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관측, 같은 논문에서 나온 숫자가 보도마다 갈린다. 어느 쪽도 틀리지 않았다는 데 이 이야기의 핵심이 있다.
세 줄 요약
① 3I/ATLAS의 물 중수소 비는 지구 바다의 40배 이상으로도, 태양계 혜성의 30배 이상으로도 보도됐다. 둘 다 같은 논문에서 나왔다.
② 논문은 값 하나가 아니라 하한 두 개를 냈다. 물 생성률을 어떻게 잡느냐가 갈랐다.
③ 반중수는 검출됐고 평범한 물은 검출되지 않았다. 그래서 이 값들은 점이 아니라 화살표다.
2025년 7월 1일, 소행성 감시 망원경 ATLAS가 궤도가 닫히지 않는 천체 하나를 잡았다. 오우무아무아와 보리소프에 이은 세 번째 성간 방문자였고, 이번에는 꼬리와 코마를 단 명백한 혜성이었다.
그 뒤로 이 천체를 두고 쏟아진 이야기 중 가장 조용하고 가장 멀리 가는 것이 물 이야기다. 2026년 4월, 칠레의 ALMA가 잰 값이 Nature Astronomy에 실렸다.
그런데 이 발견을 옮긴 문장들이 서로 어긋난다. 어떤 기사는 지구의 40배 이상이라 적고, 어떤 헤드라인은 태양계 혜성의 30배라고 단다. 둘을 나란히 놓으면 누군가 잘못 옮긴 것처럼 보인다.
그런 일은 없었다. 이 글이 다루려는 것이 그 어긋남의 정체다.
잰 것은 반중수 HDO 하나뿐이다. 연구진은 2025년 11월 4일 ALMA 감독재량시간으로 밴드 5의 물 183.310기가헤르츠와 밴드 6의 HDO 241.561기가헤르츠 및 메탄올 방출선을 겨냥했다(Salazar Manzano 외, arXiv:2603.07026). 이 가운데 HDO와 메탄올은 뚜렷이 잡혔고, 평범한 물은 잡히지 않았다.
관측 시점부터 짚어 둘 만하다. 3I/ATLAS는 2025년 10월 29일에 근일점을 지났고, ALMA는 그 엿새 뒤에 겨냥했다. 당시 이 천체는 태양에서 1.37천문단위 떨어져 있었다.
이 시점을 잡을 수 있었던 이유가 따로 있다. ALMA 측은 대부분의 장비가 태양 쪽을 겨눌 수 없지만 전파망원경은 가능하며, 그래서 천체가 태양 뒤를 지나 막 나온 직후에 관측할 수 있었다(ALMA 보도자료, 2026-04-23)고 설명했다. 광학 망원경이 손을 놓는 구간이 전파에서는 열려 있었다.
분자는 잡혔고 분모는 잡히지 않았다. 이 비대칭이 뒤따르는 모든 숫자의 모양을 결정한다.
혜성의 물 얼음에 중수소가 얼마나 섞여 있는지를 재는 일은 원래 까다롭다. 물의 저에너지 띠는 지구 대기가 강하게 흡수하고, HDO는 물보다 훨씬 드물다. 그래서 이 측정은 태양계 안에서도 손에 꼽을 만큼만 이뤄져 왔다.
그런데 3I/ATLAS에서는 상황이 뒤집혔다. 드문 쪽인 HDO가 보였고, 흔한 쪽인 물이 검출 한계 아래로 내려갔다. 이 대목이 이 발견을 특이하게 만든다.
메탄올을 대신 썼다. 코마 안에서 메탄올 분자는 주로 물 분자와 부딪히며 들뜨므로, 방출선의 모양이 곧 주변 물의 밀도를 알려 준다. 연구진은 이 방식으로 얻은 값을 물 생성률의 상한, 곧 초당 1.6×10²⁹개보다 작다는 조건으로만 다뤘다(Salazar Manzano 외, arXiv:2603.07026). 곧바로 물의 양이라고 부르지 않았다.
왜 상한으로만 다뤘는지에는 이유가 있다. 3I/ATLAS의 코마에는 물만 있는 것이 아니고, 이산화탄소와 일산화탄소도 상당량 섞여 있다. 메탄올의 충돌 상대가 전부 물이라고 가정하면 물의 양이 실제보다 크게 나온다.
연구진은 이 대리 측정 기법 자체를 아직 완성된 도구로 보지 않는다. 논문은 혜성에서 물 생성률을 이렇게 정하는 방법을 앞으로 더 발전시켜야 할 과제로 남겨 두었다고 밝힌다.
분모가 상한이면 비는 하한이 되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먼저 HDO와 물의 혼합비가 9.2×10⁻³보다 크다는 하한을 얻었고, 물 분자에 든 수소 원자 수를 반영해 이를 D/H로 환산했다(Salazar Manzano 외, arXiv:2603.07026). 분모에 실제보다 큰 수가 들어갔으므로, 나눈 값은 실제보다 작다.
이 구조에는 반가운 면이 하나 있다. 실제 물의 양이 추정보다 적을수록 D/H는 더 커지므로, 부등호의 방향이 결론에 유리하게 작동한다. 물이 덜 있었다면 중수소의 비중은 더 크다.
그래서 연구진의 결론은 크기가 아니라 방향에 걸려 있다. 3I/ATLAS의 물이 태양계 혜성보다 중수소가 풍부하다는 진술은, 값이 하한이든 아니든 흔들리지 않는다.
물 생성률을 잡는 방식이 두 가지였다. 메탄올과 물과 HDO를 함께 맞춘 명목 시나리오에서는 D/H가 4.6×10⁻³보다 크고, 물과 HDO만으로 99퍼센타일 상한을 잡은 보수 시나리오에서는 6.6×10⁻³보다 크다(Salazar Manzano 외, arXiv:2603.07026). 논문은 어느 하나를 고르지 않고 두 값을 나란히 유지했다.
두 시나리오의 차이는 메탄올을 쓰느냐 마느냐다. 명목 쪽은 메탄올까지 넣어 물 생성률을 초당 1.6×10²⁹개 아래로 잡았고, 보수 쪽은 물과 HDO 자료만으로 초당 6.5×10²⁸개 아래로 더 빡빡하게 잡았다.
분모를 더 작게 잡으면 비는 커진다. 그래서 더 조심스러운 쪽인 보수 시나리오가 오히려 더 큰 숫자를 낸다. 이 뒤집힌 관계가 두 값을 헷갈리게 만드는 첫 번째 원인이다.
한국어 보도는 대체로 6.6×10⁻³ 하나만 소개해 왔다. 틀린 값은 아니지만, 논문이 값을 둘로 유지한 이유는 함께 사라진다.
둘 다 맞고, 서로 다른 칸의 값이다. 논문은 두 시나리오에서 지구 바닷물 대비 각각 30배 이상과 40배 이상, 오차가중된 혜성 평균 대비 각각 20배 이상과 30배 이상의 농축을 보고한다(Salazar Manzano 외, arXiv:2603.07026). 시나리오 둘과 기준선 둘이 곱해져 배수가 네 가지로 갈린다.
이 표를 보면 보도의 갈림이 설명된다. ALMA와 NRAO의 보도자료는 태양계 혜성 대비 최소 30배와 지구 바다 대비 40배 이상을 한 문단 안에서 함께 적었다. 두 문장을 따로 떼면 각각 30배 기사와 40배 기사가 된다.
정리하면 이렇게 된다. 30배는 지구 바다에 견준 명목값일 수도 있고, 혜성 평균에 견준 보수값일 수도 있다.
평균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흩어져 있다. 로제타가 잰 67P의 D/H는 5.3×10⁻⁴로 지구 바닷물의 세 배가 넘고(Altwegg 외, Science 2015), 반대로 46P 위르타넨은 1.61±0.65×10⁻⁴로 지구 바다와 오차 안에서 같다(Lis 외, A&A 2019). 같은 목성족 안에서 벌어진 값이다.
지구 바닷물의 기준값 자체는 매우 정밀하다. 빈 표준평균해수라 부르는 이 값은 1.5576×10⁻⁴로, 소수점 아래까지 확정돼 있다.
혜성 쪽은 사정이 다르다. 오르트 구름 혜성과 목성족 혜성을 가로질러 값이 지구의 한 배에서 세 배 사이에 흩어져 있고, 어디서 왔느냐와 D/H 사이의 관계도 단순하지 않다. 카이퍼 벨트와 오르트 구름의 차이가 조성의 차이로 곧바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이 흩어짐이 지구 물의 기원 논쟁을 지금까지 끌고 왔다. 67P의 높은 값은 혜성이 지구 바다를 채웠다는 설명을 흔들었고, 46P의 지구와 같은 값은 그 판정을 다시 열었다. 혜성 대백과에서 다룬 대로 이 논쟁은 아직 닫히지 않았다.
그렇다면 혜성 평균이라는 기준선은 흩어진 값들을 오차로 가중해 묶은 요약값이지, 어떤 혜성 하나의 물맛이 아니다. 3I/ATLAS를 거기에 견줄 때 이 사정을 함께 읽어야 한다.
다만 이 흩어짐이 결론을 흔들지는 않는다. 태양계 혜성의 값들은 지구의 한 배와 세 배 사이에 있고, 3I/ATLAS의 하한은 그보다 한 자릿수 위에 있다. 눈금 하나를 통째로 건너뛴 자리다.
그 물이 아주 차가운 곳에서 얼었다는 것을 말해 준다. 중수소가 물에 농축되는 화학은 온도에 민감해서 대체로 30켈빈 아래에서 효율적으로 진행된다. 연구진은 이 값이 더 차갑고 덜 조사되고 열처리가 덜 된 물질에서 형성된 물을 가리키며, 우리와 다른 조건에서 만들어진 행성계 기원과 부합한다고 적었다(Salazar Manzano 외, arXiv:2603.07026).
중수소 자체의 출처는 훨씬 멀리 있다. 우주의 중수소는 빅뱅 직후 원자가 만들어지던 몇 분 사이에 정해졌고, 이후 별 내부에서 파괴되며 서서히 줄어들어 왔다.
그래서 연구진은 성간물질의 배경값 차이로는 이 농축을 설명할 수 없다고 못 박는다. 은하의 다른 구역이나 110억 년 전 시점에 그 별이 태어났다고 가정해도, 시선 방향별 중수소 편차는 이만한 차이를 만들지 못한다.
남는 설명은 그 물이 얼던 자리의 온도다. 연구진이 그리는 그곳은 더 차갑고, 별빛에 덜 노출됐고, 열을 덜 받은 자리다. 전성단계의 차가운 분자운이거나 원시행성계 원반의 바깥이거나, 어느 쪽이든 우리 태양이 태어난 곳보다 훨씬 춥고 조용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독립적인 뒷받침도 있다. 한 달 넘게 지난 뒤 제임스웹의 근적외선 분광기가 근일점 이후 관측에서 같은 방향의 중수소 농축을 얻었다. 서로 다른 장비가 같은 쪽을 가리켰다.
여기서 이 발견의 자리가 정해진다. 다른 별 곁에 생명이 있는가를 물을 때 우리는 늘 스펙트럼 속 흐릿한 흔적에 기대 왔는데, 이번에는 다른 항성계에서 만들어진 얼음이 직접 찾아와 코앞에서 분석됐다.
그 얼음이 우리에게 건넨 답은 짧고 분명하다. 우리 태양계에서 물이 얼던 조건은 우주의 표준이 아니었다.
그러니 다음에 3I/ATLAS의 물이 지구의 몇 배라는 문장을 보게 되면, 숫자 뒤에 붙은 조건 두 가지를 함께 떠올려도 좋겠다. 무엇에 견준 배수인지, 그리고 그 값이 점인지 화살표인지다.
본문의 모든 수치는 위 자료에서 가져왔고, 배수와 D/H 값은 arXiv 프리프린트 본문과 1:1로 대조했다. 태양계 혜성의 오차가중평균 D/H는 논문이 배수의 기준선으로만 쓰고 숫자를 명시하지 않아, 이 글도 역산하지 않고 배수 그대로 적었다. 히어로 도식에 그 값을 표시하지 않은 이유도 같다. 한국천문연구원의 관련 발표나 국내 관측 참여 여부는 확인하지 못해 적지 않았다. 이미지 세 점은 이 글을 위해 직접 제작한 도식이며, 눈금 위치는 실제 로그 좌표를 따랐고 도형 크기는 개념을 보이기 위한 것이다.