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심률이 1을 넘었다는 말은 판정의 시작일 뿐이다. 태양계에서 태어난 혜성도 1을 넘는다.
세 줄 요약
① 3I/ATLAS는 발견 다음 날 성간 천체가 됐다. 그 하루 동안 관측호가 3.3시간에서 약 18일로 늘어났다.
② 이심률 1은 문턱이 아니다. 태양계에서 태어난 혜성 C/1980 E1도 1.0577이며, 목성이 그렇게 만들었다.
③ 판정이 보는 것은 지금의 궤도가 아니다. 태양계에 들어오기 전의 궤도를 되짚어야 갈린다.
2025년 7월 1일 밤, 칠레에 놓인 지름 0.5미터급 망원경 하나가 별들 사이를 기어가는 흐릿한 점을 찍었다. 스물네 시간이 지나기 전에 그 점은 태양계 바깥에서 온 세 번째 천체가 됐다. 여덟 해 전 하와이에서 잡힌 첫 번째 천체는 같은 판정을 받는 데 삼 주 가까이 걸렸다.
둘 다 성간에서 왔다. 그런데 판정에 걸린 시간이 스무 배 넘게 차이 났다.
망원경이 좋아져서도 아니고, 두 번째라 익숙해져서도 아니다. 성간이라는 판정이 실제로 무엇을 보고 내려지는지를 알면 그 차이가 어디서 왔는지 보인다.
관측호가 하루 만에 3.3시간에서 약 18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발견 팀은 2025년 7월 1일 칠레 ATLAS가 잡은 최초 관측을 소행성체센터로 즉시 보냈고, 여섯 시간 뒤 ZTF의 6월 28~29일 사전발견 영상이 붙어 호가 3일이 됐으며, 7월 2일 이른 시각에는 약 18일치 호가 큰 이심률과 쌍곡선 궤도를 확정하기에 충분했다고 적었다(D. Z. Seligman 외, arXiv:2507.02757). 그 열여덟 날은 새 망원경이 벌어 온 것이 아니다. 옛 사진첩에 이미 찍혀 있었다.
관측호는 한 천체를 처음 본 순간부터 마지막으로 본 순간까지의 길이를 말한다. 궤도는 이 호 위에 놓인 점들에 곡선을 맞춰 구한다.
호가 짧으면 그 점들을 지나는 곡선이 너무 많다. 살짝 찌그러진 타원도, 활짝 열린 쌍곡선도 같은 세 시간짜리 자국을 남길 수 있다.
그래서 첫 보고 시점의 3I/ATLAS에는 성간이라는 말을 붙일 수 없었다. 그 천체는 A11pl3Z라는 내부 임시부호를 달고 있었을 뿐이다.
사전발견이 이렇게 잘 붙은 데는 사정이 있다. 발견 팀은 이 천체가 팬스타즈나 카탈리나처럼 더 민감한 탐사가 대체로 피하는 은하면에 있었던 덕분에 ATLAS가 먼저 잡았다고 밝혔다. 발견 당시 밝기는 o 필터 기준 17.7~17.9등급이었고, 태양에서 4.51천문단위, 지구에서 3.50천문단위 떨어져 있었다(D. Z. Seligman 외, arXiv:2507.02757).
별이 빽빽한 하늘은 흐릿한 점 하나를 골라내기 어려운 곳이다. 대신 여러 탐사가 그 방향을 습관적으로 훑어 두었기에, 뒤늦게 뒤져 보니 자국이 남아 있었다.
18일치 관측호는 새로 번 시간이 아니었다. 이미 지나간 시간을 되찾아 온 것이었다.
관측이 쌓이는 동안 분류가 두 번 뒤집혔기 때문이다. 국제천문연맹은 2017년 10월 19일 로버트 웨릭이 팬스타즈로 발견한 이 천체가 처음에는 혜성 C/2017 U1로, 이어 소행성 A/2017 U1로 분류됐으나, 쌍곡선 궤도와 기록적으로 큰 이심률 때문에 태양계에 중력으로 묶인 적이 없다는 것이 드러났다고 밝혔다(국제천문연맹 공지 ann17045, 2017년 11월 14일). 이름이 바뀐 자리가 곧 판정이 바뀐 자리다.
첫 이름의 C는 혜성을 뜻한다. 처음 며칠 동안은 태양에 다가왔다 멀어지는 흔한 장주기 혜성으로 보였다.
그런데 꼬리가 없었다. 코마도 잡히지 않았다. 10월 25일에 소행성을 뜻하는 A로 부호가 바뀌었다.
여기까지는 태양계 안의 일이다. 진짜 문제는 궤도가 좁혀지면서 드러났다.
국제천문연맹은 새 천체가 기존 명명 체계 어디에도 들어맞지 않아 소행성체센터가 혜성의 C와 소행성의 A에 나란히 놓일 성간을 뜻하는 I를 제안했고, 집행위원회가 스물네 시간이 채 안 되어 이를 승인했다고 적었다. 하와이어 오우무아무아는 먼 곳에서 가장 먼저 찾아온 사자를 뜻한다(국제천문연맹 공지 ann17045). 11월 6일, 1I이라는 부호가 세상에 없던 범주와 함께 생겼다.
부호를 만드는 데 하루가 걸렸는데 그 앞에 삼 주가 놓여 있었다. 그 삼 주가 관측호를 벌던 시간이다.
한국천문연구원도 같은 순서로 정리한다. 천문연구원은 오우무아무아가 처음에는 소행성과 혜성으로 오인됐으나 형태와 궤도와 속도와 가속운동 같은 특징을 통해 외계에서 온 성간천체로 확인되어 1I/2017 U1로 명칭이 바뀌었다고 적었다(한국천문연구원 보도자료, 2023년 9월 14일).
아니다. 태양계에서 태어난 혜성도 1을 넘는다. 혜성 C/1980 E1은 태양 기준 이심률 1.0577, 태양계 질량중심 기준 1.0477의 열린 궤도를 그리는데, 이 값은 1980년 12월 9일 목성을 0.228천문단위 거리에서 지나며 만들어졌다. 조우 직전의 이심률은 0.9999611이었다(R. de la Fuente Marcos 외, Astronomy & Astrophysics 690, A126, 2024). 열린 궤도는 도착점이지 출발점이 아니다.
이 혜성은 1980년에 목성 곁을 스치면서 속도를 얻었다. 행성이 지나가는 작은 천체를 밀어 주는 일은 드물지 않다. 다만 이번에는 밀린 양이 탈출 속도를 넘겼다.
연구팀은 이 혜성의 궤도를 시간을 거꾸로 돌려 천 번 계산했다. 단기 역적분 분석은 목성 조우 직전에 쌍곡선 궤도였을 가능성에 정확히 0의 확률을 부여했고, 이 혜성이 태양계 안쪽 오르트 구름에서 왔다는 결과를 냈다(de la Fuente Marcos 외, 2024).
같은 논문이 다룬 C/2024 L5도 사정이 비슷하다. 이 혜성은 태양 기준 이심률 1.0375, 질량중심 기준 1.0352로 열려 있지만, 토성 근접통과 이전의 이심률은 0.70 언저리였다. 조우 전 궤도가 오우무아무아나 2I/보리소프만큼 열려 있었을 확률은 0이며, 성간에서 붙잡혀 왔을 가능성도 강하게 기각됐다(de la Fuente Marcos 외, 2024).
지금의 궤도가 아니라 태양계에 들어오기 전의 궤도를 본다. 연구팀은 태양계 힐 반지름 근처에서 상대 속도가 초속 0.5킬로미터를 넘어야 성간이 된다는 1982년 발토넨과 인나넨의 기준을 인용해, C/1980 E1의 성간 기원 가능성을 기각했다(de la Fuente Marcos 외, 2024). 문턱은 이심률에 있지 않고 태양계를 벗어난 자리에서 남는 속도에 있다.
이 계산에는 태양만 넣지 않는다. 목성과 토성을 비롯한 행성들이 함께 천체를 끌어당기기 때문에, 태양 하나를 원점으로 잡은 궤도와 태양계 전체의 질량중심을 원점으로 잡은 궤도가 달라진다.
C/1980 E1에서 그 차이는 1.0577과 1.0477이다. 성간 천체에서는 이 차이가 판정을 뒤집지 못한다.
세 성간 천체의 값을 나란히 놓으면 규모가 보인다. 오우무아무아의 이심률은 1.20113, 2I/보리소프는 3.35648이다(de la Fuente Marcos 외, 2024). 3I/ATLAS는 약 6.1이며, 근일점 거리 약 1.36천문단위, 궤도 경사 약 175도, 무한원점 속도 초속 약 58킬로미터로 지금까지 기록된 어떤 궤도보다 극단적이다(Seligman 외, 2025).
속도로 바꿔 읽으면 더 분명해진다. 발견 팀은 오우무아무아와 2I/보리소프의 초과 속도를 각각 초속 약 26킬로미터와 32킬로미터로 적었고, 이 값들이 각각 1억 년과 10억 년 규모의 나이에 대응한다고 밝혔다(Seligman 외, 2025). C/1980 E1이 태양계를 떠날 때의 속도는 초속 3.8킬로미터다.
정리하면 판정의 순서는 이렇다. 관측호를 벌어 궤도를 좁히고, 태양계 질량중심 기준으로 다시 풀고, 행성 조우를 거꾸로 되짚어 태양계에 들어오기 전의 궤도를 복원한다. 그 궤도가 여전히 열려 있고 남는 속도가 충분히 크면 그때 성간이라는 말을 쓴다.
중력 말고 다른 힘을 궤도에 넣어야 관측이 맞아떨어지면 그만큼 궤도 해가 흐려진다. 미켈리 연구팀은 오우무아무아의 궤도에서 태양 반대 방향의 비중력 가속을 약 30시그마 수준으로 검출했고, 이를 혜성처럼 물질을 뿜은 반동으로 해석했다(M. Micheli 외, Nature 559, 223–226, 2018). 코마는 끝내 보이지 않았다.
혜성이 가스를 뿜으면 그 반동으로 궤도가 예측에서 벗어난다. 여기까지는 태양계 혜성에서도 흔한 일이다.
문제는 오우무아무아에 뿜은 흔적이 없었다는 데 있다. 그만큼의 질량을 잃는 혜성이라면 훨씬 약한 활동에서도 코마가 보였어야 한다.
가설은 여럿 나왔다. 발견 팀 리뷰는 밀도가 극히 낮은 구조나 극단적인 형태를 가정한 설명, 얇은 절연 껍질에 활동이 가려졌다는 설명, 먼지를 거의 내지 않는 휘발성 물질만 뿜었다는 설명이 차례로 제시됐다고 정리했다(Seligman 외, 2025). 어느 쪽도 확정되지 않았다.
다만 판정 자체는 흔들리지 않았다. 가속의 크기가 이심률 1.2를 1 아래로 끌어내릴 수준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3I/ATLAS는 이 문제를 처음부터 피해 갔다. 발견 팀은 캐나다-프랑스-하와이 망원경과 초대형 망원경으로 얻은 심층 합성 영상에서 조밀한 코마를 분해했고, 가시광과 근적외선 스펙트럼 기울기가 100나노미터당 17.1퍼센트로 다른 성간 천체나 태양계 원시 소천체와 비슷하다고 밝혔다(Seligman 외, 2025). 보이는 것이 있으면 계산에 넣을 수 있다.
판정을 내린 시점이 달랐다. 오우무아무아는 발견 당시 지구에서 0.2천문단위, 곧 3천만 킬로미터 거리에 있었다(국제천문연맹 공지 ann17045). 3I/ATLAS는 태양에서 4.51천문단위 떨어진 접근 단계에서 잡혔다. 한쪽은 떠나는 중이었고 다른 한쪽은 오는 중이었다.
멀어지는 천체는 매일 어두워진다. 오우무아무아를 두고 남은 관측 창은 몇 주였다.
다가오는 천체는 사정이 반대다. 3I/ATLAS는 근일점을 앞두고 발견돼 지상과 우주에서 오래 추적됐다.
한국천문연구원은 한국과 나사가 함께 개발한 우주망원경 스피어엑스가 2025년 8월과 12월에 3I/ATLAS를 나누어 관측해 코마에서 물과 이산화탄소와 일산화탄소와 시안화물을 검출했고, 근일점에서 약 두 달이 지난 뒤 밝기가 크게 증가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한국천문연구원 보도자료, 2026년 2월 9일). 발견 부호에 붙었던 성간이라는 판정이 그 뒤로도 계속 쓰인 셈이다.
그러니 두 천체의 차이는 성질의 차이만이 아니다. 우리가 언제 알아차렸는지의 차이이기도 하다.
이 판정을 더 자주 내리게 될 가능성은 높다. 한국천문연구원은 베라 루빈 천문대의 대형 탐사 관측을 통해 많은 성간 물체를 탐지한다면 오우무아무아의 기원과 본질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는 티엠 황 박사의 말을 전했다(한국천문연구원, 2023년 9월 14일).
같은 얼음을 다른 자로 재는 일은 이 시리즈가 계속 다뤄 온 주제다. 3I/ATLAS의 물에서 잰 중수소 비율이 무엇을 말하는지, 혜성이 어디서 와서 무엇을 남기는지, 카이퍼 벨트와 오르트 구름이 어떻게 갈리는지가 그 옆에 놓인다. 태양계 안에도 바깥에서 붙잡혀 온 천체가 있다.
성간에서 왔다는 말은 관측된 사실이 아니라 되짚어 낸 결론이다. 우리가 본 것은 며칠에서 몇 주에 걸친 짧은 자국뿐이고, 그 자국을 몇억 년 뒤로 늘여 읽는 일이 판정이다. 세 번의 판정이 쌓이는 동안 우리는 기준을 다듬어 왔다.
네 번째가 오면 아마 더 빠를 것이다. 그리고 그때도 우리가 먼저 확인할 것은 얼마나 열려 있는가가 아니라, 이 궤도가 어디서 시작됐는가일 테다.
본문의 모든 수치는 위 자료와 1:1로 대조했다. 오우무아무아의 이심률이 궤도 해에 따라 1.1994와 1.20113 사이에서 갈리는 문제는 본문 상자에 따로 적었다. 3I/ATLAS의 근일점 시각은 세계시 기준 2025년 10월 29일이며 한국 표준시로는 하루 뒤로 적히는 경우가 있어, 이 글에서는 근일점 날짜를 본문에 쓰지 않았다. C/2024 L5의 토성 근접통과 날짜는 인용 논문의 초록과 본문이 서로 다르게 적고 있어 본문에서 제외했다. 이미지 세 점은 이 글을 위해 직접 만든 도식이며, 궤도의 모양은 개념을 나타낸 것이고 축척을 맞춰 그린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