어도, 그 안을 들여다보면 두 세계는 서로 사뭇 다른 몸을 지녔다. 크지만 가벼운 명왕성과, 작지만 무거운 에리스. 겉모습의 크기만으로는 결코 짐작할 수 없는 차이가 그 안에 감춰져 있었다.
5.너무 먼, 얼어붙은 세계
에리스는 명왕성보다 훨씬 멀고 비스듬히 돈다. 궤도는 44도 기울어져 있고, 태양에서 최대 약 97천문단위까지 멀어진다. 한 바퀴 도는 데 약 559년이 걸리는 흩어진 원반 천체다.
에리스가 우리에게 낯선 데는 이유가 있다. 이 천체는 명왕성보다 훨씬 더 멀리, 그리고 훨씬 더 비스듬히 돈다. 명왕성이 태양에서 평균 40천문단위쯤 떨어져 있다면, 에리스는 가장 멀 때 태양에서 거의 100천문단위까지 물러난다. 지구와 태양 사이 거리의 백 배에 가깝다. 게다가 그 궤도는 다른 행성들이 몰려 도는 평평한 판에서 44도나 기울어져 있다. 마치 태양계라는 넓은 접시 위에서 홀로 비스듬히 기운 채 크게 도는 외톨이 같다. 에리스가 이 큰 궤도를 한 바퀴 도는 데는 약 559년이 걸린다. 명왕성의 248년보다 두 배 넘게 긴 세월이다. 이렇게 멀고 기운 궤도는 에리스가 카이퍼벨트 너머로 튕겨 나간 '흩어진 원반' 천체임을 말해 준다.
그토록 멀리 있으니 에리스의 세계는 상상하기 힘들 만큼 춥다. 태양은 그저 조금 밝은 별 하나로 보일 뿐이고, 표면은 얼어붙은 질소와 메탄으로 덮여 있으리라 여겨진다. 워낙 멀어 아직 어떤 탐사선도 그 곁을 찾아가지 못했고, 그래서 우리는 에리스의 진짜 얼굴을 사진 한 장으로도 본 적이 없다. 명왕성이 2015년에 제 얼굴을 또렷이 보여 준 것과 달리, 에리스는 여전히 흐릿한 점으로만 남아 있다. 우리가 아는 에리스의 무게와 크기는 전부 그 먼 빛과 위성의 움직임에서 어렵게 길어 올린 것이다. 가장 큰 소동을 일으킨 천체가, 정작 우리에게는 가장 낯선 얼굴로 남아 있다.
6.크기로 줄 세우지 못하는 것
명왕성 에리스, 두 세계의 승부를 정리하면 이렇다. 에리스는 명왕성보다 약 1.27배 무겁지만, 지름은 명왕성이 오십 킬로미터쯤 더 크다. 무게로 줄을 세우면 에리스가 앞서고, 크기로 줄을 세우면 명왕성이 앞선다. 한동안은 에리스가 더 크다고 여겨졌지만, 2015년 뉴호라이즌스가 명왕성을 직접 재고 나서 그 답이 뒤집혔다. 촘촘함까지 따지면 에리스가 더 단단히 뭉친 세계이고, 궤도로 보면 에리스가 훨씬 멀고 외롭게 돈다. 어느 하나의 잣대로는 두 세계의 우열이 깔끔하게 가려지지 않는다. 재는 방법을 바꾸면 승자도 바뀐다.
가만 생각하면 이 이야기는 우리가 무언가를 견주고 줄 세우는 일에 관해서도 조용히 일러 주는 바가 있다. 우리는 곧잘 사람도, 삶도 하나의 자로 재어 누가 앞서고 뒤서는지를 가리려 한다. 그러나 명왕성과 에리스처럼, 어떤 대상은 재는 잣대를 바꾸는 순간 순위가 통째로 뒤집힌다. 키로는 질 수 있어도 무게로는 이기고, 크기로는 밀려도 그 속이 더 단단할 수 있다. 그러니 오늘 당신이 누군가와, 혹은 어제의 당신과 자신을 견주다 조금 작아진 기분이 들었다면, 그 하나의 자가 당신의 전부를 재고 있는 것은 아님을 기억해도 좋겠다. 저 먼 두 세계도 끝내 하나의 순위로 줄 세워지지 않았듯, 우리를 재는 잣대 또한 그리 단순하지 않다.
자주 묻는 질문
명왕성 에리스 중 누가 더 큰가요?
명왕성 에리스, 두 왜소행성은 재는 기준에 따라 답이 갈린다. 지름으로는 명왕성이 약 2,377킬로미터로, 에리스의 약 2,326킬로미터보다 오십 킬로미터쯤 더 크다. 그러나 질량으로는 에리스가 명왕성의 약 1.27배로 더 무겁다. 자로 재면 명왕성이, 저울로 재면 에리스가 앞선다.
에리스는 어떻게 명왕성보다 무거운 것으로 밝혀졌나요?
에리스에게는 디스노미아라는 위성이 있다. 이 위성이 약 16일에 한 바퀴씩 도는 궤도를 관측해 에리스의 질량을 계산했다. 2007년 브라운과 샬러가 이 방법으로 에리스가 명왕성보다 약 27퍼센트 더 무겁다고 보고했으며, 그 값은 지금까지 큰 틀에서 유지되고 있다.
왜 한동안 에리스가 명왕성보다 크다고 여겨졌나요?
명왕성에는 옅은 대기가 있어 멀리서 보면 가장자리가 흐릿하게 번진다. 그래서 지름이 오래 불확실했고, 초기 관측은 에리스가 더 클 수도 있다고 보았다. 2015년 뉴호라이즌스가 명왕성 곁을 지나며 지름을 약 2,377킬로미터로 직접 재고 나서야, 명왕성이 근소하게 더 크다는 답이 확정됐다.
에리스는 명왕성과 왜 밀도가 다른가요?
에리스는 명왕성보다 몸집이 살짝 작으면서도 더 무겁다. 그래서 속이 더 촘촘하게 들어차 있다는 뜻이 된다. 에리스의 밀도는 물의 약 2.4배, 명왕성은 약 1.85배로 추정된다. 명왕성이 얼음을 넉넉히 품은 세계라면, 에리스는 그 속에 바위 성분을 더 많이 지녔으리라고 해석된다.
에리스의 발견이 명왕성 강등과 어떤 관계가 있나요?
2005년 에리스가 명왕성만큼 크게 발견되자, 에리스도 행성으로 인정할지가 문제가 됐다. 그 너머에서 비슷한 천체가 계속 나오면 행성 목록이 끝없이 길어질 판이었다. 국제천문연맹은 2006년 행성의 정의를 새로 정했고, 명왕성과 에리스는 나란히 왜소행성으로 분류됐다.
참고한 자료
· NASA Science — Eris (발견 2005·마이클 브라운 팀·위성 디스노미아·흩어진 원반 천체·궤도 경사 약 44°)
· Brown, M. E. & Schaller, E. L., Science 316, 1585 (2007) — The Mass of Dwarf Planet Eris (디스노미아 궤도로 측정한 에리스 질량 = 명왕성의 1.27±0.02배)
· Sicardy, B. 외, Nature 478, 493 (2011) — A Pluto-like radius and a high albedo for the dwarf planet Eris from an occultation (항성 엄폐로 측정한 에리스 지름 약 2,326±12 km)
· Stern, S. A. 외, Science 350, aad1815 (2015) — The Pluto system: Initial results from its exploration by New Horizons (뉴호라이즌스 측정 명왕성 지름 약 2,377 km)
· NASA — Pluto Fact Sheet (명왕성 질량 1.303×10²² kg·밀도 약 1.85 g/cm³)
· IAU — IAU 2006 General Assembly: Resolution B5 — Definition of a Planet (2006년 행성 정의·명왕성/에리스의 왜소행성 분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